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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선거 D-7] ④ '행정부 수반' EU 집행위원장 연임 청신호, 이변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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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데어라이엔, '1위 유력' 정치그룹 EPP 후보 확정…연임시 '새 기록'

2019년 인준투표 턱걸이, '멜로니 정당과 협력' 발언에 반발 사기도…제3후보군은 아직

연합뉴스

연임 도전한 EU 집행위원장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의회 선거는 향후 5년간 유럽연합(EU) 정책을 주도할 행정부 수반 격인 차기 집행위원장 선출의 풍향계이기도 하다.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집행위원장 선출에 연계하도록 한 '슈피첸칸디다트'(Spitzenkandidat·이하 선도후보)라는 독특한 제도로 인해 두 사안이 직결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유럽의회 선거 결과와 별개로 EU 정상회의 비공개 논의에서 집행위원장 후보가 결정됐다.

그러다 2014년 선거부터 선도후보 제도 도입에 합의,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정치그룹(교섭단체) 대표 후보를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우선 고려'하는 것으로 제도가 바뀌었다.

이에 따라 큰 이견이 없는 한 선거 1위 정치그룹 후보가 EU 정상회의에서 집행위원장 후보로 추천돼 유럽의회 인준투표에서 과반 찬성표를 얻으면 선출이 확정된다.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이 EU를 대표하는 최고직인 집행위원장을 사실상 직접 뽑는 듯한 직선제 효과를 노린 것이다.

2009년 발효된 EU 기본법 격인 리스본 조약에 있는 '집행위원장 지명 시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고려한다'는 조항의 취지를 명시화한 것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로 현 집행위원장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65)의 연임 여부가 꼽히는 이유다.

2019년 취임해 지난 5년간 집행위를 이끈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번 선거에서 유럽의회 제1당 격인 중도우파 성향 유럽국민당(EPP) 선도후보로서 유세를 이끌고 있다.

연임 성공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또 한 번 역사에 남을 만한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는 2019년 임명 당시에도 EU 전신인 1957년 유럽경제공동체(EEC) 출범 이래 첫 여성 행정부 수반으로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여론조사 분석기관인 '유럽 일렉트'에 따르면 EPP는 이번 선거에서 180석을 확보해 무난하게 1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으로선 일단은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2019년 취임하자마자 '그린딜'(Green Deal)로 대표되는 산업 전반에 걸친 녹색전환 정책과 각종 환경규제를 거침없이 추진했다.

2022년 2월24일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에 초유의 에너지 위기가 터졌을 당시에는 러시아산 화석연료 탈피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며 '리파워EU'(REPowerEU)라는 에너지 정책 패키지를 내놓는 등 적극적인 대응으로 어느 정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하며 우크라이나 난민을 대거 받아들이는 한편 각종 면세 혜택이나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전쟁 장기화 여파로 EU 전역의 물가가 치솟는 등 경기가 악화한 데다 기후변화 대응에만 초점을 맞춘 엄격한 규제 탓에 EU 산업계의 경쟁력이 더 후퇴했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선거를 앞둔 몇 달간 간 유럽 전역에서는 EU 집행위의 환경규제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기도 했다.

일부 EU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그의 업무수행 방식이 독단적이라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엇갈리는 평가 속에 유럽의회 인준투표도 변수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연임하기 위해서는 새로 구성될 유럽의회 투표에서 720석의 과반인 최소 361표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한다.

소속된 EPP뿐 아니라 다른 정치그룹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기존 의회에서 EPP와 협력했던 중도좌파 성향의 제2당 사회민주진보동맹(S&D)과 중도 성향 자유당그룹(Renew Europe)이 각각 이번 선거에서 138석, 86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단순히 계산해보면 S&D와 자유당그룹 대부분이 지지하면 된다.

그러나 최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TV 토론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끄는 강경 우파 성향 정치그룹인 유럽보수와개혁(ECR)과 협력할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S&D는 폰데어라이엔의 연임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EPP 내부에서조차 그에게 반대표를 던지는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나온다. 2019년 인준투표 당시에도 과반을 겨우 넘겨 선출됐다.

폰데어라이엔은 2019년 선거 당시엔 EPP 후보가 아니었음에도 EU 정상회의 '밀실 논의' 과정에서 갑작스레 집행위원장 후보로 등장해 선도후보 제도를 무력화했다는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 제도가 아직 완전히 자리잡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제3의 인물'이 후보로 낙점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다만 현재까지 거론되고 있는 이렇다할 후보군은 표면화되지 않은 상태다.

EU 정상들은 선거가 끝난 직후 열리는 내달 17일 비공식 회동 및 27∼28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집행위원장 후보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인준투표는 7월 16∼19일 하반기 첫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투표 부결 시 EU 정상들은 한 달 이내에 새로운 후보를 다시 추천해야 한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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