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계층이 빚을 내 전세를 구한 45세 미만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물가 상승으로 전세보증금의 실질 가치가 떨어진 점, 높은 금리로 이자 비용이 늘어난 점이 이 집단의 부담을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고물가는 2년 동안 소비 증가율을 5%포인트가량 떨어뜨렸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고물가와 소비: 가계소비 바스켓·금융자산에 따른 이질적 영향' 보고서에서 2021년부터 올해 4월까지 소비자물가 누적 환산 상승률이 12.8%, 연간 기준으로는 3.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연간 환산 상승률이 1.4%였던 2010년대의 두 배가 넘는 숫자다. 물가 상승에 따라 금리도 올랐다. 물가와 금리가 오른 데 따라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집단은 대출을 받아서 구한 전셋집에 사는 45세 미만 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그간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상이 이뤄졌다"면서 "전세보증금 자산과 변동금리부 금융부채를 동시에 보유한 가계는 고물가·고금리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고물가가 소비를 크게 위축시켰다는 내용도 담았다. 연구진은 2021년부터 가파르게 오른 물가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봤다. 그 결과 2021~2022년 실질 구매력 축소는 소비 증가율을 4%포인트 낮춘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자산의 실질 가치 훼손은 소비 증가율을 1%포인트가량 내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기간 누적 기준 소비 증가율은 9.4%였다. 물가가 치솟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소비는 15%(9.4%+5%) 가까이 늘어날 수도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가 상승을 체감하는 정도는 고령층과 저소득층에서 특히 높았다. 2020~2023년 고령층과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실효 물가 상승률은 각각 16%, 15.5%로 집계됐다. 청·장년층(14.3%)과 고소득층(14.2%)보다 높은 수치다.
[한상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