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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이재용 '무노조 종식' 4년 만에 삼성전자 휩쓴 '파업 소용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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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는 29일 오전 서울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을 선언했다. 사진=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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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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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차재서 기자]

삼성전자 근로자들이 끝내 거리로 나왔다. 임금·복지 시스템 개선을 위한 사측과의 수차례 협상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창사 55주년 이래 처음으로 파업 국면에 놓였다.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던 삼성전자에 사내 최대 노조가 탄생한지 4년 만이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29일 서울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의 평화적 투쟁을 방해하고 무시한 사측의 태도에 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날 전삼노는 "2023년과 2024년 임금교섭 병합조건으로 직원의 휴가제도 개선 약속을 믿고 많은 것들을 양보했지만 사측은 이를 비웃고 일방적으로 교섭을 결렬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화로 해결하고자 세 차례나 문화행사를 진행했음에도 사측은 어제 아무런 안건도 없이 교섭에 나왔다"며 "모든 책임은 노조를 무시하는 사측에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총파업에 앞서 2만8000여 조합원에게 다음달 7일 일제히 연차를 사용하도록 하는 '1호 지침'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성과급 0%' 실망한 근로자 노조로 집결



전삼노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노조로 2019년 11월 설립됐다. 오랜 기간 무노조 경영을 이어왔던 삼성전자에서 노조가 탄생한지 불과 4년여 만에 파업이라는 국면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그간 노조가 없었던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을 결정해왔다. 그러다 지난 2020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지를 선언하면서 본격적으로 노조의 활동이 시작됐다. 삼성전자에는 전삼노 외에도 노조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전삼노가 최대 노조로 대표 교섭권을 갖고 있다.

현재 조합원은 2만8400명(지난 27일 기준)에 이른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작년말 12만5000여명)의 약 22.7% 수준이다.

전삼노 노조원수가 급격히 늘기 시작한 것은 연초 무렵부터다. 그전까지 노조 참여율은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었다. 지난해 말 겨우 가입자수 1만명을 넘었을 정도다. 삼성전자 직원수를 감안하면 가입률이 10%에도 못 미쳤다는 얘기다.

그러나 올초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성과급 0%로 결정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직원들은 노조 가입으로 이어졌다. 성과급 미지급은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DS부문이 수십조원의 적자를 기록한데 따른 것이었다. 경쟁사였던 SK하이닉스도 업황 부진에 따른 적자를 피하지 못해 성과급은 지급되지 않았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대신 격려금을 지급했고 삼성전자 직원들의 박탈감을 더했다.

특히 노조는 성과급 지급 기준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성과급 지급 기준인 EVA(Economic Value Added, 경제적 부가가치)가 아닌 영업이익으로 바꿔달라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제도인 OPI(초과성과이익금)는 초과이익의 20% 한도내에서 지급한다. 초과이익은 세후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차감한 EVA에 따라 산정된다. 이에 노조는 성과급 기준을 영업이익 기준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경쟁사인 LG와 SK하이닉스도 성과급 선정시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엔 안된다'던 이병철…무노조 경영 끝낸 이재용



삼성전자가 파업 국면 놓이자 줄곧 노조와 거리를 두던 선대 회장의 경영 방침도 재조명되고 있다. 삼성이 결국 노조를 받아들이기에 이르렀지만 상대적으로 그 시기가 늦은 터라 '노사 문화' 정착과 소통에 어려움을 빚는 것처럼 비쳐서다.

삼성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무노조 경영'은 고(故) 이병철 창업주 시절부터 내려온 오너일가의 오랜 원칙이었다. 1938년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열고 사업을 시작한 그는 섬유, 제당, 중공업, 건설, 전자 등으로 덩치를 키우면서도 노조만큼은 용납하지 않았다.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노조는 안 된다' 유명한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아들 고 이건희 회장도 이를 철저히 지켰다. 상호 이익 추구와 공생 차원에서 직원 처우·복지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반대를 위해 존재하는 노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선대회장의 경우 애초에 직원 처우를 잘해서 노동조합이 안 만들어지게끔 하자라는 생각도 갖고 있던 걸로 안다"면서 "결과적으로 복지가 꾸준히 개선됐고, 직원들도 회사를 자랑스러워했다"고 귀띔했다.

변화를 준 것은 창업주의 손자 이재용 회장이다. 2020년 5월 이 회장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려 82년간 고수한 무노조 경영의 종식을 선언했다.

당시 이재용 회장은 "삼성의 노사문화는 시대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면서 "노조 문제로 상처를 입은 모든 사람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앞으로 노사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확실히 보장할 것"이라며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1기)의 권고에 따른 조치였는데, 총수가 공개사과와 함께 무노조 경영 종식을 언급한 첫 사례여서 눈길을 모았다.

이재용 회장의 깜짝 선언에 한 발 앞서 출범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회사에서도 교섭 대상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게 됐다. 5개월 뒤인 그 해 11월 테이블에 앉아 삼성전자 사상 첫 단체협상을 진행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아쉬운 대목은 노사 양측이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실책을 범하면서 많은 시간 얼굴을 붉혔다는 점이다.

일례로 사측은 협상 중 욕설을 하거나 노조의 집회가 예정된 지역에 화단을 설치하는 등의 조치로 논란을 빚었다. 여기에 노조와 대치하는 가운데 전기·디스플레이 등 관계사의 임금 인상률을 확정지으면서 기름을 붓기도 했다. 노조도 비슷하다. '삼성 전자계열사 노동자가 정신·신체적으로 문제를 겪는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가 '모호한 문항으로 사실을 왜곡했다'는 사측 반박에 직면했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노사의 '아마추어식' 일처리가 일을 키우고 있다는 진단도 흘러나온다. 서로 대화하는 방법을 모르다보니 특정 사안으로 충돌할 때마다 합의점을 찾지 못할 뿐 아니라 불필요한 조치로 갈등을 고조시킨다는 분석이다.

덧붙여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노조의 파업 결정에 회사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 DS부문은 영업이익 1조9100억원으로 회복되긴 했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점에서다.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노조의 이번 파업 규모나 일정 등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파업 돌입 시 일부 생산에는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최근 DS부문장을 교체하는 등 반도체 부문 쇄신을 하려는 삼성전자의 경영 활동에도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단비 기자 2234jung@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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