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1 (금)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인도 '모디 3기' 힘겨운 첫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나렌드라 인도 총리가 총선에서 세 번째 승리를 어렵게 거머쥘 분위기다.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 이후 처음으로 3연임이 유력하다. 앞서 기대했던 압도적 승리는 아니었으나 모디 총리가 이끄는 여당 연합은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세계 3위 경제 대국을 향한 친시장 정책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다만 빈곤과 소득 불평등, 실업 등은 모디 총리가 헤쳐 나가야 할 과제로 꼽힌다.

머니투데이

지난달 7일(현지시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투표를 마쳤다는 표시로 잘 지워지지 않는 잉크가 묻은 손가락을 보여주고 있다./AFPBBNews=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인도 총선 개표가 시작된 지 약 5시간이 지난 현재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 주도 정치연합인 국가민주연합(NDA)은 543개 지역구 가운데 289곳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총선 승리 기준인 과반(272)을 넘긴 것이지만 앞서 모디 총리가 제시한 목표인, BJP 단독 370석 및 여당 연합 400석엔 크게 못 미친다. 라훌 간디 전 인도국민회의(INC) 총재가 주도하는 야권 연합 인도국민발전통합연합(INDIA)은 222곳에서 우위를 점하며 선방하고 있다. 여당 연합이 353~401석을 차지하며 압승할 것이라던 출구조사와는 딴판인 결과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하루 전 사상 최고치를 썼던 인도 증시 벤치마크인 니프티50지수는 4일 장중 8% 넘게 폭락했다. 루피와 인도 국채 가격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모디 총리가 압도적 지지를 얻지 못한 만큼 향후 국정 운영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단 우려가 반영된 탓이다. 당초 투자자들은 모디 3기가 절대적 지지를 바탕으로 제조업 육성과 인프라 확대 등 현재의 친시장 경제 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것이란 기대를 키웠던 터다. 인도는 지난해 세계 1위 인구대국이 됐고 미중 갈등의 반사익까지 보며 주목받았다.

전문가들은 모디 총리가 근소한 승리를 거두면서 앞서 공약한 토지와 노동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고 향후 정책에 포퓰리즘이 침투할 여지가 커진다고 지적했다. 카나라로베코자산운용의 아브니쉬 자인 채권 총괄은 "여당 연합이 정부를 구성하더라도 힘이 약하면 개혁을 힘있게 추진하기 어렵다"면서 "재정 지출 확대와 포퓰리즘 정책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투자자들은 시장 조정이 단기에 그치고 장기적인 인도의 성장 스토리는 유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픽텟은행의 동 첸 수석 아시아 전략가는 "나는 여전히 모디 총리의 정책 방향이 유지되고 장기적으로 인도 경제를 뒷받침할 것을 본다"면서 "워낙 증시가 고평가됐기 때문에 조정 기간 진입 기회를 엿볼 것"이라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집권 3기 중 인도 경제 규모를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로 만들겠단 구상이다. 증권사 제프리스는 2027년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인도 자산운용사 아난드라티웰스의 페로제 아지즈 부CEO는 "인도 정부의 투자가 향후 5년 동안 계속된다면 성장률과 경제 파급 효과, 세수 등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모디 총리가 풀어야 할 경제 과제도 만만치 않다. 8%대 성장률에 비해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다르단 지적이 많다. 국민의 생활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2022년 2410달러(약 331만원)로 중국(1만2720달러)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세계 136위다.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가계 부채는 사상 최고 수준이지만 가계 저축률은 5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노무라홀딩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기저의 성장세는 헤드라인 수치가 보여주는 것보다 약하다"며 "성장률을 지탱하는 건 민간 소비나 민간 설비투자가 아니라 강력한 정부의 재정투자"라고 지적했다.

소득 불평등도 심각하다. 파리 소재 세계불평등연구소(WIL)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인도 상위 1% 부유층은 인도 전체 부의 40%를 차지한다. 영국의 식민 통치 때보다 빈부 격차가 더 심하단 평가다.

높은 성장률에도 새 일자리가 충분히 창출되지 못하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델리에서 대학을 졸업한 아물 탄돈은 최근 독일 도이체벨레 인터뷰에서 "인도가 서비스, 제조업, 농업 발전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률을 낸다고 하는데 어느 분야에서건 일자리를 찾는 게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민간 경제조사기관 인도경제모니터링센터는 3월 보고서에서 "도시와 달리 농촌 실업률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올해 2월 인도의 실제 실업률은 8%로 공식 실업률의 2배가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모디 총리가 강조하는 힌두 민족주의 역시 외국인 투자 유치의 걸림돌로 꼽힌다. 두바이 소재 자산운용사 달마캐티널의 게리 두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도에 수많은 종교가 있는데도 하나의 종교를 내세운 민족주의는 엄격한 외국인 투자 기준에 맞지 않을 수 있다"면서 "힌두교가 우위에 있고 다른 종교는 밀려난 것처럼 보이는 현재 시스템은 공정해 보이지 않는다. 외국 투자자들은 인도에서 소수 민족이 공정하게 대우받는지에 점점 더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