군, ‘인도적 목적’ 낮에 가자 남부 군사작전 중단 성명
네타냐후 “군 입장, 수용 불가…전투 계획대로” 반대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작전 중이던 이스라엘군 병사 8명이 폭발로 사망했다고 15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미국이 제시한 휴전안을 두고 논의 중인 가운데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의 보도에 따르면 사망자는 이스라엘군 401기갑여단 산하 전투 공병부대원들이다. 이스라엘군의 초동 조사 결과 이들은 라파 북서쪽 텔 술탄에서 밤샘 작전을 마친 뒤 장갑차로 이동하다 사망했다. 군은 묻혀 있던 대규모 폭탄의 폭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 중이다.
이번 전사자 수는 지난해 10월7일 개전 이후 단일 상황 사망자 중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이번 사건으로 가자 전쟁으로 인한 이스라엘군의 누적 전사자 수는 307명이 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상 메시지에서 “조국을 지키기 위한 전쟁에서 가슴 미어지는 대가를 치렀다”면서 “값비싼 대가에도 우리는 전쟁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9일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가 전시 내각에서 탈퇴한 이후 휴전에 반대하는 극우 정당에 더 의존하게 되면서 전쟁을 끝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군인들의 잇따른 희생이 네타냐후 총리가 직면한 정치적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인명 손실과 돌아오지 못한 인질의 존재가 점점 더 강한 반발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이날 이스라엘 반정부 시위 참가자인 아미르 슈나벨은 “군인 8명의 사망은 우리에게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하게 드러낸다”며 “변화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시위를 통해 정부를 끌어내리는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군대에 가지 않는 유대교 초정통파 ‘하레디’ 세력을 옹호하는 것도 국내 반발을 일으키는 요소다. 유대인 남녀 모두가 병역 의무를 지는 이스라엘에서 이들 하레디는 전통을 계승하고 종교 공부를 한다는 이유로 예외적으로 병역 면제를 받아왔다. 건국 초만 해도 이들 인구가 많지 않았으나, 지금은 전체 13% 수준으로 규모가 커진 데다 전쟁이 격화하면서 특혜 논란이 생겼다. 이스라엘 법원도 2017년 초정통파의 군 면제는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극우 이스라엘 연정은 이들의 징집을 제한하는 등 사실상 면제 법안을 지난 10일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에서 밀어붙였다. AP는 “네타냐후의 초정통파 파트너들이 정부를 떠난다면, 이 나라는 새로운 선거에 내몰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이른바 ‘3단계 휴전안’을 두고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상대방이 협상의 걸림돌이라고 주장하며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16일 성명을 내고 앞으로 구호물자 전달을 용이하게 하고자 가자지구 남부 일부 지역에서 낮 시간대(오전 8시~오후 7시) “군사 작전을 전술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와 연정 내 극우 인사들이 이에 반대하며 군에 제동을 걸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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