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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 점령지, 팔레스타인 노동 여건 어떻길래 [ILO 총회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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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ILO 총회서 아랍점령지 노동 ‘수면 위’

팔레스타인 “일 브로커에 국민소득 30%”

이스라엘, 하마스 테러 규탄하면서 반박

둘 다 박수···“이스라엘 때 청중들 이석”

ILO “17년 봉쇄···전쟁 후 노동시장 붕괴”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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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일터는 우리 노동자에게 ‘죽음의 부족’과 같습니다. (Places of work in Israel have become like a death tribe for our workers.)

에나스 다하다 팔레스타인 노동부 장관이 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112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의 아랍 점령지 노동자 실태 특별 회의에서 한 극단적인 비유다. 이 회의는 사실상 가자지구의 실태를 고발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공론장이다. 다하다 장관은 “팔레스타인 노동자는 4시간 가량 (가자지구) 검문소를 통과해 이스라엘 일터로 간다”며 “(일터의) 작업 조건은 열악하고 추가 근무에 대한 보상이 없다, 1970년 이후 수천명의 노동자의 권리가 멈췄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지역인 가자지구에서 수십 년간 팔레스타인을 대상으로 한 노동 착취가 일어났다는 주장이 국제 사회 수면 위로 올랐다. 이 상황은 이스라엘이 수십년 간 가자지구를 점령하면서 만들어진 탓에 전쟁이 종식되더라도 개선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이스라엘은 사실 무근이라며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ILO는 올해 총회 기간 아랍 점령지의 노동자 실태 파악을 위한 회의를 열만큼 가자지구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미 ILO는 1980년 이스라엘의 정착 정책 강화에 대해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ILO가 이번 회의를 지원하는 성격으로 팔레스타인과 공동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가자지구는 작년 10월 전쟁 발발 후 실업률이 79%로 치솟았고 국내총생산은 83% 급감했다.

ILO의 우려는 전쟁 후 가자지구뿐만 아니라 ‘전쟁 전 가자지구’다. 팔레스타인의 노동시장은 점령지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전쟁 전부터 과도한 취업 허가 규제와 브로커가 의심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을 피해 가자지구로 몰려간 시기는 1960년대부터다. 가자지구는 자립자족 기능이 약해 이스라엘로 넘어가 일자리를 얻어야 했다. 다하다는 장관 “팔레스타인 노동자는 점령국(이스라엘)에서 일하는 허가증 중개인에게 국민소득 약 3분의 1을 지불하고 있다”며 전쟁 중단을 넘어 점령 중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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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베르 웅보 ILO 사무총장은 팔레스타인과 공동 작성한 보고서를 ‘자신의 보고서’라고 할만큼 그동안 가자지구 사태 해결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6일 점령지 노동 회의 개회사에서도 “전쟁 이후 가자지구의 노동시장은 붕괴됐고 노동권은 말살됐다”며 “17년간 가자지구는 봉쇄돼 노동시장은 생존활동으로 대체됐다, 이스라엘에서 일은 팔레스타인에게 생명선과 같았지만, 작년 10월 이후에는 소수만 이스라엘에 접근할 수 있다”고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이스라엘의 취업 허가 제도와 관련된 브로커 관행 바꿔야한다고 팔레스타인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스라엘은 이 회의에 참석해 팔레스타인의 주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다만 팔레스타인이 제기한 근로조건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반박 보다 전쟁의 원인과 전쟁 중단의 당위를 강조했다. 이스라엘 정부 대표인 예라 시트린은 “(이 회의에서) 맹목적인 이야기를 예로 들고 있다”며 “테러리스트들이 병원, 학교 등에서 활동하는데, 이 포럼(회의)는 가자지구의 노동조건을 어떻게 다루려는 건인가”라고 반박했다. 가자지구 전쟁은 팔레스타인 이슬람주의정당인 동시에 테러단체인 하마스의 침공으로 시작됐다. 이어 그는 “(팔레스타인 등은) 이스라엘을 악마화했다”며 “하마스는 병원, 학교 아래 터널 네트워크를 구축해 민간기반시설을 테러를 위한 벙커로 바꿨다, 이스라엘이 국제협약을 위반했다는 주장은 근거없고 사실이 아니다, (하마스가 붙잡은) 인질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회의는 36명의 각국 노·사·정 대표가 10분 내외 릴레이 연설로 진행됐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대표 모두 연설을 마친 후 청중으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ILO 총회에 참석 중인 우리나라 노동자그룹 한 관계자는 “이스라엘 대표 발언이 시작되자 청중 절반 정도 자리를 떠났다가 발언이 끝나고 다시 돌아왔다”고 귀띔했다. 이석으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와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을 우회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단 우리나라의 총회 참석단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노사정 대표는 10일(현지시간) 대표자 연설을 할 예정이지만, 가자지구에 대한 입장을 낼지는 미지수다.

제네바=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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