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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늦은 밤 책장 넘기는 소리...언제 다시 들을 수 있을까 [힙한독서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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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64% 지난해 책 1권도 안읽어

독서 효용성 온라인 접속으로 대체

글읽은 감성 제공해주는 ‘모형북’

책 내용 요양해주는 ‘북뉴브’ 인기

“검색에 매몰된 편의주의 경계를”

쿠키뉴스

지난달서울광장, 광화문광장, 청계천에서 서울야외도서관 운영을 시작했다.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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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박모(28)씨는 출퇴근 시간에 책 요약 유튜브(북튜브)를 즐겨본다. 박씨는 “사는 게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은 없는데 그렇다고 마냥 유튜브만 보면서 웃고 넘기고 싶진 않아 종종 챙겨본다”며 “두꺼운 책도 요약해주니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교양도 쌓고 지식도 얻어서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1년에 책 한 권도 안 읽는 사회’가 현실이 됐다. 일분일초가 아쉬울정도로 바쁜 현대인들에게 독서는 사치재가 됐다. 종이책의 아성은 사라졌고, 책을 요약해주는 ‘북튜브’와 인테리어 감성템(감성아이템)으로 불리는 ‘모형 책’이 그 자리를 꿰찼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최근 발표한 2023년 국민독서실태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성인 종합 독서율은 43%로 집계됐다. 종합독서율은 1년 간 1권 이상 읽은 비율을 뜻한다. 지난해 대한민국 성인 10명 중 6명(64%)은 1년간 책을 단 한권도 읽지 않았다는 의미다.

직장인들은 회사 일에 집안일에 치여 살다보니 독서와 멀어졌다고 말한다. 회사원 윤모(30)씨는 “책을 읽지 않으니 어휘력도 떨어지고, 생각하는 힘이 약해졌다”며 “지성인이 되고자 새해 계획으로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를 목표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월 중순까지는 잘 지켜보려고 했다”면서도 “무리해서 시간을 내다보니 몸도 피곤하고, 삶의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어느 순간부터 독서가 숙제처럼 느껴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씨는 “책 읽기 대신 유튜브에서 시사교양 등 지식·정보성 영상 시청으로 대신한다. 직장인으로서 최선의 선택이다”라고 덧붙였다.

많은 직장인은 삶에 독서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었다. 다만 바쁜 삶에서 많은 시간을 들이는 독서보다는 시성비(시간의 가성비)가 좋은 북튜브를 선호했다. 실제 지난 3월 서울기술연구원의 설문에서는 ‘유튜브 등 동영상을 보는 것도 독서라고 생각한다’는 20대 30대 응답자가 각각 13.5%와 10.2%로 조사됐다. 책을 읽는다는 ‘독서’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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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중구 청계천에 마련된 '책읽는 맑은냇가' 서울야외도서관을 찾은 시민들이 독서하며 휴식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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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책을 읽는 활동에서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으로 변하자 책 자리를 대신해 ‘모형 책’이 자리 잡았다. 한 대형 포털사이트에 ‘모형 책’을 검색하니 약 2만5000건의 제품이 나왔다. 가격은 크기와 디자인에 따라 상이했지만, 한 권당 2000원에서 5000원 안팎이다. 2022년 기준 종이책 평균 가격 1만7116원인 것과 비교하면, 모형책이 약 9배나 저렴하다.

모형책은 ‘싼 가격에 지적인 감성’을 구매할 수 있다는 욕구를 충족시킨다. 최근 모형 책을 구매한 김모(32)씨는 “이사한 집에 모던한 느낌을 내고 싶어 인테리어 소품을 찾아보던 중 모형 책을 알게 됐다. 싸고 예쁜데 수납까지 되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책 내용도, 지식도 유튜브와 인터넷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비싼 책을 살 이유가 없다”며 “지적인 감성을 연출할 땐 책 대신 모형 책을 사면 될 일”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북튜브와 모형 책 유행은 젊은 세대의 시간의 합리성과 SNS 영향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2030세대는 시간을 촘촘히, 합리적으로 쓰지만 또 그만큼 시간에 대한 강박이 커 지나치게 합리성을 추구한다”며 “이런 현상이 요약영상, 2배속 영상 등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비해 SNS의 영향력이 커지며 젊은 세대들에게 시각적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모형 책 유행은)시각적으로 나의 지식이나 독서량을 보여줄 수 있는 요소이자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포함되어 있다”고 부연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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