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고물가와 소비’ 보고서
2021년 이후 물가 누적 상승률 12.8%
연율 3.8%…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올라
금융자산 많은 60대 이상 자산가치 감소
실질 구매력도 떨어져… 소비 5%P 낮춰
젊은 세대 전세 영끌족들 자산상 손해도
1분기 외식·가공식품 물가 3.8%?2.2%↑
7개 분기째 가처분소득 증가율 웃돌아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고물가와 소비: 가계 소비 바스켓·금융자산에 따른 이질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4월까지 소비자물가 누적 상승률은 12.8%로 집계됐다. 연율로 따지면 3.8%로 2010년대 평균 1.4%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지난 2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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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고물가는 소비 둔화로 이어졌다. 고물가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줄어드는 데다 금융자산의 실질 가치도 떨어진 탓이다. 분야별로 보면 서비스보다 글로벌 공급 차질과 이상기후 등 공급 요인의 영향이 큰 재화 쪽의 물가상승·소비 부진 현상이 더 두드러졌다.
집단별로 보면 2020∼2023년 고령층(60대 이상)과 저소득층(소득 하위 20%)이 체감하는 실효 물가상승률은 각각 16%, 15.5%로 청·장년층(20∼50대·14.3%)과 고소득층(상위 20%·14.2%)보다 높았다. 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식료품 등 필수재의 소비 비중이 두 그룹에서 상대적으로 컸던 탓이다.
60세 이상 고령층은 대체로 부채보다 금융자산을 많이 보유한 만큼 물가상승으로 자산가치가 하락해 부정적 영향을 더 받았다. 물가가 오르면 부채의 실질 가치도 줄어들어 주요국에서는 통상 부채가 많은 청년층에 도움이 되지만 우리나라는 달랐다.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 가운데 전세 거주자가 많은 탓에 이들의 전세보증금 실질 가치도 하락하면서 30대 청년층이 물가상승에 따른 자산상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높은 실효 물가상승률에도 취약층의 소비가 둔화한 정도는 크지 않았다. 2021년 이후 물가상승이 모든 소비지출 품목에서 전방위적으로 나타나면서 전체 물가상승 폭에 비해 가계 간 실효물가 상승률의 차이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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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물가상승의 소비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결과 물가상승은 2021∼2022년 실질 구매력 축소 등을 통해 소비 증가율을 약 4%포인트씩 낮췄고, 금융자산의 실질 가치 훼손은 약 1%포인트씩 소비 증가율을 낮춘 것으로 조사됐다.
정동재 한은 거시분석팀 과장은 “2021년 이후 물가가 민간 소비를 상당 폭 둔화시킨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물가상승에 큰 영향을 받은 가계에서는 공적 이전소득 증가,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소득 증가 등이 물가의 부정적 영향을 다소 완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물가는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취약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하는 부정적 재분배 효과도 있는 만큼 물가안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1분기에도 먹거리 물가상승률은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웃도는 등 물가상승 기조는 계속되고 있다.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7개 분기째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 증가율보다 높게 나타나며 소비자 부담이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7일 서울 시내 한 거리에 놓인 음식점들의 메뉴 홍보물.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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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월평균 404만600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 늘었다. 가처분소득은 이자와 세금 등을 제외하고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돈을 말한다. 이에 비해 1분기 외식과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각각 3.8%, 2.2%로 나타났다. 외식과 가공식품 물가가 가처분소득보다 더 크게 오른 셈이다. 이런 현상은 2022년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7분기째 이어지고 있다.
외식 품목 중에는 햄버거(6.4%)와 비빔밥(6.2%), 김밥(6.0%) 등의 물가상승이 두드러졌고, 가공식품 중에서는 설탕(20.1%), 소금(20.0%), 수프(11.7%) 등으로 나타났다.
박미영 기자, 세종=이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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