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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취재파일] ③"안전성 얘기가 씨알이나 먹혔겠느냐"…채 해병 사망 전 '위험예지활동'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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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해병 사망사고를 둘러싼 책임 공방의 큰 줄기는 '수중 수색' 지시와 '수색 현장 안전 점검'으로 나뉩니다. 해병대원들이 수심 2m가 넘고 유속이 초당 2.5m에 이르는 강물에 들어가게 된 시발점은 어딘지 따져야 하는 동시에 이 수색 작전 과정에서 위험 요소들을 제대로 파악했느냐는 문제입니다.

앞선 취재파일➀, ➁에서 다룬 수중 수색 지시 논란과 비교해 회자는 덜 되고 있지만, 수색 전 현장 안전 점검이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는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에서 꼭 밝혀져야 하는 부분입니다. 현장의 위험 요소가 사전에 포착돼 적시에 조치됐다면 채 해병 사망을 막을 가능성은 커졌을 겁니다.

사고 발생 직후 해병대 수사단도 여기에 주목했습니다. 수사 계획서의 수사 중점 항목에는 '제대별 지휘관의 위험예지판단 등 지휘활동 여부 확인'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 이 부작위가 채 해병의 사망으로 이어졌는지를 수사로 밝혀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사건을 이첩받은 경찰도 마찬가지로 이 부분을 들춰보고 있습니다. (SBS 6월 5일 8뉴스 [단독] 사고 당일 '위험예지활동' 없었다…'안전장비' 검토 못 해 참고) 경찰은 위험예지활동이 사고 당일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배경이 무엇인지 수사하고 있습니다. 전날보다 더 위험한 수중 수색이 이뤄질 걸 예상했으면서도, 왜 사고 발생 당일에는 오히려 위험예지활동이 이뤄지지 않았는지 규명하겠다는 겁니다.

위험예지활동은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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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는 위험예지판단 또는 위험예지활동(위험예지훈련)으로 뒤섞여 쓰이지만 같은 의미입니다. 말 그대로 이 수색 작전이 위험하리라는 걸 미리 알았느냐는 뜻입니다. 알았다면 그에 상응한 조치를 했느냐는 겁니다.

위험예지훈련 개념을 이해하려면 위험성평가부터 알아야 합니다. 군 관계자는 "위험성평가의 내용이 실제 현장에서 행동화 되는 게 위험예지훈련"이라고 설명합니다. 국방안전훈령 2조는 위험성평가를 '국방 임무 수행 및 부대활동 수행 시 사전에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상 또는 질병, 국방자산의 피해 발생 가능성과 중대성을 추정·결정하고 감소 대책을 수립하여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규정합니다.

군복무를 한 남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해 봤을 수류탄 훈련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훈련에 앞서 작전, 군수, 통신 등 군의 각 기능 단위에서는 수류탄에 안전을 위협할 요인은 없는지, 훈련 교장에 안전 여건은 잘 갖춰져 있는지, 수류탄 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용한 소방이나 구급 시설은 준비되어 있는지 등을 점검하고 지휘부에 보고합니다. 이 평가를 바탕으로 훈련이나 작전 상황에서 위험에 대비해 실제 운용하는 게 위험예지활동(또는 훈련)입니다. 훈령 17조에는 '각급 기관의 장은 (중략)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감소대책을 수립하고 개선하는 등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경찰은 채 해병 부대 간부들을 소환해 사고 당시의 위험성평가와 위험예지활동에 대해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북경찰청은 지난 3월쯤 채 해병 부대 초급 간부들을 포함해 폭넓게 소환했습니다. 경찰은 여기서 "간부로서 어떤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조치했느냐"는 취지로 물으며 사고 전 마땅히 이뤄졌어야 할 위험성평가와 위험예지활동 여부, 그 적절성을 확인했습니다. 경찰청은 이어 채 해병 순직 299일 만인 지난 5월 13일 임성근 당시 해병1사단장을 첫 소환 조사했습니다. 임 전 사단장은 이 자리에서 '작전에 대한 건 해병 1사단의 권한이 아니므로 실제 위험을 예고하고 평가한 사실은 없다는 것'이냐는 경찰 질의에 "예"라고 답한 뒤 "그러나 제가 현장지도 중에 눈으로 봐도 확인할 수 있는 점은 조언해주며, 노하우를 공유했다"고 답했습니다.

7대대장 측 "안전성 얘기가 씨알이나 먹혔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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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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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해병 사고 전날인 지난해 7월 18일. 실종자 수색에 나선 포병대대는 수색 구역 10km에 대한 위험예지활동을 실시했고, 급류 형성과 도로 유실, 산사태 구간 등 수색의 위험성까지 구체적으로 보고가 이뤄졌습니다. 보고를 받은 여단장은 "무리하게 하천에 접근하지 말고 위험 지역은 도로 위주로 정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사고 당일에는 이 과정이 생략됐습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당일 임 전 사단장의 현장 방문이 예정돼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포병 11대대장 측은 위험예지활동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사단장이 시찰을 오기로 해 상황이 급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채 해병의 직속 부대장이던 7대대장 측 변호인도 위험성평가와 위험예지훈련에 대해 "중대장이나 대대장 등 지휘관이 해야 하는 임무"라면서도 "(당시 상황에서) 거기에 대고 무슨 안전성 얘기가 씨알이나 먹혔겠느냐"고 주장합니다.

이와 관련해 7월 18일 임 전 사단장은 경북 예천군 벌방리에 파견된 포병 3대대 9중대를 방문했습니다. 해병대 수사단 조사 내용에 따르면, 현장 지휘관(9중대장)은 "처음 온 작전지역이라 현장 확인 목적으로 병력들을 대기시키고 작업 간 안전 위해 요소를 파악하고 있었는데 사단장께서 말을 끊으며 '빨리 현장에 들어가라'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지휘관은 "(사단장이) 상황을 모르면서 병력 투입만 재촉해 뒤에서 저를 욕보이게 해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안전 점검을 하려 했지만 임 전 사단장이 묵살했다는 취지의 주장입니다. 7대대장 측은 "이런 분위기가 각 부대에 다 퍼졌는데 그 와중에 7대대가 안전 관련 브리핑이라도 할 수 있었겠느냐"고 주장했습니다.

사단장 "오히려 중대장보다 수준 높은 안전 교육 조치" 반박



임 전 사단장은 9중대장을 향한 '빨리 현장에 들어가라'는 발언 취지를 물은 SBS에 "당시 과업 시작 시간은 8시였는데 해당 중대(9중대)는 (현장에) 한 시간 반을 늦게 도착했다"고 답했습니다. 단순히 '늦었으니 빨리 하라'는 정도의 취지였다는 뜻입니다.

'사단장의 질책 때문에 안전 점검을 하지 못했다'는 9중대장 주장에 대해서는 '중대장이 '안전 위해요소를 파악하고 있었다고 심중에 두었다'고는 하지만 사단장에게는 보고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즉 9중대장이 안전 점검을 할 생각이었는지를 당시의 자신은 알 수 없었다는 겁니다. 그러니 자신이 안전 점검을 묵살한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이 해명은 '하겠다는 안전 점검을 막은 적은 없다'는 소극적인 태도인데, 이를 의식한 듯 임 전 사단장은 "곧바로 이어서 모든 것을 일시 중지하고 옆에 있는 여단장에게 제반 과업 수행 및 안전교육을 하도록 지시한 점까지 더하면, 오히려 중대장보다 수준 높은 안전교육을 여단장을 통해서 조치했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임 전 사단장 설명에 의하면, 예하 지휘관들은 본인이 강조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를 따르지 않고 안전보단 수색, 점검보다는 속도에 더 무게를 뒀다는 뜻이 됩니다.

형법상 '조건설'과 '원인설'…경찰의 판단은



채 해병 사망사고의 큰 줄기인 수중 수색 지시를 놓고 펼쳐진 입장 차는 '수중'이라는 개념 규정이 모호한 데서 비롯됐습니다. 반면 안전 점검 문제는 규정과 절차는 명확한데 이를 지키지 않은 데서 왔습니다. 경찰은 임 전 사단장의 사고 당일 현장 방문 예고와 바둑판식 수색 정찰 강조, 앞선 현장 시찰에서의 질책 등이 직간접적으로 안전 점검 절차를 생략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채 해병 사망으로 이어졌는지를 짚어보며 형법상 '조건설'과 '원인설'을 따져 법리 검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건설은 '선행 사실이 없었다면 결과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으로, 인과관계를 폭넓게 인정하는 견해입니다. 위에서 지적한 임 사단장의 발언과 행위가 없었다면 위험예지활동을 안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채 해병이 복무했던 부대를 전역한 한 해병대 예비역은 기자에게 "나 때는 사단장이 태권도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주말 내내 연병장에 매트 깔아놓고 태권도 대련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상명하복이 생명인 조직일수록 최상급자의 말 뿐 아니라 취향, 표정과 손짓 하나하나가 사실상의 지침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건설을 뒷받침하는 쪽입니다.

다만 업무상과실치사를 다룬 판례의 경우, 조건설을 전제로 하면서도 결과 발생에 '중요한' 영향을 준 원인만 인과관계로 인정하는 원인설이 다수입니다. 경찰은 법리 검토를 바탕으로 이르면 이달 안으로 임 전 사단장의 검찰 송치 여부를 최종 판단할 방침입니다.

신용일 기자 yongi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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