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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우크라에 러 본토 타격 허용' 압박받는 미…러 내부선 "핵폭발 시연" 위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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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를 러시아 영토 내 타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동맹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미국 쪽은 "적응과 조정"을 언급하며 해당 가능성을 일단 열어뒀지만 확전 우려에 고심이 커지는 모양새다. 관련해 러시아 내에선 "핵폭발 시연" 주장까지 나오는 등 위협이 강화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9일(이하 현지시간) 몰도바 키시너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를 타격할 때 서방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동의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2년이 넘는 기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 지원의 또 다른 특징은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해 왔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상황이 변하고 전장이 변하고 러시아의 침략과 확전을 추구하는 방식이 변함에 따라 우리도 적응하고 조정해 왔으며 계속해서 그렇게 할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해 무기 사용 제한 해제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풀이된다.

블링컨 장관은 다만 "우리는 우크라이나 영토 밖 공습을 장려하거나 허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 지원은 전장 상황에 따라 적절히 진화해 왔다"면서도 "현재로선 정책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최근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연달아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타격에 대한 서방 무기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미국에 관련 압력이 커졌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24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나토 동맹국들을 향해 러시아 내 군사적 목표물을 공격하는 데 해당 무기 사용을 금지한 조치를 끝낼 것을 촉구했다.

매체는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미국을 향해 이러한 주장을 한 것이 분명하다고 봤다. 이어 27일 나토 의회연맹 총회에서도 나토 동맹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의 러시아 내 합법적 목표물 타격에 대한 일부 제한이 해제돼야 한다고 촉구하는 선언문이 채택됐다.

28일 마크롱 대통령도 숄츠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러시아 군기지를 "무력화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무기를 전달하고 있지만 사실상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할 순 없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숄츠 총리도 우크라이나가 국제법에 따라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이 허용된다"며 "일부 사람들이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하고 이를 위한 적합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허용돼선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며 조심스럽게 동조하는 목소리를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관련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관련해 내부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9일 이 사안에 정통한 미 당국자를 인용해 이 주제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안보 보좌진들이 관련해 대통령에게 정식 권고를 내기 위해 "매우 활발한 과정"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서방은 전쟁 초반엔 금기로 여겼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차(탱크), 전투기 지원 빗장을 연이어 풀어 왔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 보좌관 중 일부는 바이든 대통령이 무기 사용 제한 관련 입장을 바꾸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미국이 제공한 무기로 러시아 영토 안쪽을 타격하는 것을 허용하더라도 국경 바로 근처의 군사적 목표물로만 이를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이나 주요 기반 시설에 대한 타격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신문은 당국자들이 만일 바이든 대통령이 무기 사용 제한을 해제하더라도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관련해 러시아 내부에선 핵폭발 시연까지 언급되는 등 위협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로이터> 통신은 러 싱크탱크 외교국방정책협의회 회원이자 안보 전문가인 드미트리 수슬로프가 현지 매체 기고를 통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서방 무기로 러시아 영토 공격을 허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비전투적) 핵폭발 시연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를 통해 "러시아 정부의 확전 준비 태세"를 서방에 확인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세계 모든 방송 채널에서 생중계될 핵폭발로 인한 버섯 구름의 정치적, 심리적 효과가 서구 정치인들에게 그들이 잊은, 1945년 이후 강대국 간 전쟁을 막아 온 핵전쟁에 대한 공포를 상기시키길 희망한다"고 위협했다.

앞서 2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을 향해 "전지구적 갈등을 원하는가"라며 우크라이나의 서방 무기를 통한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은 "심각한 후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기대됐던 대반격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몇 달 간 지연됐던 미국 무기 인도가 최근에야 재개되며 최근 우크라이나는 전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뿐 아니라 이달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가 있는 북동부에 새로운 전선을 열었다.

이에 따라 하르키우는 최근 러시아 공습의 빈번한 표적이 되고 있으며 지난 주말엔 이 지역 한 대형 상점이 공격 당해 <로이터>에 따르면 29일까지 19명의 주검이 발견됐고 30일에도 이 지역 기반 시설에 대한 공습으로 가스관이 파괴되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현지 당국자들이 밝혔다.

프레시안

▲몰도바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29일(현지시간) 키시너우 대통령궁에서 공동 기자회견 뒤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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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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