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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투자 고민? 하이일드 채권 챙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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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미국만 보고 있는데…


‘재테크 난이도가 높아졌다.’

투자자가 혼란에 빠졌다. 금리 향방을 알 수 없어서다. 지난해 말만 해도 ‘2024년 금리 인하’는 정해진 수순처럼 느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시중에 풀렸던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회수하는 건 전 세계 금융당국 숙제였다. 이를 위해서는 금리 인하가 필수 요건이다. 그런데 선봉에 서야 할 미국이 정작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우호적인 경제지표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물가가 이어지며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했고 채권 금리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금리 인하를 예견하고 채권을 담은 투자자 속앓이도 심하다. 금리와 채권값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떨어지리라 판단하고 채권에 투자했는데 되레 인상 가능성마저 언급되며 채권 투자자가 ‘재미’를 보지 못한 것. 설상가상, 시장 기대만큼 금리 인하가 이뤄지지 않으면 주식 같은 위험자산 가격의 상승 탄력 역시 떨어진다. 금리 향방을 알 수 없는 지금은 주식도, 채권도 애매하다.

투자 전문가들은 비교적 안전자산에 가까우면서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회사채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회사채는 국채보다 수익은 높지만, 디폴트(부도) 위험 때문에 국채와 비교해 변동성이 크다. 좀 더 고수익을 노린다면 회사채 중에서 하이일드(High Yield) 채권을 노려볼 만하다. 하이일드 채권은 신용등급 BBB 미만으로, 투자등급 회사채(신용등급 AAA~BBB)보다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다. 신용도가 낮은 만큼 하이일드 채권은 미국 국채보다 수익률이 높다. 거숀 얼라이언스번스틴(AB) 수석부사장은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펀드에 투자한다면 향후 5년간 보수적으로 잡아도 연평균 6~7% 정도 수익률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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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 인상이 예상 밖으로 늦어지며 채권 투자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으로 하이일드 펀드 투자를 추천한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로이터)


공모주 우선 배정 특혜

3천만원까지 분리과세

얼라이언스번스틴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하이일드 채권 중에서 가장 신용등급이 나은 BB 등급 비율은 36%에서 48%로 늘었다. 반대로 디폴트 위험이 큰 CCC 등급 비율은 20%에서 14%로 줄었다. 펀드를 통해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면 다양한 국가·업종의 회사채에 투자하기 때문에 디폴트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거숀 부사장은 주식 시장과 비교해도 손실 위험이 낮은 편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40년 동안 하이일드 채권이 5% 이상 하락했던 상황에서 주식(미국 S&P500지수)은 더 큰 하락폭을 보였다. 하이일드 채권이 채권 시장에선 고위험·고수익 투자처라도, 주식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안전자산 성격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이일드 펀드가 공모주를 담을 수 있다는 점은 최대 강점 중 하나다. 하이일드 펀드는 유가증권 시장 기업공개(IPO) 기업 공모주식 물량 중 5%를 ‘우선 배정’ 받을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코스닥 종목 우선 배정률은 10%다. 청약 경쟁률이 1000 대 1을 뛰어넘고 조 단위 증거금이 몰리는 상황에서 공모주 우선 배정은 하이일드 매력을 높인다.

세제 혜택도 있다. 지난해 6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에 따라 하이일드 펀드의 이자·배당소득 3000만원까지 15.4% 세율을 적용하는 분리과세 혜택이 시행됐다. 투자자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돼도 1년 이상 펀드 가입을 유지하면 금융기관 합산 펀드 가입액 최대 3000만원 한도 내에서 발생하는 배당이자 소득을 절세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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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이트 연 12% 수익

유럽 금리 인하 빠를 듯

수익률도 괜찮다. 코레이트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코레이트하이일드공모주플러스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은 1년 수익률이 12%가 넘는다(에프앤가이드 조사). ‘현대인베스트먼트공모주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 1(채권혼합)]’ ‘교보악사공모주하이일드플러스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 등도 연수익 10~11%를 자랑한다. ‘대신 하이일드공모주[채권혼합]’ 역시 최근 6개월 수익률(6월 4일 기준)이 6%를 넘어섰다.

다올자산운용의 하이일드 펀드도 순항하고 있다. ‘다올블록딜공모주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은 9%에 가까운 연수익을 냈다. 지난 2015년 출시돼 올해 4월 말 기준 펀드 설정액이 20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했다. 이는 업계 최대 규모다.

하이일드 채권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내며 자금이 몰리는 분위기다. 영국 만(MAN)그룹 자회사 GLG가 운용하는 하이일드에 재간접으로 투자하는 국내 첫 공모펀드가 5개월 만에 300억원을 모았다. 신한자산운용에 따르면 ‘신한 MAN글로벌하이일드’ 설정액(27일 기준)이 500억원을 넘겼다. 지난 1월 2일 설정 약 5개월 만이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수익률은 4.68%로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 가운데 1위다. 해당 펀드는 영국 ‘Man High Yield Opportunities’에 재간접하는 방식으로 투자한다. 피투자 펀드인 ‘MAN GLG 하이일드’는 2019년 출시 이후 58%(연평균 9.1%)의 수익을 냈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보다 유럽 기업에 투자하는 하이일드 펀드가 주목받는다. 유럽이 미국보다 더 빨리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박정호 신한자산운용 펀드솔루션 팀장은 “시장에서는 미국보다 유럽 ECB가 더 빨리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 예상한다”며 “여러 하이일드 펀드가 미국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데 유럽과 영국 비중을 확대해야 더 빠르게 금리 인하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물론 하이일드 펀드 단점도 있다. 투자등급이 낮은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채무불이행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또한 금리 변동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금리가 오른다면 채권값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한 가지 더. 불안한 금리 흐름에 채권투자는 방망이를 짧게 잡는 게 좋다. 장기채보다는 단기채로 대응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반영하듯 시장에서는 단기채로 돈이 모여들고 장기채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는 양상이 뚜렷하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5월 31일 기준 국내 단기채 펀드(국고채·회사채·일반채) 377개의 총 설정액은 9조8516억원으로 올해 들어서 2조574억원이 순유입됐다. 최근 1년간 설정액은 3조3133억원이 늘었고 연초 이후 지속적으로 자금이 들어오는 중이다. 반면 장기채 펀드 151개의 총 설정액은 4조8230억원으로 올해 968억원 유입에 그쳤다. 최근 1년 기준 2386억원 순유출됐고, 최근 1달로 따져도 1059억원 자금이 빠져나갔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3호 (2024.06.12~2024.06.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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