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의협 주도 전면 휴진 앞두고 현장 혼란 가중
보건의료노조 등 시민사회 “명분없는 휴진” 비판
의정갈등 장기화에 정부 향한 원망의 목소리도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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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 의료대란 같이 자극적인 제목의 언론 보도가 나온 날은 그야말로 콜센터 업무가 마비돼요. 지난 4월에는 전체 휴진이 아니었는 데도 1만 건이 넘는 민원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의사가 일방적으로 휴진을 하는 건데 왜 남아있던 사람들이 욕받이가 돼야 하는 겁니까?”
14일 수도권 지역 상급종합병원의 노동조합 관계자는 "(의대)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예고하면서 진료 예약 문의아 항의 전화가 빚발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예고한 18일 '전면 휴진'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의료현장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정해진 진료 예약에 나오지 않는 것은 '불법적인 노쇼'라며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일단 의협이 휴진을 예고한 18일 당일에 의원급 전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집단행동 참여를 포함한 휴진 여부를 전화로 확인한다는 입장이다. 시군 단위로 휴진율이 30%를 넘으면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불이행할 경우 행정처분 및 처벌에 들어간다. 의협은 정부 입장에 전향적인 변화가 없다면 18일로 예정된 휴진을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의 국회 사무실에서 임현택 의협 회장과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면담이 예정돼 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을 것이란 게 의료계 안팎의 관측이다.
실제 휴진율이 얼마나 될지를 두고 의료계와 정부의 전망은 엇갈린다. 의협은 의대 증원을 포함해 현 정부의 의료개혁에 대한 의사들의 반발이 어느 때보다 거센 만큼 유례없는 규모의 휴진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의협이 의사 회원 11만1861명을 대상으로 집단행동에 관한 의견을 묻는 투표를 벌인 결과 7만800명이 참여했다. 이 중 90.6%(6만4139명)가 의협의 투쟁을 지지했으며 73.5%(5만2015명)는 휴진을 포함한 집단행동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투표 참여율만 놓고 보면 의협이 과거 총파업 투표를 벌였던 때와 비교해 역대 최고 수준이다.
다만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 실제 참여율이 높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의정갈등 장기화 속 집단 휴진 선포에 환자단체와 시민사회의 비판은 싸늘하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의사 집단 휴진에는 어떤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며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넉 달째 진료를 거부하는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설득하기는 커녕,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들에게 힘을 실어준다며 진료를 팽개치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노조는 "필수의료를 살리자면서 당장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을 팽개친 채 필수·지역·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개혁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며 의사들의 집단 휴진에 따른 진료변경 업무 거부를 선언했다. 의사 집단 휴진으로 진료과마다 무더기 진료변경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진료·수술 연기 또는 예약 취소를 통보 받는 환자 뿐만 아니라 병원 노동자들에게도 엄청난 고통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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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대다수 대학병원들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의대 교수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에서 휴진에 관한 의견을 묻고 자율적인 결정에 맡기다 보니 병원 차원에서도 구체적인 휴진 참여율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으나 사실상 당일이 돼봐야 상황 파악이 가능하다"며 "다짜고짜 콜센터로 전화를 걸어 폭언을 하거나 예약 관련 문의가 너무도 많아 직원들이 힘들어 한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병원의 관계자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18일이 되기 전에) 극적으로 타협점이 마련되기만 바라고 있다"며 "의사들의 집단행동 여파에 병원 경영상황까지 악화되면서 무급휴가를 가거나 직장을 잃게 될까 불안해 하는 직원들이 많다보니 내부 분위기가 냉랭해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고 극한의 대치가 지속되면서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참여연대는 "윤석열 정부가 의대 증원을 총선카드로 활용하며 지역·공공의료 확대 방안 없이 그저 숫자만 내세운 증원안을 사회적 논의도 없이 밀어붙였다"며 "말로는 비수도권 의사 증원이라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수도권 대형병원에 대부분의 인원을 증원하는 등 지역의료 문제 해결에 반하는 방안을 내놨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형병원 손실 보전을 위해 매달 2000억 원 가량의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는 데 국민적 동의도 구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지금이라도 극단의 사태를 초래한 숫자 논의를 수정해 공공의사 양성과 복무 방안까지 포함된 방안과 공공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로드맵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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