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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한 '여의도 야당'…국힘, 연금도 종부세도 끌려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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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은 지금 무기력한 상태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인은 27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에서 여권의 현 상황을 이같이 진단했다. 유력한 당권 주자인 나 당선인은 지난 6일엔 “지금은 여의도 대통령 시대”라며 4·10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대통령에 빗댔다. 이처럼 21대에 이어 22대 국회 때도 압도적 의석을 갖게 된 민주당이 정무·정책 이슈를 주도하면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여의도 야당’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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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오후 국회에서 연금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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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끌려다니는 여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만들었다. 국민연금 개혁은 윤석열 정부의 3대(노동·연금·교육) 개혁 중 하나고, 120대 국정과제 중 42번째 과제에 포함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민의힘 비례대표 초선 당선인과의 만찬에서도 “개혁만큼은 미래세대를 위해 힘들어도 우리가 확실히 해두자”며 “인기와 상관없이 할 일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21대 국회 막판에 연금 개혁 논의에 불을 지핀 건 이재명 대표였다. 지난 23일 “28일 연금 개혁안을 처리하자”고 하더니 사흘 연속 이슈를 밀어붙였고 지난 25일엔 “소득대체율 44% 여당 제시안을 수용하겠다”며 대승적 양보를 하는 듯한 모양새까지 취했다. 민주당의 밀어붙이기에 국민의힘은 “임기 종료 3일을 앞둔 졸속 추진”(추경호 원내대표)이라고 비판하는 데 그치고 있다. 오히려 연금 개혁의 첫 단추를 끼워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여권이 고립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우리가 먼저 끌고 갔어야 할 이슈인데 왜 이렇게 됐는지 난감할 뿐”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대체 누가 여당이고 누가 야당이냐”(강유정 원내대변인)고 꼬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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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종부세 대상 3분의1로 줄었다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최근 야권에서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 문제도 애초 여권의 핵심 어젠다였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1월 장기적으로 종부세를 재산세와 통합하고, 1주택자에겐 종부세를 면제하는 방안의 검토를 공약했다. 물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공시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문재인 정부 때와 비교해 종부세 부담이 실질적으로 상당히 감소하긴 했다.

하지만 정작 ‘1주택자 종부제 폐지’와 같은 근본적 개편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건 민주당이다. 지난 8일 박찬대 원내대표가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에 실제 거주한다면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한 데 이어 최고위원을 지낸 고민정 의원도 비슷한 주장을 내놓고 있다.

결국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기자 간담회에서 “민주당의 종부세 개편 방안에 대한 제안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며 “22대 국회에서 과도한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적극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집권 여당이 먼저 치고 나가서 야당이 호응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야당이 먼저 의제를 띄우고 여당이 따라가는 모양새다.

문제는 30일부터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도 국민의힘의 ‘여의도 야당’ 신세는 짙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범야권 의석수는 21대부터 늘어나 192석에 이르고, 민주당은 상임위→법사위→본회의로 이어지는 법안 통과의 길목을 장악할 공산이 크다.

여권에선 ‘민주당 의제 선점→국민의힘 반응’의 악순환을 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이 반대하면서 여론의 호응이 높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같은 이슈를 선점해 야당을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무위 출신의 한 의원은 “당내 모든 관심이 특검법 재표결에만 쏠려있다”며 “금투세와 단통법 폐지 등 여론에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을 국민의힘이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정책을 조율하고 끌고 가는 여권의 컨트롤 타워가 사라지면서 정교한 전략도 전무한 상태다”라며 “여권이 수세적으로 가다가는 국정수행과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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