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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Pick] 애먼 집 문 뜯어놓고 법원은 "법대로 했다" 대응…피해자만 '억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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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입자 주택 내부로 진입하는 집행관들

법원 집행관이 애먼 사람의 집을 채무자의 집으로 오인해 문을 뜯고도 "법대로 했다"는 식으로 대응해 피해자를 분노케 했습니다.

오늘(28일) 광주 광산구 장덕동 다세대 주택 소유주 김 모(50대)씨의 제보에 따르면 지난 21일 김 씨는 현관문 앞에 놓아둔 반품 택배 물건이 잘 수거됐는지 보기 위해 건물 CCTV를 돌려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CCTV 영상에 오전 9시 20분쯤 신원 미상의 남성 5명이 김 씨 거주지 바로 옆 세입자 주택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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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집행 나선 법원 집행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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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현관문 손잡이를 부수고 그 틈으로 특수장비를 밀어 넣고 전자 잠금장치를 열어 세입자 주택 내부에 진입했습니다. 이후 2분여간 내부를 뒤진 이들은 부순 손잡이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김 씨는 도둑이 든 것이라고 생각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사건을 조사한 지구대 경찰관들에게서 들은 사건의 전말은 황당했습니다.

조사 결과 김 씨 건물의 세입자 주택에 침입한 이들은 광주지법 집행관과 관계자들로, 민사 판결을 근거로 채무자의 물건(유체동산)을 압류하기 위해 세입자 주택에 강제 진입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압류 대상 채무자는 1년여 전 이사한 상태였습니다. 주택에 들어가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안 집행관들은 침입 사실을 숨기려는 듯 현관 손잡이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돌아갔던 것이었습니다.

김 씨는 압류 집행관이 실수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CCTV를 보지 않았다면 이 같은 일이 있었는지 모른 채 넘어갔을 뻔했으며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고 이를 알리는 쪽지 하나 남기지 않고 가버린 사실이 황당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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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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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김 씨는 법원에 민원을 제기하고 집행관실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습니다.

그러나 광주지법 집행관실 관계자는 "민사집행법상 정당하게 압류 절차를 진행한 것"이라며 "집행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했더라도 이 사실을 당사자에게 사전·사후 고지할 의무는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계속된 김 씨의 항의에 상급자를 바꾼 집행관실 측은 결국 "알아서 해라. 바쁘니까 끊겠다"며 전화응대를 거부했습니다.

김 씨는 "집행관들이 오인해 남의 집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고 이해한다"며 "그러나 그런 실수를 하고도 잘못이 없다고 발뺌하고 사과조차 하지 않는 태도가 화가 나 세입자와 상의해 주거침입죄나 손괴죄로 고소하겠다"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이에 광주지법은 "집행관의 업무처리가 규정에 맞게 처리됐지만, 민원인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렵고 부당하게 느낀 점은 충분히 공감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뒤늦게 사과의 입장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현행 규정상 집행 과정에서 다른 채무자의 주거지에 들어갔더라도 이를 알려야 하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내부적으로 관련 규정 개선을 검토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2018년 서울에서도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는 등 집행관들은 등기부상 주소에 의존해 강제 집행을 하다 엉뚱한 사람의 집에 찾아와 뒤지는 일이 가끔 벌어지는데, 그럼에도 침입을 당한 이들은 억울하고 여전히 규정 개선은 이뤄지지 않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사진=제보자 제공, 연합뉴스)

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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