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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약사님보다 짝퉁 감별사님보다…AI가 정확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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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페이스비전은 AI를 기반으로 옥외 광고의 효과를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스페이스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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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가 등장해 이세돌 9단을 꺾으면서 전 세계에 '인공지능(AI) 쇼크'가 불어닥쳤다. 인간을 절대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 여겼던 '바둑' 분야에서 AI가 특출한 능력을 보여주면서 AI가 우리 삶을 빠르게 바꿀 것이라는 기대가 퍼져나갔다. 하지만 관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알파고는 바둑 분야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컴퓨팅 능력, 반도체 기술 등의 한계로 일반인이 느낄 수 있는 분야에서 AI의 활약이 이어지지 못했다.

2022년 말 오픈AI가 챗GPT라는 생성형 AI를 선보인 이후 상황은 반전됐다. 이제는 수많은 빅테크 기업이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AI가 우리 삶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를 가속하는 것은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일반 기업과 비교했을 때 빠른 속도와 함께 월등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다양한 산업에서 꽃피우고 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은 물론이고 엔슬파트너스, 와이앤아처 등이 지난달 시드투자에 참여한 '메디노드'는 의료 분야에서 AI를 적용해 손톱보다 작은 알약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메디노드가 개발한 알약 분류기 '필봇'은 수백만 장에 달하는 알약 이미지를 학습한 AI를 탑재해 한번에 최대 180종의 알약을 빠르게 분류할 수 있다. 메디노드에 따르면 필봇의 정확도는 99.992%에 달한다. 이미 국내 상급종합병원에서 테스트를 완료했으며 구매 의향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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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병원의 조제실에서는 미리 지어둔 약이 환자의 상태 등에 따라 변하면서 약이 섞이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섞여 있는 약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약사가 일일이 수작업으로 알약을 분류하는 작업을 거쳐야 했다.

황선일 메디노드 대표는 "단순 반복 업무다 보니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약 분류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며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AI를 기반으로 약을 자동 분류해주는 필봇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기존에도 비슷한 일을 하는 AI는 있었지만 메디노드는 알약 이미지 데이터 수집과 모델 생성 등에서 AI를 대거 적용함으로써 분류 속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디노드는 병원에서 추가 실증을 거친 뒤 올해 안에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메디노드가 알약 분류에서 수작업을 AI로 대처하고 있다면 바이오리서치에이아이는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사람이 직접 해야만 했던 '리서치 업무'를 AI 이용해 자동화했다. 2022년 디캠프 디데이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던 바이오리서치에이아이는 2022년 10억원 규모의 시드투자에 이어 지난달 20억원 규모의 프리A 투자를 마무리 지으며 순항하고 있다.

바이오리서치에이아이는 제약·바이오 텍스트를 깊게 이해하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이용해 전 세계 제약·바이오 관련 모든 텍스트를 실시간으로 수집·정형화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제약·바이오 뉴스를 자동으로 작성하고 개인 선호도에 맞춘 기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의약품 데이터베이스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모두 기존에는 사람이 웹 검색을 통해 했던 업무다. 이상윤 바이오리서치에이아이 대표는 "신약 개발과 관련된 기업에 AI를 기반으로 빠르고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더벤처스와 디캠프가 시드투자를 한 스타트업 '엔드앤드코리아'는 명품 중고 거래에 AI를 더했다. 가격 비교부터 진품 확인 등 다양한 분야에 AI를 적용함으로써 신뢰도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특히 명품 중고 거래는 국내에서 진행되는 게 일반적인데, 엔드앤드코리아의 플랫폼을 이용하면 명품 중고 구매를 원하는 해외 고객과도 연결이 가능하다. 엔드앤드코리아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제품 촬영, 해외 배송, 반품 등 모든 과정이 제공될 뿐만 아니라 집단 감정 시스템을 기반으로 진품 구별이 가능하다.

김동현 엔드앤드코리아대표는 "AI를 통한 모델별 글로벌 가격 분석이 적용되면서 기존에는 쉽지 않았던 중고 명품의 해외 거래도 가능해졌다"며 "향후 이를 기반으로 시장을 확대해나갈 수 있도록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7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마친 '마인드로직'. 마인드로직은 2019년 설립돼 불과 5년 만에 총 120억원 규모의 투자를 끌어내며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마인드로직은 2019년 사람과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한 AI 시대가 올 것을 예견하고 대화형 챗봇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2020년 초에 생성형 AI 기반의 '가상남녀' 모바일 앱을 출시한 데 이어 2022년에는 대화형 소셜 AI 서비스 '오픈타운'을 선보이며 AI 기반의 대화 플랫폼에서 앞선 기술력을 선보였다.

김진욱 마인드로직 대표는 "우리가 개발한 페르소나 챗봇은 사용자와의 과거 대화를 모두 기억할 뿐만 아니라 이 기억을 바탕으로 대화 상대의 기분, 행동을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첫 투자를 마무리 지은 '스페이스비전' 역시 AI를 기반으로 그동안 할 수 없던 분야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스페이스비전이 주목한 곳은 '디지털 사이니지 광고'다. 전 세계 주요 대형 건물은 물론이고 최근 대형 리테일 매장에 이르기까지 디스플레이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디지털 사이니지를 통한 옥외광고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그동안 돈을 내고 광고하는 기업도 옥외광고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스페이스비전은 AI를 기반으로 옥외광고의 성과를 정교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광고 디스플레이에 카메라를 장착해 디스플레이를 지나가는 사람 중 광고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을 추적한다. 광고나 사물의 어떤 부분을 집중해서 봤는지 등의 정보를 알 수 있고, 심지어 어떤 관객이 관심을 갖느냐에 따라 광고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 측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은 최대의 광고 효과를 달성하게 된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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