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맥주·댄스 파티·사후 피임약 제공…"등돌린 청년 투표장으로"
바이든 없는 바이든 캠페인…일각 "19세기 선거문화로 퇴행" 비판도
미국의 청년 유권자들 |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집세 경품, 공짜 맥주, 댄스 파티, 손톱 손질, 사후 피임약'.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정치에 관심을 잃은 젊은 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핵심 지지층인 청년층의 외면에 비상이 걸린 민주당 후원 그룹들은 펜실베이니아와 애리조나 등 핵심 경합주에서 투표에 나선다면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할 가능성이 큰 청년 유권자들의 대선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각종 '쿨'한 캠페인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경합주에서 박빙 열세를 이어가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가 임박하면 젊은 층 및 유색 인종 유권자들이 마음을 돌릴 것으로 내심 기대를 걸어왔지만 아직 이렇다 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민주당 후원 그룹들은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대신 경합주의 거점 도심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청년층을 투표장으로 유도하는 캠페인을 전개, 결과적으로 부동층 지반 확대를 노리는 전략을 실현 중이다.
링크드인 공동창립자인 리드 호프먼을 비롯해 억만장자 민주당 당원들의 후원을 조언하는 드미트리 멜혼은 "미국에는 45세 이하의 220만명 비투표층이 있지만, 이들은 선거를 제외한 모든 시민 행사에는 참여한다"며 이들의 정치 참여를 끌어낼 경우 바이든 대통령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없는 '바이든 선거캠페인'에 승부를 거는 셈이다.
이 같은 캠페인은 대개 예술가나 인플루언서, 연예인을 동반만 문화 행사를 기획해 투표 참여를 독려하거나, 공짜 푸드 트럭이나 맥주 파티 등을 통해 주의를 환기하는 형식을 취한다.
펜실베이니아주의 대도시인 필라델피아에서는 심지어 유권자 등록만 하면 한 달 집세를 제공하는 경품 행사를 열기까지 했다.
낙태 문제도 정치에 고개를 돌린 청년 유권자들을 끌어모으는 중요한 소재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는 지난 8일 '낙태를 위한 투표' 그룹이 버스로 도심 곳곳을 돌면서 사후 피임약을 나눠주며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행사를 벌였다.
일부 카운티에서는 모두 5번의 사전 투표가 실시되는 주말에 맞춰 투표소 인근에 이른 아침 레이브 파티를 열어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사실상 19세기 선거 문화로의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도널드 그린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른바 1880년대 개혁 이전에는 투표를 독려하는 악대 행진, 공연, 남성 전용 바에서 공짜 위스키 등을 즐길 수 있었다"며 이후 주나 연방법 차원에서 투표 혹은 투표 등록을 대가로 하는 이 같은 향응 제공이 금지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 대부분 주 선거법에서는 시민의 선거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돈, 음식 또는 기타의 향응을 제공하는 행위 자체가 금지되지는 않는다고 WP는 전했다.
게다가 익명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단체의 경우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직접적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이 같은 캠페인 운영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특정 행위를 요청하지 않는 이상 경품 행사도 자유롭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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