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폐지 앞서 보유세율 논의 먼저…상속세, 자본이득세로 대체해야
재정부담 큰 감세, 지출 구조조정 노력 절실
7월 세법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정부가 그간 폐지 또는 완화 방침을 거듭 밝힌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세가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야당에서도 변화한 우리 경제 구조와 시장 상황에 발맞춰 이들 세제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각론을 놓고는 의견 차가 여전하다.
정부의 세제 개편 기조가 '감세'로 향하는 만큼 재정 부담을 고려한 속도 조절 필요성도 제기되는 상황에서 아주경제신문은 12일 경제 전문가 8명을 대상으로 바람직한 세제 개편 방향에 대해 물었다.
종부세는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 부동산 시장 안정과 조세 형평성 제고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이후 주택 가격이 급등하며 투기와 무관한 실거주 1가구 1주택자까지 대거 과세 대상에 포함돼 과도한 세금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윤석열 정부 들어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높이고 주택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억제하면서 부과 대상이 줄었지만 1가구 1주택자 납부 비중은 여전히 27%에 달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 전문가 다수는 종부세 폐지 또는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개편 방안으로는 과세 대상이 동일한 재산세와 통합하는 것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주택) 공급이 비탄력적인 상황에서 세금 규제만으로 시장에 개입하려다 보니 부작용이 컸던 것"이라고 짚었다.
종부세 폐지와 관련해 '부자 감세' 수식 등 정치적 접근을 지양해야 한다고 밝힌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종부세가 징벌적 과세로 인식돼 버린 건 민주당 정부에도 책임도 있다"며 "(종부세) 폐지에 앞서 다른 선진국에 비해 굉장히 낮은 우리나라 보유세율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종부세 폐지에 반대한 김유찬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에서 종부세를 상당 부분 무력화시켰다"며 "종부세를 없애면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대비한 완충제가 사라진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상속세 완화에도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상속세가 과해 가업 승계에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며 "물려받은 자산을 매각해 발생하는 이익에만 과세하는 자본이득세 도입을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상속세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과표구간과 세율 체계에 대한 전면 조정이 필요하다"며 "자본이득세로 대체하는 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한편 기업 상속 등 사업용 자산에도 과감한 감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세제 개편 방향이 감세로 흐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재정 부담을 고려한 속도 조절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승석 부연구위원은 "감세 정책을 펴기에는 아직 경기 회복세가 강하지 않다"며 "일정 수준 감세에는 찬성하지만 재정 적자 누적을 가속화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이 동반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우철 교수는 "세금 감면 규모 중 절반 정도는 재정 지출 구조조정으로 충당해야 한다"며 "지난 5년간 누적된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지출 삭감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박기락 기자 kirock@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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