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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김호중처럼 일단 내빼라?…'대전 뺑소니' 과태료 20만원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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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가수 김호중이 2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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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대전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량 7대를 들이받고 그냥 도주했다가 사고 38시간만에 나타난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현행법의 한계로 그에게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지도 못하고, 구속영장도 청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지 않는다면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도망가는 게 유리하다는 생각이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대전 경찰에 따르면, 50대 여성 운전자 A 씨는 지난 1일 오전 2시께 대전 서구 정림동의 한 아파트 야외 주차장에서 주차된 차량 7대를 들이받았다. 그러나 그는 아무 조치 없이 차를 사고 자리에 그대로 두고 동승자와 함께 달아났다.

A 씨는 사고 발생 38시간 만인 다음 날 오후 4시께 경찰에 나타났고, 음주운전을 부인했다.

경찰이 A 씨 일행이 들른 식당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이 담긴 CCTV를 제시하자 그제야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했다.

A 씨 사고는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도주했다가 술이 깬 뒤 경찰서에 출석한 가수 김호중 씨와 흡사한 상황이다. 처음엔 부인하다가 CCTV 등의 증거를 제시하자 본인이 음주 운전을 시인한 것도 유사하다.

그러나 경찰은 A 씨에게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고, 그저 '사고 후 미조치'(물피 뺑소니) 혐의로만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사고 발생 38시간이 흐른 뒤 경찰에 출석했을 때 측정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0%였기 때문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으로 확인돼야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추하는 '위드마크'(Widmark)는 통상적으로 운전자에게 유리하게 적용하는 판례가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A 씨는 예상 형량이 낮아 구속영장도 신청하지 않을 방침이다. 김호중은 사람을 다치게 했기 때문에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 신청이 가능했지만, 차량만 파손된 A 씨 사고는 같은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 단순히 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를 적용하면 과태료 20만원만 내면 끝이다.

경찰은 다만, A 씨가 술을 어느 정도 마셨는지 추측할 수 있는 정황 증거를 충분히 수집·확보해서 재판 과정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구체적인 음주운전 판단 기준과 가중 처벌 기준 등의 지침을 마련해 처벌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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