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
한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최근 폐쇄회로(CC)TV를 통해 매장 내 혼잡도와 반납대의 오염 상황을 인공지능(AI)으로 점검하는 '더 써드 아이'를 시범 도입했다. 또 다른 커피숍은 '퀵오더', '나우브루잉 서비스' 등 고객 패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지원 서비스를 줄줄이 내놓고 있다. 소매 서비스 분야에서는 디지털전환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는데 산업단지 제조업도 디지털전환에 속도를 낼 수는 없는 것일까.
초연결 시대에 미래 산업단지를 만들어 나가는 기업과 공공기관에게 디지털전환은 필연적이며 숙고해야 할 많은 과제를 던져 준다. 취임 후 일년동안 전국의 산업단지를 방문해 입주기업 대표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은 성장과 혁신을 창출해야 할 산단이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 저하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전환 즉 '디지털전환'이 불가피하다.
디지털전환으로 얻을 수 있는 산업단지 현장의 변화는 다양하다. 먼저 자동화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생산 공정을 최적화하고 품질 관리와 유지보수의 필요성을 예측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디지털트윈 기술을 통해서는 물리적 자산의 디지털 복제본을 만들어 시뮬레이션 해 봄으로써 제품 설계와 제조공정을 개선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스마트공장을 통해 제품 생산과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디지털 기술로 자원의 사용을 예측하고 폐기물을 줄임으로써 환경친화적인 제조도 가능해진다.
또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디지털 기반의 안전관리체계를 통해 안전사고와 재난 피해도 예방할 수 있어 안전 사각지대의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협동로봇은 생산현장에서 사람과의 안전한 협업을 돕고, 여러 종류의 작업과 반복적인 일들을 단시간 내에 수행할 수 있게 한다. 기술이 변하면서 새로운 기술이 담긴 도구를 가지고 일을 더 잘하는 방법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고 그 도구는 결국 디지털전환으로 귀결된다.
24년도 스마트그린산단 촉진사업 통합공모 사업내역 |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은 기업의 디지털전환을 위해 2019년부터 스마트그린산단촉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입주기업의 디지털전환에 수반되는 자금, 인력,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를 전반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18개 산단이 스마트그린산단으로 지정됐으며 2027년까지 25개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디지털 전환 로드맵'을 통해 단계별(기업내, 기업간, 산단간) 데이터 공유 방향을 제시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의 디지털 기술 수준이나 디지털전환 속도가 독일의 강소기업 보다 낮고 느린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의 실핏줄 같은 중소기업들이 디지털전환에 선뜻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중소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초기 투자비용 부담과 필요한 장비, 솔루션에 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그린산단촉진사업은 중소기업의 초기 투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제품 기획단계에서 공정혁신시뮬레이션센터 및 표준제조혁신공정모듈을 통해 제품과 생산라인의 설계를 지원하고 생산과정에서는 혁신데이터센터가 스마트공장을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를 분석, 가공해 개별기업의 스마트공장 고도화를 지원한다. 이후 물류 유통 단계에서는 스마트물류플랫폼을 통해 최적화된 물류 환경을 지원함으로써 물류비용의 절감도 가능하다. 이처럼 스마트그린산단촉진사업의 연계로 기업은 제조 밸류체인 전 단계에 걸쳐 디지털전환의 초기 투자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스마트그린산단 촉진사업별 신규사업 발굴 규모(예정) - 스마트그린산단 촉진사업별 신규사업 발굴 규모(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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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와 솔루션 체계를 구축하는 문제는 지역별 유사사례를 공유함으로써 방향성을 찾을 수 있고 해결이 가능하다. 실례로 창원 산단의 자동차부품 조립업체 S사는 '스마트제조데모공장'을 통해 디지털트윈 및 협동로봇을 적용한 조립검사 라인(스마트워크벤치)을 도입해 기존의 제조시간을 22% 단축하고, 불량률을 0.61% 낮췄다. 또 인천의 L사는 '소부장 지원센터'를 통해 VAR 및 EBM 공정 제조기술을 기반으로 한 시제품 제작을 지원 받고 전 원료의 순도를 98.7%에서 99.997%까지 개선했다.
디지털전환은 기업과 조직이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여 혁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보안과 해킹, 상호운용성의 문제에 대한 새로운 도전과도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디지털전환의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없다. 중소기업은 특히 취약한 부분이므로 정부의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고 장비와 솔루션 체계의 확산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체계적인 보안 정책과 표준화된 프로토콜 사용, 모듈화된 접근 방식 등 공동의 대응 방안이 수반돼야 한다. 이는 정부와 민간, 기업 모두가 지혜를 모아 장기적으로 고민하고 소통해 나가야 할 과제기도 하다.
AI 적용은 분야나 그 범위에 상관없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인터넷, 스마트폰에 의한 변화를 뛰어넘는 새로운 디지털 시대로 변화를 이끌고 있다. 산업단지 제조 현장에서 AI 적용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한국산업단지공단도 스마트그린산단 사업의 전담기관이자 산업단지 혁신 정책의 실행기관으로서 기업의 디지털전환을 향한 도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경쟁기업보다 좀 더 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계기관의 지원정책과 산업단지의 성공 사례들을 초기 자원 삼아 디지털전환으로 힘차고 속도감 있게 나아가야 할 때다.
〈필자〉 이상훈 이사장은 지난해 6월 한국산업단지공단 12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1992년 제28회 기술고시 전체 수석으로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으며, 한양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소프트웨어산업과장 및 산업기술정책관,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 전문관, 국가기술표준원 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정보통신·산업·에너지 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이상훈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leegital@kicox.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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