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국가 해법’이 유일한 해결책”
이스라엘, 대사 소환하며 강력 반발
NYT “파괴적 전쟁 양상에 국내외적 압박”
지난 2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된 가자지구 휴전 촉구 시위에서 한 소년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고 있다. [AP]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유럽연합(EU) 회원국인 노르웨이와 아일랜드, 스페인 등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인정했다. 가자지구 전쟁이 8개월 째 접어든 가운데 오랜 기간 이스라엘의 주요 지지 세력이었던 유럽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들 3개국은 개별 기자회견을 통해 1967년 제 3차 중동 전쟁 이전 경계를 기준으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인정하기로 했다. 당시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 골란고원, 시나이반도 일부를 점령했다. 이중 이집트 영토였던 시나이 반도는 반환했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오는 28일부로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로이터]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오는 28일부로 팔레스타인을 정식 국가로 인정한다면서 “수만명이 죽거나 다친 전쟁 와중에 우리는 서로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살려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노르웨이는 1993년 미국과 함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중재해 ‘두 국가 해법’을 도출한 오슬로 협정을 이끌어낸 당사자라는 점에서 이번 팔레스타인 인정은 의미가 깊다. 노르웨이는 팔레스타인 난민을 돕는 유엔 난민구호기구(UNRWA)의 직원들이 하마스 공격에 가담했다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자금 지원을 이어오기도 했다.
시몬 해리스 아일랜드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오는 28일부로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AP]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사이먼 해리스 아일랜드 총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 아일랜드와 노르웨이, 스페인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기로 발표한다”며 “우리는 각각 이 결정을 유효화하기 위해 필요한 국가별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도 의회 연설을 통해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결정을 알리면서 “스페인 내각이 28일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승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 나라 외에도 EU 회원국 중 슬로베니아와 몰타도 두 국가 해법이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위한 길이라며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프랑스의 스테판 세주르네 외무장관은 “프랑스는 분쟁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국가 인정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면서도 “그 결정은 실제 효과가 있어야 하고 지금은 그 때가 아니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오는 28일부로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AFP]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이날 오후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공동 외교와 안보 정책의 틀 안에서 모든 회원국과 계속 협력해 두 국가 해법에 기반한 공동 입장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스웨덴은 2014년 10월 팔레스타인 국가를 EU 회원국으로선 처음으로 인정한 바 있다.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도 이미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메시지를 통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테러에 대한 보상”이라며 “악의 세력에 나라를 주면 그 나라는 테러 국가가 될 것이며 10월 7일 학살을 반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 세 나라에 주재 중인 자국 대사를 자국으로 소환했다. 대사의 소환은 단교 이전에 취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외교적 보복 방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유럽은 오랫동안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면서도 이스라엘 정부의 완강한 반대에 더 나아가지 못 했다”며 “그러나 민간인들의 희생이 확산되고 있는 가자지구 전쟁의 파괴적인 양산에 더 확고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국내외적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이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을 당시에도 유럽은 그동안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온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ICC의 대부분 유럽 당사국과 EU는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는 않았지만 ICC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하자 라빕 벨기에 외무장관은 “가자지구에서 자행된 범죄는 가해자에 관계없이 최고 수준의 기소가 이뤄져야 한다”며 체포영장 발부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 외무부도 “ICC의 독립과 모든 상황에서 처벌을 피해가는 것에 대한 투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전 총리의 발언을 인용해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정책 때문에 외교적 쓰나미에 휩쓸리고 있다”고 평가하며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으로) 이스라엘인들은 자신들의 국가가 점점 외교적으로 고립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는 네타냐후 정부의 지속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why37@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