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심판론 완화할 전략 부재"
"비주류화 된 보수, 위기 처해"
국민의힘 대회의실 입구.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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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관리'를 잘해야 하는 국민의힘에 대한 심판을 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4·10 총선에서 참패한 것은 '경제 변수'를 간과한 결과라는 학계의 평가가 나왔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호주대사 임명'과 '카이스트 졸업생 입틀막 사건' 등 정치적 쟁점보다 '대파 논란' 등 경제 문제에 유권자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의미다.
한국정치학회는 31일 국회에서 '22대 국회의원 선거 평가'를 주제로 특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여당의 패배 원인과 각종 도덕성 논란에도 압승을 한 야당의 승인을 주로 다뤘다. 박범섭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경제는 정말 중요한 변수였다. 경제가 안 좋으면 집권여당의 낮은 '보트셰어(Vote Share·득표율)'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 이후 구성된) 국민의힘 첫목회가 '이태원 참사',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입틀막 사건' 등을 패인으로 언급했다"며 "그런데 이런 정치적 사안과 정치인 실언이 없었다면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이 없었을까"라고 반문했다. 심판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전통적으로 보수당은 '물가 관리'를 잘하면 득표율이 올랐다. 인플레이션은 치명적"이라며 "대파값은 단순 가격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힘은 (물가 관리를) 잘해야 하는 당임에도 못했다. 이것에 대한 심판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렇게 중요한 문제인데도 총선 결과를 분석하는 국민의힘 관계자들 어느 누구도 경제적 원인을 제대로 짚은 사람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총선 패배 이후 당 총선백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패배 원인 분석 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간 책임론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상황이다.
그는 "(국민의힘이) 경제 위축에 대한 심판론을 완화하고 회피할 선거 전략이 없었던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경제 평가에 대한 책임을 물은 선거였다. 기능적 측면에서 한국 민주주의 작동의 청신호라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보수 과소대표 된 선거" "소수 아니지만 위기"
한동훈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3월 21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지역 후보들과 지지 호소를 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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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패인이 선거 지형 변화에 따른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참석자들은 대체로 '보수 위축' 현상과 위기에 공감했지만, 진보에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고착화됐는지에 대한 평가에서는 엇갈린 분석을 내놓았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한국 보수는 일시적으로 비주류가 된 것은 맞지만 영구 고착된 것은 아니다. 유권자 이념 지형도 진보, 보수가 큰 차이가 없다"며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를 철회하면서 중도보수와 2030세대의 이탈을 부른 것"이라고 말했다. 장선화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도 "만약 보수가 소수화됐다고 하면 진보에 유리한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아직) 그렇게 나타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보수가 과소대표된 선거에서 보수가 소수화됐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반면 정상호 서원대 교수는 "오랜 기간 한국 정당체계는 보수독점이었지만, (현재는) 해체 중"이라며 "보수, 진보의 균형적 정당체제가 새롭게 나오고 있다"고 봤다. 그는 "보수는 한국 사회에서 소수가 아니지만, 위기에 처해 있다"며 "한국의 보수는 대구·경북(TK) 고립을 못 벗어나면 질이 나빠진다. 보수가 어려울 때마다 서문시장,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찾아가는 패턴들이 지속되는 한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 운영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윤왕희 서울대 교수는 "특히 현역 의원과 장관 출신 등에 대한 무분별한 지역구 재배치가 '우선추천(전략공천)' 형태로 진행되면서 해당 지역구 정치생태계가 심각하게 왜곡됐다"며 "이런 형태는 공천 과정의 중앙집권성을 강화하고 여러 지역구의 정치 시스템을 교란한다"고 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이민석 인턴 기자 minseok10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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