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가 뭐길래···한경협, 한국 ‘선진시장 관찰대상국’ 등재 요청

코스피가 강보합세로 출발한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모습.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9.56포인트(0.36%) 오른 2,697.16으로 출발했다. 연합뉴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한국을 선진시장 지위 승격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에 등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27일 밝혔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최근 MSCI의 헨리 페르난데스 회장과 주요 경영진, MSCI에 대한 기업 평가·분석을 수행하는 애널리스트들에게 한국의 승격 필요성을 설명하는 서한을 보냈다.

MSCI는 매년 전 세계 주요 증시를 선진시장, 신흥시장, 프론티어시장, 독립시장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분류 기준은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자금 규모 결정에 활용돼 국가 자본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1992년 신흥시장에 포함됐다. 2008년 선진시장 승격 관찰대상국에 등재됐지만 선진시장 승격에는 실패했다. 2014년에는 관찰대상국에서도 제외됐다.

MSCI가 국가별 주식 시장을 분류하는 기준은 크게 경제발전 정도, 증권시장 규모·유동성, 시장 접근성 등 세 가지다. 한경협은 “한국은 선진시장 요건 중 정량적 요건인 경제발전 정도와 증권시장 규모·유동성 요건은 만족하지만 정성적 요건인 시장 접근성 요건을 미충족했다”고 전했다.

한경협은 서한에서 한국이 선진시장 수준의 증권 시장 규모와 유동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거래소연맹(WFE)에 따르면 한국 증권시장인 한국거래소의 거래 대금 규모는 지난해 기준 3조6000억달러로 세계 7위, 시가총액은 2조달러로 세계 14위 수준이다. 이러한 증시 규모와 유동성은 현재 MSCI가 선진시장으로 분류하는 스페인, 싱가포르, 오스트리아 등의 국가를 크게 상회한다는 것이 한경협의 분석이다.

한경협은 “세계적인 규모의 한국 증시가 신흥시장 지위에 머물러 있음으로써,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규 투자 기회가 제한되고 있다”며 “MSCI 선진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의 자금은 신흥시장에 속한 한국 시장에 투자될 수 없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이 확보되는 투자를 희망하는 대규모 자금이 한국 투자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협은 또한 그간 MSCI가 한국 시장의 문제점으로 지적해왔던 시장 접근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 조치해왔다고 설명했다.

MSCI는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거래하기 위한 절차가 까다롭고, 기업 정보에 대한 접근성 및 배당액 예측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해왔다. 한경협은 한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외국인 투자자 사전등록제도를 폐지하고, 외국인 장외거래 심사 제도를 완화해 외국인 투자자의 증권 거래 편의성을 높여왔다고 피력했다. 또 올해 1월부터 한국 기업의 영문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있으며, 배당 절차 개선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SCI가 지적한 한국 증권 시장의 또 다른 문제는 역외 외환시장의 부재였다. 이에 한경협은 올해 하반기부터 외환시장 마감 시간이 런던 금융시장 마감 시간과 동일하게 연장될 예정이며, 국내 금융기관뿐 아니라 인가받은 외국 소재 금융기관도 한국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돼 외환시장의 대외 개방이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경협은 정부 주도로 추진하는 한국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도 관찰대상국 등재 자격을 평가할 때 긍정적 요인으로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경협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세 차례에 걸쳐 MSCI에 한국의 선진시장 승격 검토 및 관찰대상국 등재를 요청하는 국내 경제계 의견을 전달해왔다.

MSCI는 매년 6월 말 국가별 시장 분류 평가 및 시장 재분류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을 발표한다. 관찰대상국 등재 시 1년 간 시장 승격 자격 검토 진행 후 이듬해 6월 말에 시장 승격 여부를 결정한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올해는 한국 정부가 그간 MSCI가 지적해왔던 시장 접근성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들을 다수 이행했고,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자본시장 체질 개선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한국이 관찰대상국에 포함될 수 있는 당위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기”라고 말했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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