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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일본 정부 ‘원전 비중 유지’로 유턴…폐로 원전만큼 ‘증설’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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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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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원자력발전소 증설을 허용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16일 보도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때 '탈원전' 정책을 추구했던 일본이 '친원전'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올해 발표 예정인 '에너지 기본 계획' 개정안에 전력회사가 노후 원전을 폐로하는 경우 그 수만큼 새 원자로를 건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3년마다 에너지 기본계정을 개정하고 있다. 매체는 이같은 조치가 규슈전력(九州電力)의 센다이 원전(川内原発) 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슈전력이 사가현(佐賀県)에 있는 겐카이 원전(玄海原発) 원자로 2기를 폐로하는 대신 가고시마현(鹿児島県)에 있는 센다이 원전에 증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려 한다고 예상했다.

다만 일본 정부는 개정안에 '증설'이란 표현 대신 기존 원자로를 다시 만든다는 의미로 '리플레이스(replace)'로 표기한다는 방침이다. 원전을 증설에 대한 반대 여론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아사히신문은 풀이했다.



애물단지에서 '탈탄소' 첨병으로



일본은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 노심부가 녹아버리는 초유의 '멜트다운(meltdown)' 사태를 겪었다. 방사능 유출에 의한 피해를 겪고 원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자 당시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은 전국의 54기의 원전 가동을 모두 중지하고 탈원전 정책인 '원전 제로(Zero Nuclear power)를 채택했다.

하지만 이듬해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재집권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2014년 기존 탈원전 정책을 백지화하고 원전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어 2017년부터는 가동 연한(40년)이 임박한 노후 원전에 수명 연장(20년 추가)을 허용하고, 원전 가동을 중지했던 시기는 연한에서 제외하는 등 원전 재사용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당시 한국은 고리1호기를 영구 폐쇄하고 월성1호기는 조기 폐쇄하기로 하는 등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던 때다.

아베 전 총리를 계승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도 친원전 정책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기시다 총리는 탈탄소 사회를 목표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중단됐던 원전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친원전 정책으로의 선회는 일본 국내에서 반발을 부를 수도 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는 노후 원전을 폐로하는 만큼 건설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원자로의 전체 숫자는 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원전 의존도를 가능한 한 낮춘다’는 기존 방침과는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유턴'은 일본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유럽 국가들은 전력 수요 폭증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불안을 겪으면서 원전 확대로 정책 방향을 틀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022년 5월 영구 가동 정지된 미시간주 팰리세이즈 원전에 대해 15억 달러(약 2조원)를 대출하기로 결정했다. 핀란드는 지난해 4월 40년 만에 원전 신규 가동에 들어갔고, 스웨덴은 지난해 11월 원전 신설에 관한 제한을 철폐하고 2045년까지 10기의 원전을 새로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쿄=정원석 특파원 ju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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