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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열린마당] 의약품 점자·수어 안내 7월부터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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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한 분이 “아들이 세 살 때 열이 났는데 해열제 대신 멀미약을 먹일 뻔한 적이 있다”고 속상해했고, 머리가 아파 두통약을 먹었는데 알고 보니 소화제였던 경험도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의약품에 점자 표시가 없어 겪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난 4월20일은 마흔네번째 맞이하는 ‘장애인의날’이었다. 1972년부터 민간단체에서 개최해 오던 ‘재활의날’에 이어, 유엔이 1981년을 ‘세계장애인의해’로 선언한 것을 계기로 정부에서 ‘장애인의날’로 정해 기념해 오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장애인의 복지증진 등을 위한 정책들을 꾸준히 추진해 왔지만, 여전히 사회 제도와 시설은 장애인에게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있다.

세계일보

김상봉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국장


요즘은 누구나 인터넷, 소셜 미디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정보 접근이 쉽지만, 장애인은 접근이 취약한 정보 소외계층으로 단순히 생활의 불편함을 넘어 여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 중 중요한 문제는 의약품 사용이다.

시·청각장애인들은 혼자 약국이나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워 몸이 아파도 참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약국을 쉽게 방문할 수 없어 약을 미리 사두다 보니 유효기간이 지난 약을 방치하기 쉽고, 보관해 둔 의약품들을 서로 구별하지 못하는 상황도 생긴다.

청각장애인 역시 수어 통역사가 없으면 몸이 아픈 증상에 대해 정확히 전달할 수 없다. 보호자가 있어도 보호자가 보는 환자의 상태만 전달돼 증상에 알맞은 약을 처방받기 어려워 때론 적절한 의약품을 복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의약품은 환자의 생명과 직접 연관이 있어 작은 실수나 사고로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1년 ‘약사법’을 개정해 장애인이 의약품 안전정보를 쉽게 확인하고 오·남용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의약품의 포장 등에 점자 및 음성·수어영상변환용 코드 표시를 의무화했고, 이 제도는 7월부터 시행된다.

이제 시·청각장애인들이 안전상비의약품 등 대상 의약품의 ‘제품명’은 점자와 음성·수어영상으로 모두 확인이 가능하고, 그 외 ‘효능·효과’, ‘용법·용량’, ‘사용상의 주의사항’ 등은 음성·수어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코드 테두리에 양각 또는 촉각 돌기 등을 표시하여 쉽게 인지할 수 있고, 그 코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스캔하면 해당 의약품 허가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의약품 모바일 간편검색서비스’도 운영되고 있다.

장애인이 정보 소외계층에서 벗어나 온전히 사회 일원으로서 당당히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시각장애인연합회와 함께 한자리에서 “의약품 제품명을 점자로 직접 확인해 증상에 맞는 의약품을 복용하는 것이 시각장애인에게 정말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앞으로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시·청각장애인에게 보다 안전한 의약품 사용 환경을 조성하고, 정부의 국정 목표인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상봉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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