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쉬자인에 최대 90억원 벌금·주식시장 평생 진입금지 조치
쉬자인 전 헝다 회장 |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 부동산 위기의 진원지로 꼽히는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채권 사기 발행과 연차 보고서 허위 기재 문제로 중국 증권 당국으로부터 한화 8천억원 규모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31일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증감회는 헝다부동산 채권 사기 발행 및 정보 공개 위법 사건에 대해 처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증감회는 헝다부동산에 시정 명령과 경고, 벌금 41억7천500만위안(약 8천억원), 헝다부동산 전 회장이자 실제 지배인 쉬자인(許家印)에게는 최대 4천700만위안(약 90억원)의 벌금과 증권시장 평생 진입금지 조치를 각각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헝다부동산은 2019∼2020년 매출을 미리 인식하는 방식으로 매출·이윤을 허위로 늘려 거래소 시장 공개 발행 채권이 사기 발행되게 했고, 공개 연차 보고서를 허위로 기재했다고 증감회는 지적했다.
또 헝다부동산에는 정기 보고를 일정대로 공개하지 않는 점과 중대 소송·중재 사건을 규정대로 공개하지 않은 점, 만기 도래 채무 상환 불능 상황을 공개하지 않은 점 등의 문제도 존재한다고 했다.
증감회는 헝다부동산의 채권 사기 발행 행위에 대해 모집 자금의 20%에 해당하는 벌금을, 정보 공개 위법 행위에 대해 최고 벌금을 부과해 채권시장 통일적 법 집행이 시작된 이래 가장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증감회는 관련 부동산 중개기관에 대한 조사도 추진 중이라며 이번 단속이 다른 업체로 확대될 것임을 시사했다.
쉬 회장이 1997년 광둥성에서 설립한 헝다는 부동산으로 사업을 시작해 금융, 헬스케어, 여행, 스포츠, 전기차 사업을 아우르는 재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2017년 기준 보유재산 420억달러(약 57조원)로 아시아 부자 2위에까지 올랐고 회사 역시 한때 중국 2위의 부동산 개발 업체로 성장했지만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공격적인 인수·합병, 신사업 투자 등이 역풍을 부르면서 부채가 쌓였다.
이런 상황에서 헝다는 금융 리스크를 줄이고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당국의 각종 조치에 역풍을 맞았다. 국유은행이 앞다퉈 부동산 프로젝트 관련 대출 회수에 나서면서 심각한 자금난에 빠진 것이다.
결국 헝다는 2021년 말 역외 채권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시작으로 주택건설 중단, 하도급업체 공사대금 미지급 등으로 중국 부동산 위기의 진앙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빚을 진 부동산 개발업체로, 총부채는 약 443조원(2조3천900억위안·약 3천270억달러)에 달한다.
기업의 심각한 경영난과 맞물려 쉬 회장 재산도 현재 약 18억달러(약 2조4천억원)로 쪼그라들었고 헝다는 작년 9월 공시를 통해 쉬 회장이 범죄 혐의로 강제 조치(구속)됐다고 발표했다. 쉬 회장에 앞서 헝다의 일부 전·현직 직원도 당국에 체표·구금됐다.
홍콩 법원은 올해 1월 헝다의 홍콩 증시 상장 법인인 중국헝다(中國恒大)에 대해 청산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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