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마크롱 “의회 해산… 조기 총선”
EU 본부 벨기에서도 집권당 완패
EU 양대 극우정당 의석 13석 증가
두 정당 연대하면 EU ‘제3당’ 가능… “美 트럼프 지지 세력 고무시킬 수도”
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지지자들이 유럽의회 선거 결과 RN을 포함한 각국 극우 정당이 약진했다는 결과에 환호하고 있다. 파리=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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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성향을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회 선거 결과 유럽연합(EU) 내 극우 양대 정당이 각각 4, 5위에 오르며 크게 약진했다. EU의 양축인 프랑스와 독일에선 집권당이 극우 정당에 참패했다.
지지율이 극우 정당의 절반에도 못 미쳐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9일 의회를 전격 해산하고 30일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극우의 대약진을 두고 서방에서 ‘새로운 우파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현상이 유럽에 머물지 않고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을 고무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 佛마크롱, 극우에 밀리자 의회 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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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일 EU 27개 회원국에서 치러진 선거가 마무리된 뒤 유럽의회가 10일 낮 12시 기준 잠정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제1당인 중도우파 성향 유럽국민당(EPP)은 총 720석 중 185석(25.7%)을 얻어 1당을 유지하게 됐다. 제2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은 137석(19.0%), 제3당인 중도 자유당그룹(Renew Europe)은 79석(10.9%)으로 예상됐다.
극우 양대 그룹인 유럽보수와개혁(ECR)은 69석에서 73석으로, 정체성과민주주의(ID)는 49석에서 58석으로 의석이 늘었다. 두 극우 정당의 의석수가 현 의회에 비해 13석 늘어난 것으로, 두 그룹이 연대하면 현재 제3당인 자유당그룹을 누를 수 있다.
EU 회원국 유권자들은 자국 선거법에 따라 정당에 투표한다. 그 결과에 따라 각 회원국은 인구에 비례해 할당받은 의석수 내에서 당선인을 배분해 유럽의회 의원으로 보낸다.
출구조사 결과 ID 일원으로 프랑스 극우 마린 르펜 의원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은 약 31%를 득표해 자유당그룹에 속한 마크롱 대통령의 르네상스당(14.6%)을 두 배 넘게 앞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출구조사 결과 발표 1시간 만에 대국민 연설에서 “(선거를 통해) 여러분의 메시지를 들었다”며 “오늘 저녁 국회를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2022년 6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지 2년 만에 의회를 다시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할 수 있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독일 ‘신호등’ 연립정부에 속한 정당 3곳도 참패했다. 출구조사 결과 숄츠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SPD)의 득표율은 13.9%로, 극우 독일대안당(AfD·15.9%)에 2위를 내주고 3위에 그쳤다.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에선 9일 집권당 열린자유민주당이 5%대로 극우에 밀리자 알렉산더르 더크로 총리가 눈물을 흘리며 사퇴를 선언했다.
● “새로운 우익 시대 막 올라”
유럽 변방에서 부상하던 극우 세력이 핵심 정당으로 자리매김한 이유로는 고물가, 난민 유입에 따른 혼란, 친환경 정책으로 인한 비용 상승,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피로감 등이 꼽힌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유럽의회에서 각각 중도우파, 중도좌파 성향의 1, 2당 간 연정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네덜란드 정치학자 카스 뮈더는 미 워싱턴포스트(WP)에 중도우파 연정 내 일부 세력이 더욱 우경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중도우파와 극우 진영이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도 있다.
극우세력의 돌풍은 유럽에 머물지 않고 11월 미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P는 “자유주의적 가치의 보루처럼 여겨졌던 EU에서 극우 정당이 기록적인 세를 얻어 서방에 새로운 우익 시대의 막이 오를 수 있다”고 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선거 결과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피즘’(트럼프주의) 세력을 고무시킬 수 있다고 관측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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