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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아빠, 애들이 나더러 개근거지래"…조롱거리 된 개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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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해외여행을 가지 못해 개근상을 받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혐오 표현 '개근 거지'. 한 가장에 이에 대한 사연을 전해 화제가 됐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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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함과 건강을 증명하는 가장 값진 상'으로 여겨지던 개근상이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친구에게 '개근 거지'라는 놀림을 받았다는 아버지의 사연이 올라왔다.

'개근 거지'는 돈이 없어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해 학교에 개근했다는 조롱을 담고 있는 신조어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하나 둔 아버지라고 밝힌 A씨는 "어제 아들이 친구들한테 '개거'(개근 거지)라고 놀림당했다고 울면서 말하더라. 학기 중 체험학습이 가능하다는 안내는 받았으나 안 가는 가정이 그렇게 드물 줄 생각도 못 했다"고 한탄했다.

그는 "외벌이 실수령액이 300만~350만원이다. 집값 갚고 생활비에 보험 약간 저축하면 남는 것도 없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A씨는 경주·강릉·양양 등 국내 여행을 알아보려 했지만 아들은 "다른 친구들은 괌·싱가포르·하와이 등 외국으로 간다. 한국으로 가기 싫다. 어디 갔다 왔다고 말할 때 쪽팔린다"고 말했다.

A씨는 "모든 세대만의 분위기나 멍에가 있겠지만 저는 그냥 없으면 없는 대로 자라고 부모님께 키워주심에 감사하면서 교복도 가장 싼 브랜드 입고 뭐 사달라고 칭얼거린 적도 없다"며 "아들 핸드폰은 최신 아이폰에 아이패드까지 사줬다. 제 핸드폰은 갤럭시 S10"이라고 세대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A씨는 아내와 상의 끝에 아내, 아들 둘만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로 결정했다며 현재 특가 항공권을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은 정말 비교 문화가 극에 달한 것 같다. 결혼 문화나 허영 문화도 그렇고 갑갑하다. 참 사는 게 쉽지 않다"고 씁쓸한 심경을 밝혔다.

최근에는 서울의 고급 아파트 단지의 커뮤니티에서 자녀들의 결혼을 주선하는 소모임이 결성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거주지를 중심으로 자녀의 결혼 상대를 고른다는 점에서 지역적, 계층적인 구별과 차별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지적이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개근상이 종이 취급받는다", "우리 누이도 작년에 저런 일로 조카와 다퉜다", "GOD의 '어머님께' 노래처럼 옛날에도 도시락 반찬가지고 거지라고 놀리는 거 많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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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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