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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단독] 정재호·싱하이밍 대사 모두 '기피 대상'... 한중 정부 면담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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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정상회의 열렸지만 한중관계는 여전히 냉기류
한국일보

지난달 26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한중 양자회담.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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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 정부가 각각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정재호 주중대사를 지난 1년간 사실상 '접견 제한' 대상으로 지정해 면담을 피하며 접근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중일 정상회의를 5년 만에 재개하며 소통과 협력에 물꼬를 텄지만 한중 양국의 신경전은 여전한 것이다.

2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내 외교전문가들과 만난 중국 고위당국자는 "한중 상호 대사들에 대한 사실상의 접촉 제한(불가촉) 조치가 풀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정재호 주중대사를 의도적으로 상대하지 않는 상황이 지난해 6월 이후로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한중 양국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싱하이밍 대사에 대한 제한 조처가 풀려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사와 싱 대사는 지난달 26, 27일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의 한중‧한중일 정상회담 자리에 배석했다. 두 대사는 한중일 정상회의 준비 과정에서도 외교전문가나 경제관료와 접견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한때 양국 간 신경전이 사실상 봉합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전직 고위 외교관은 "싱 대사는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서 중국에 '적절한 조치'를 촉구한 인물"이라며 "당장 싱 대사와의 소통을 정상화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도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위해 일시적으로 싱 대사에 대한 제한을 풀어준 것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6월 싱 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할 것"이란 협박성 발언을 한 이후 우리 정부는 싱 대사와의 접견을 제한하고 있다. 당시 여당에서는 싱 대사를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피 인물'은 외교사절을 추방하는 조치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싱 대사를 구한말 ‘위안스카이’에 빗대며 중국 측에 '적절한 조치'를 촉구했고 양국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그러자 중국은 맞대응 차원에서 정 대사를 초치하고, 그와 중국 고위급과의 소통을 사실상 차단했다. 마침 윤 대통령의 '대만' 발언과 정 대사의 공격적 발언으로 면담이 여의치 않던 상황이었다. 정 대사가 지방 일정을 소화할 때도 당 서기가 아닌 성장이나 부성장이 면담에 응하도록 해 격을 일부러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왕이 외교부장은 각각 한덕수 총리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싱 대사에 대한 신임을 강조하며 우리 측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고 한다.

이처럼 양국 외교의 선봉에 서야 할 대사들이 모두 활동반경이 제한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끝나지 않고 있다. 한중 정상회의 합의사항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중관계의 국익을 고려해 자연스럽게 접촉 제한을 푸는 것이 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왕휘 아주대 교수는 "대사관은 외교 합의사항을 이행할 때 가장 주도적 역할을 하는 소통 창구"라며 "양국 정부가 외교 공간을 확보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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