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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 국제재판소 무시…“라파 공격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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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형사재판소 이어…국제사법재판소 중지 명령 ‘제동’

판결 다음날 공격 시작해 어린이 포함 최소 55명 사망

하마스 “군인들 생포” 주장도…이 “납치 없었다” 부인

경향신문

“조속한 인질 석방을” 지난해 10월 하마스에 잡혀간 이스라엘 인질들의 친척과 지지자들이 25일(현지시간) 텔아비브 중심부에서 인질들의 사진 등을 들고 인질 석방 호소 시위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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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최고 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고 명령한 뒤에도 이스라엘은 라파를 비롯한 가자지구 전역에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한 데 이어 또 다른 국제 법정인 ICJ도 이스라엘에 제동을 걸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스라엘에 라파를 공격하지 말 것을 경고하면서도 사실상 지상군 투입을 용인해온 미국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ICJ가 라파 공격 중단을 명령한 다음날인 25일(현지시간) 라파와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 중심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판결 하루 새 공격으로 최소 4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북부 자발리야 인근에선 피란민 대피소로 쓰이던 학교 건물이 이스라엘군의 드론 공격을 받아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0명이 숨졌다.

앞서 ICJ는 지난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라파에서 군사작전을 즉각 중단하라는 긴급 명령을 내렸다. 또 재판부는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지원이 이뤄지도록 이집트 접경 라파 국경검문소를 개방하고, 현장 조사를 위한 제한 없는 접근권을 보장하라고 명령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 ICJ가 이스라엘에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긴급 명령을 내린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에 ICJ 명령을 따르라고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ICJ의 긴급 명령이 “구속력 있는 결정”이라며 “당사국이 법원 명령을 적절한 절차에 따라 지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ICJ 명령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만, 당사국이 이행하지 않아도 이를 강제할 수단은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ICJ 명령과 관련해 결의안을 추진할 수 있지만,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은 ICJ 결정에 “이스라엘은 국제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반발하며 라파에서 군사작전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ICJ의 이번 명령은 카림 칸 ICC 검사장이 지난 20일 전쟁범죄 혐의로 네타냐후 총리 등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한 지 나흘 만에 나왔다. 양대 국제재판소의 결정으로 이스라엘의 국제적 고립이 심화한 것은 물론, 조 바이든 미 정부의 입장도 난감해졌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가디언은 “이스라엘이 가장 심각한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주장에 양대 국제재판소가 동의한 것”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 전쟁 및 이스라엘 지원과 관련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을 방문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스라엘의 라파 군사작전과 관련해 아직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하마드 바지 미 뉴욕대 교수는 가디언 기고 칼럼에서 “이번 판결로 미국은 유혈 사태를 멈출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게 됐으며, 이스라엘의 라파 침공을 막지 못한다면 미국은 세계에서 버림받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하마스 군사조직인 알카삼 여단이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에서 전투 중 이스라엘 군인들을 생포했다고 26일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이를 부인했다.

로이터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알카삼 여단의 아부 우베이다 대변인은 녹음된 메시지를 통해 전날 전투에서 “우리 전투 대원들이 시온주의 군대(이스라엘군)를 터널 안으로 유인, 매복 공격을 통해 그들을 사살하거나 부상을 입히고 포로로 잡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포로로 잡힌 이스라엘 군인이 몇명인지는 밝히지 않았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하마스가 피투성이가 된 한 사람이 터널에서 끌려가는 모습을 찍은 영상을 공개했지만, 이 영상 진위 등은 검증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군인이 납치되는 사건은 없었다”고 밝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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