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여든일곱에 매일 등산 2시간, 막걸리 2병도 거뜬…나이를 거꾸로 먹는 설균태 회장[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50대의 이른 나이에 돌아가셔 제가 유전적으로 단명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을 때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에 산악회가 생겼어요. 그래서 바로 가입했죠. 당시 공무원 축구대회에 출전하는 축구 동호회가 인기가 있었는데 전 축구에 소질이 없어서 못하고 있었습니다. 시골 출신이라 산에서 뛰어논 기억이 있어 등산은 친근하게 다가 왔습니다.”

동아일보

설균태 성균관 고문회장이 경기도 남양주 수동면 축령산을 오르며 활짝 웃고 있다. 1974년 등산을 시작해 건강을 관리하고 있는 그는 3년전 남양주 수동면으로 이사해 매일 산을 오르고 있다. 남양주=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설균태 성균관 고문회장(87)은 등산 마니아다. 50년간 산을 올랐다. 3년 전 경기 남양주 수동면으로 이사를 왔다. 근처 축령산을 오르기 위해서다. 재무부 공무원 시절인 1974년부터 등산을 시작한 그는 “산을 오른 뒤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했고, 그 덕분에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직에 있을 땐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주 2회, 현직을 떠난 뒤엔 매주 평균 5회 이상 산을 오르고 있다”고 했다.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대모산 등 수도권 산행이 주를 이뤘지만, 설악산 한라산 등 원정 등산도 자주 갔다. 그는 “현직에 있을 때 주말 산행은 2일간 평균 8km, 요즘은 한 번 산행에 6km를 걷고 있다. 지금까지 산을 타며 걸은 거리가 총 5만2000km정도 된다. 지구 한 바퀴(4만km)를 돌고 1만2000km를 더 걸은 셈”이라고 했다. 그는 재부무 출신들로 매월 마지막 목요일 산에 오르는 ‘말목산악회’를 만들었고, 회장을 맡아 27년째 이끌고 있다.

동아일보

설균태 회장은 “등산이 최고의 건강 관리법”이라고 했다. 설균태 회장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좋은 공기 마시며 산을 올라서 인지 정말 몸이 달라졌어요. 병원을 다니며 치료해도 밤마다 잠을 못 이루게 절 고생시키던 알레르기성 비염이 산을 타면서 사라졌죠. 고혈압 등 성인병은 물론 사람들 많을 때 눈 앞에 모기 같은 게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비문증(飛蚊症)도 없어졌어요.”

설 회장의 건강 비결은 꾸준함이다. 말목산악회 등 등산 모임에 단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 비나 눈이 와도 산에 올랐다. 아내 손인자 씨(56)는 “주위분들이 괴물이라고 한다”고 했다. 설 회장은 매일 아침 ‘기초체력 훈련’을 한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양쪽 다리 전체를 움직여 엄지 발가락을 부딪히는 일명 ‘발끝치기’를 1000개 한다. 윗몸일으키기도 60개 한다. 50년간 등산하며 큰 부상이 없었던 배경에 이런 세심한 관리가 있었다.

50년전 함께 등산을 시작한 회원들 중 유일하게 설 회장만 아직도 산을 타고 있다. 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느려도 착실하면 이긴다(Slow and Steady wins the race)’다. 건강도 길게 보고 꾸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도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건강하다고 자신하다 망가지기 쉽다. 건강 지키는 것도 공짜가 아니다.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설균태 성균관 고문회장(왼쪽)과 아내 손인자 씨가 경기도 남양주 수동면 축령산을 오르며 활짝 웃고 있다. 1974년 등산을 시작해 건강을 관리하고 있는 설 회장은 3년전 남양주 수동면으로 이사해 매일 아내와 함께 산을 오르고 있다. 남양주=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느낄 수 있는 것은 건강 관리도 때가 늦지 않도록 시작해야 된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저는 30대부터 준비해 왔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산을 오르내리며 걷는 등산이 참 좋다고 느낍니다. 가끔 평지도 걷지만 같은 유산소운동이라도 평지를 2시간 걷는 것과 산을 2시간 걷는 것은 운동 후에 느끼는 쾌감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설 회장의 말처럼 등산이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등산은 산에서 하는 인터벌트레이닝(Interval Training)으로 불릴 정도로 운동으로 치면 강도가 높다. 인터벌트레이닝은 일정 강도의 운동과 운동 사이에 불완전한 휴식을 주는 훈련 방법이다. 예를 들어 100m를 자기 최고 기록의 70%에서 최대 90%로 달린 뒤 조깅으로 돌아와 다시 100m를 같은 강도로 달리는 것을 반복하는 훈련으로 지구력 강화에 효과가 좋다.

사실 엄격한 의미에서 등산을 인터벌트레이닝과 동급으로 놓을 순 없다. 하지만 산을 오를 때 급경사와 완만한 경사, 평지, 내리막이 반복된다. 이를 휴식할 때까지 1시간 이상 하니 일종의 인터벌트레이닝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몸은 강한 자극과 약한 자극이 반복되는 운동으 할 때 더 건강해진다. 무엇보다 등산은 1, 2시간 안에 끝내기 보다는 3~5시간까지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큰 효과가 있다.

동아일보

설균태 회장은 아흔이 가까운 나이에도 머리대고 물구나무서기와 엄지 검지 중지 세 손가락 팔굽혀펴기를 주기적으로 한다. 남양주=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설균태 회장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설 회장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50~60대 회원들과 산행할 때도 선두그룹에 합류해 정상까지 거뜬히 오른다. 아흔이 가까운 나이에도 머리대고 물구나무서기와 엄지 검지 중지 세 손가락 팔굽혀펴기를 주기적으로 한다. 그는 “2년 전 병원에서 골밀도 조사를 했는데 50대 초반 수준으로 나왔다”고 했다.

설 회장은 서른 한 살차 나는 아내와 매일 축령산을 2시간 이상 탄다. 그는 상처한 뒤 8년전 지금의 아내와 재혼했다. “둘이 취미도 비슷하고 잘 맞았다”고 했다. 그는 “수도권 여기저기를 돌아다녀봤지만 이렇게 남양주 수동면처럼 잣나무로 이뤄진 휴양림이 있고, 계곡이 아름다운 곳은 강원도 말고는 못봤다. 건강을 관리하기 참 좋은 곳이다”고 했다.

“산에 가면 기분이 좋아져요. 나무와 꽃, 바위, 계곡의 물…. 자연하고 교류하는 느낌이랄까.또 산은 늘 변해요. 꽃이 피고 신록이 우거지고 단풍으로 물들죠. 눈 덮힌 산도 예술이죠. 이런 좋은 자연 속에서 걸으니 건강해질 수밖에 없죠. 이쪽으로 이사와 너무 행복합니다.”

동아일보

설균태 회장(오른쪽)이 아내 손인자 씨와 사패산에 올랐다. 둘은 매일 함께 산에 오르며 건강한 노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설균태 회장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설 회장은 정신 건강에도 관심을 가졌다. 재무부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재경(財經)문학회’를 만들어 역시 회장을 맡고 있다. 회원들이 창작한 시와 시조, 수필 등을 묶어 ‘재경문학’을 매년 발간하고 있다. 올초 8호를 발행했다. 그는 수필을 쓴다. 수필로 등단도 했다. 기억력 퇴보를 막기 위해 한자를 다시 공부했고, 4년 전 한국어문회 한자 능력 1급 자격증을 획득했다.

재무부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설 회장은 국민카드 수석 부사장, VISA International 국제이사, 전북신용보증재단 초대 이사장, 교보생명보험 사외 이사,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수석특별위원, 삼성화재보험 고문, 여수광양항만공사 감사위원장, IBK 투자증권 감사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올초엔 성균관 고문단(전국 37명) 초대 회장에 선출 되는 등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등산으로 다진 체력 덕분에 아직 막걸리 2병도 마신다”며 “100세 넘어서도 산을 타겠다”며 활짝 웃었다.

“100세까지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건강하게 100세까지 사는 게 중요합니다. 제게는 등산이 최고의 건강법입니다.”

동아일보

설균태 회장은 매일 아침 윗몸일으키기도 60개씩 한다. 남양주=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