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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선박 결함 미신고 시 처벌…헌재 “합헌, 사고 예방 필요성 커” 첫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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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안전법 위반 혐의

징역형 집행유예, 벌금형 등 처벌받자

청구인, 위헌 주장하며 헌법소원 심판 청구

헌재, 기각…“사고 예방 필요성 크다”

헤럴드경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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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선박 소유자와 직원이 선박의 안전설비 결함을 발견했는데도 신고하지 않았을 때 처벌받도록 한 선박안전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첫 판단이 나왔다. 선박 사고를 예방해야 할 필요성이 큰 점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문제가 된 선박안전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했다. 해당 조항을 위반해 처벌된 대표이사 A씨 등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해상화물을 운송하는 법인의 대표이사였다. 사건은 2017년 3월, A씨가 소유한 화물선이 남대서양 해역에서 침몰해 선원 22명이 실종되면서 시작했다.

조사 결과, 수사기관은 A씨와 선박의 수리 업무 등을 맡은 공무감독들을 형사 재판에 넘겼다. 이들이 사고 발생 몇 개월 전, 선박의 보강재 일부가 휜 사실과 평형수 탱크에 균열이 발생해 누수가 생긴 것을 알았으면서도 신고하지 않은 혐의를 적용했다.

선박안전법은 “누구든지 선박의 감항성(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성능) 및 안전설비의 결함을 발견한 때는 신고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동시에 “선박 소유자와 선장, 직원이 신고하지 않았을 땐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형사 재판 결과,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박의 수리·유지보수 등 업무를 맡은 공무감독들에게 벌금 300만원씩을 선고했다. A씨 등은 여기에 반발했다. “본인들에게 적용된 선박안전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가 기각 당하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헌재는 6대3 의견으로 A씨 등의 주장을 기각했다. 처벌 조항이 해운업계의 잘못된 관행에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고려했을 때 위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도 “감항성의 결함이 규범적 개념으로서 그 의미가 다소 광범위하긴 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안전한 항해와 관련된 무수히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며 “바다의 상황은 계절과 기상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므로 법령에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바람직하다고 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해당 조항은 선박의 결함을 발견하고도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이를 은닉함으로써 막대한 인명피해 사고로 이어져 온 해운업계의 잘못된 관행에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선박 소유자의 관계인에게 신고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박 사고는 육지 사고에 비해 막대한 인명피해와 물적 손실이 발생할 위험성이 크다”며 “사전에 그러한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예방할 필요가 있으므로 형사 처벌하도록 한 것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이종석·이은애·정형식 재판관 3인은 반대의견을 남겼다.

이들은 “신고의무 조항이 죄형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며 “감항성의 의미가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은 까닭에 아주 사소한 결함까지 모두 신고해 선박의 운행에 지장이 초래되는 것을 감수하거나, 이를 신고하지 않은 채 사후에 적발되지 않기를 기대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남겼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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