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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꾀·끼·깡·꼴·끈'은 시민을 위한 메시지가 아니다[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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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대연터널 입구 구조물 설치

시민 지적 쏟아져, 사흘만에 철거

뉴시스

부산 도시고속도로 대연터널 위에 '꾀끼깡꼴끈'이란 정체불명의 문구가 등장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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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이동민 기자 = "전문기관과 함께 품격있는 도시 디자인 개선에 박차를 가해 매력도시 부산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성림 부산시설공단 이사장이 지난달 5일 부산디자인진흥원과 공공디자인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했던 말이다.

협약 당시 양 기관은 누구나 읽기 쉬운 디자인, 차별없이 누리는 안전한 공공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앞서 나갈 것을 다짐했다. 이날 공단은 '시설의 가치를 높이는 디자인, 함께가는 공공서비스'를 비전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올해 공단은 부산 곳곳 공공디자인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상반기 주요업무계획에도 공원·유원지 품격 향상을 위한 공공디자인 개발, 안심을 더하는 디자인으로 안전한 공원 조성 등이 담겨 있다.

하지만 공단은 협약 후 불과 두 달도 채 안 된 시점에 대연터널 위 '꾀·끼·깡·꼴·끈'이라고 적힌 이상한 구조물을 설치해 대중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언뜻 봐서는 알 수 없는 의미로 인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일었다. 여기에 터널 입구 앞에 설치됐다는 점에서 교통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결국 해당 구조물은 지난 21일 오전에 설치 사흘만에 파란색 현수막으로 가려졌다.

'꾀·끼·깡·꼴·끈'은 각각 꾀(지혜), 끼(에너지·탤런트), 깡(용기), 꼴(디자인), 끈(네트워킹)을 의미한다는 것이 공단의 설명이다.

이 문구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올해 초 시무식에서 처음 언급한 말에서 비롯됐다. 알고보니 공직자가 가져야 할 5가지 덕목이라고 한다.

여론이 거세지자 공단은 "노출 빈도를 고려해 터널 입구에 설치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아 설치를 진행했다"며 "논의 과정에서 사고의 위험에 관한 의견도 있었지만, 공단이 관리하는 터널 중 대연터널이 다른 터널에 비해 직선 구간 위주로 상대적으로 덜 위험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연터널을 지나는 도로는 최대 시속 80㎞으로 달릴 수 있는 곳이다. 운전자가 한눈을 팔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부산시장을 향한 과잉 충성"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지난 24일 성명을 내고 "시장이 한마디 했다고 이처럼 밑도 끝도 없고, 알아듣기도 힘든 말을 터널 입구에 설치한 공단은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9월 취임 후 도시디자인 개선에 방점을 찍겠다고 강조했던 이 이사장의 발언이 이번 일을 계기로 무색해졌다. 백번 양보해 문구의 속뜻이 새겨볼 만한 의미라고 해도, 박 시장이 공직자들에게 강조했던 덕목을 일상 속 수많은 차량들이 오가는 터널 입구 위에 설치해야 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꾀·끼·깡·꼴·끈'은 공직자의 덕목일지는 몰라도 결코 시민을 위한 메시지가 아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astsk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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