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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5% 확률로 살아 돌아왔다…‘박수 금지’ 영국 의회 기립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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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당 의원, 급성 패혈증으로 사지 절단…8개월 만에 출석

품위와 질서 유지를 위해 일체의 소란행위를 금지하는 영국 의회에서는 전통적으로 의원을 향해 박수치는 게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모든 의원들이 자리에 일어나 보수당 하원 의원인 크레이그 맥킨레를 향해 기립박수를 쳐 화제가 됐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맥킨레이 의원은 지난 22일 약 8개월 만에 의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맥킨레이 의원이 의사당에 들어오자 린지 호일 하원 의장은 “아시다시피 우리는 박수를 허용하지 않지만, 이번 경우는 예외다. 당신이 우리 곁에 돌아오게 돼 정말 기쁘다”며 동료 의원들에게 박수를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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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에서 기립박수를 받는 크레이그 맥킨레이 보수당 의원.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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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레이 의원은 지난해 9월 말 갑자기 패혈증에 걸려 생존 확률이 5%에 불과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패혈증은 인체에 침입한 세균에 혈액이 감염되면서 면역체계의 과잉 반응에 의해 염증이 폭발하는 전신성 염증 반응으로, 복합 장기부전과 사망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맥킨레이 의원은 당시 16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겨우 깨어났으나 양쪽 팔과 다리에 괴사가 진행돼 사지 절단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후 의수와 의족을 맞추고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되자 이날 의정 활동을 재개한 것이다.

맥킨레이 의원은 동료들 앞에서 “오늘은 제게 아주 감동적인 날”이라며 자신으로 인해 의회 내 여러 규칙이 깨져 “사과드린다”고도 말했다. 그는 “의족으로는 구두를 신을 수 없었고, 의수 위에 재킷을 걸칠 수 없었다”며 셔츠와 운동화 차림으로 의회에 출석했다며 다시 한 번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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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그 맥킨레이 영국 보수당 의원.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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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레이 의원은 자기 경험을 토대로 패혈증 환자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책이 강화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우선 수낵 총리를 향해 “패혈증의 초기 징후를 발견할 수 있게 정부가 힘써야 한다”며 “제 경우는 너무 빠르고 갑작스러웠으나 상당수 사람에겐 며칠이 걸리니 저와 같은 상황에 처하는 걸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 장관에겐 자신과 같은 신체 절단 환자들에게 적절한 보철물 제공을 보장해달라고 촉구했다.

맥킨레이 의원은 차기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신체 능력이 향상되는 대로 하원에 복귀하고 싶었지만, 앞으로도 많은 수술을 받아야 하고, 매주 물리치료도 받고 있다”며 “빡빡한 선거 운동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고, 당선된다 해도 이전처럼 주당 70∼80시간 근무를 지속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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