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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외환거래 확대' 겨눈 은행 … 인력·조직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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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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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거래시간이 늘어나고 해외 금융사의 참여가 가능해지는 등 국내 외환시장의 큰 변화가 예고된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조직·인력을 확충하고 대행 업무를 준비하는 등 사업 기회를 잡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외환시장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6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맞게 된 만큼 외환 분야에서 비이자이익을 늘리는 발판이 될지 주목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정부의 국내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 시행에 대비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딜러 등 전문 인력을 충원하고 신사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현재 오후 3시 30분까지인 서울 외환시장 거래시간을 오는 7월부터 런던 시장 마감 시간인 새벽 2시까지로 연장하고, 단계적으로 24시간 개방한다. 둘째는 한국 외환당국의 인가를 받은 해외 소재 외국 금융사(RFI·Registered Foreign Institution)가 서울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엔 해외 소재 외국금융사는 서울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없어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을 활용했다.

시중은행들은 공통적으로 자사의 해외 법인이나 지점을 RFI로 등록해 새롭게 서울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24시간 외환거래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고 동시에 해외에서 원화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날 기준 정부 인가를 받은 RFI는 국민·하나은행의 런던·싱가포르 지점을 비롯해 도이치뱅크, 뱅크오브아메리카, ING뱅크 등 외국 은행의 해외 지점 등 총 22곳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중심지인 런던과 싱가포르에서 RFI로서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해외 고객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영업에 강점이 있는 베트남과 인도 지점을 RFI로 신청했다. 우리은행은 이달 런던 지점에 딜러를 파견할 예정이며, 베트남 법인을 RFI로 등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RFI의 외환거래 대행 업무에 대한 관심도 높다. 국내 은행들은 RFI로 등록한 해외 금융사를 대신해 외환당국에 외환거래 관련 신고·보고 업무와 계좌 관리 등을 통해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대행 업무 서비스 준비를 마치고 RFI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3자 외환거래도 새로운 승부처로 떠올랐다. 그동안 해외 투자자는 본인 명의의 계좌가 있는 은행에서만 달러 매도·원화 매입 등 외환거래가 가능했다. 그러나 제3자 외환거래가 허용되면서 해외 투자자는 은행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국민은행은 제3자 외환거래를 개척하기 위해 전담 영업팀을 꾸리고 있다.

기업용 외환 전자거래 플랫폼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이 시장의 선두주자인 하나은행은 자사 외환거래 플랫폼 '하나 FX 트레이딩 시스템'을 국내외 금융사에 도입하고 24시간 실시간 환율 정보 등을 제공함으로써 신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인터넷은행 토스뱅크가 올해 하나은행의 외환거래 시스템을 설치해 '환전 수수료 무료' 등 다양한 외환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이 대표 사례다. 하나은행은 '서학개미'를 겨냥해 한국에 진출하는 해외 주식거래 플랫폼과 원화 자산 투자에 관심 있는 외국 금융사도 잡겠다는 목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해외에서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할 계획"이라며 "관련 사업 이익이 작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작년에 외환 전자거래 플랫폼을 선보였고, 우리은행은 올 초 출시해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이용자를 늘리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외환 관련 신사업을 통해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을 늘릴 기회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비율이 8대2로 신사업 등을 통한 비이자이익 확대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내 외환시장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외환의 공급 주체가 다양해지고 거래량이 늘어나면 오히려 환 변동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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