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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볼파라 인수 끝낸 루닛, 美 시장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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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서범석 루닛 대표는 22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이하 볼파라)' 인수(M&A)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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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내년에는 루닛과 볼파라 두 기업 합쳐 1000억원 매출을 내고 흑자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이 정도 실적을 내는 기업은 별로 없다.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올라서겠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22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이하 볼파라)' 인수(M&A)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볼파라는 뉴질랜드에 본사를 둔 글로벌 유방암 검진 플랫폼 기업이다. 볼파라는 미국 전체 유방촬영술 검진기관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0곳 이상 의료기관에 자사의 유방암 검진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97% 이상이 미국 시장에서 나오는 등 현지 사업기반을 잘 갖췄다.

미국은 전 세계 유방암 검진 시장의 65%를 차지하는 초거대 시장이다. 하지만 루닛은 AI 솔루션 품목허가가 늦어지면서 회사의 시장 진출이 늦어졌고, 속도감 있는 진입을 위해 작년 9월부터 볼파라와 접촉을 시도했다.

앞서 루닛의 3차원(3D) 유방단층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DBT'는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 전 허가(510(k) Clearance)를 받았다. AI 응급질환 자동분류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CXR 트리아지'와 AI 유방암 진단보조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도 지난 2021년 FDA 허가를 받았다. 오는 2025년엔 AI 기반 동반 진단 솔루션 '루닛스코프'의 허가를 목표하고 있다.

루닛는 지난해 11월 독점적 실사에 착수한 뒤, 12월 인수 계약을 체결하는 등 빠른 속도로 M&A를 추진했다. 올해 초에는 뉴질랜드 해외투자규제청(OIO)과 고등법원(High Court)으로부터 잇따라 투자 계획안에 대한 승인을 획득했고, 이달 초 166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며 인수 준비를 마쳤다.

이어 지난 21일 볼파라 지분 100%를 취득하고 자회사 편입을 최종 완료했다.

볼파라가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볼파라 실적은 내달부터 인식될 예정이다. 서 대표는 "올해 루닛과 볼파라 매출 가이던스는 각각 400억원으로 토탈 800억원에 달한다. 재무제표상 볼파라 매출은 6월부터 반영될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전부 적용되기 때문에 1000억원 이상 매출을 충분히 낼 것으로 보인다. 또 AI 소프트웨어 사업은 마진율이 높기 때문에 높은 마진을 통해 성장곡선을 그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매출 비중도 현재 5%정도보다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국내가 가장 빠르게 확산할 시장이지만 내년부턴 미국 비중이 가장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루닛은 볼파라가 구축한 영업망을 활용해 제품 판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서 대표는 "미국에서는 볼파라의 브랜딩이 강하게 구축된 상태라 겉으로는 볼파라 이름으로 루닛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라며 "미국에서 루닛 사업은 '인사이트' 제품군과 '스코프'로 나뉜다. 현지 법인에 있는 인력 대부분은 스코프에 집중하고 인사이트 제품군 사업개발(BD) 인력은 볼파라로 넘어갈 예정이다. 루닛 제품을 판매하는 인력은 볼파라측이 채용해 같이 파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서 대표가 실적 개선을 자신하는 이유는 단순 유통망 때문만이 아니다. 양사가 보유한 데이터와 기술력 결합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 대표에 따르면, 루닛의 정확도 높은 AI 알고리즘 개발 능력에 볼파라의 유방 조직밀도 정밀분석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유방암 검진 기술 수준을 한 차원 더 끌어올리게 됐다.

나아가 볼파라가 확보하고 있는 1억장 이상의 의료 데이터와 자체 확보한 다국적, 다인종의 임상 데이터를 활용해 조건과 환경에 상관없이 적용 가능한 '기초 모델(Foundation Model)'을 구축할 수 있다.

특히 이들 데이터는 제품 개발을 위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객 동의를 얻어 법적분쟁 가능성을 해소했다. 고객이 없는 경쟁사들은 일일이 의료기관에서 데이터를 받아야한다. 영상 1장의 비용은 3000~4000원으로 알려지는데, 볼파라가 보유한 1억장의 데이터를 자체 확보하려면 단순 계산시 3000억~4000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수천개 기관을 뚫어야하는 부대비용 등을 감안하면 루닛은 볼파라 인수를 통해 수천억원의 비용을 아낀 셈이다.

루닛은 볼파라 인수 후 추가적으로 연간 약 2000만장 이상의 데이터를 지속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를 통해 스스로 판독하고 진단하는 '자율형 AI(Autonomous AI)' 시스템을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서 대표는 "지난 5년간 유방 검진 솔루션 구축을 위해 모은 데이터가 30만장이다. 경쟁사와 비교하면 가장 많이 들고 있는 거긴 하지만 (볼파라를 인수하면) 70배가 넘는 데이터를 매년 모을 수 있게 된다"며 "AI 진단은 의료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정확도가 높아지는데 (볼파라 인수 없이) 이 정도 규모의 데이터를 얻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볼파라의 대규모 데이터를 통하면 맞춤형 AI 개발도 가능하다. 지금은 모두 똑같은 검진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데, 개인 맞춤으로 가면 99%의 정확도를 보일 수 있다"며 "AI의 성능이 좋아지면 의사 개입이 최소화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테리 토마스(Teri Thomas) 볼파라 대표는 "미국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하루 8시간 동안 3-4초마다 한 장씩 의료 영상을 판독해야 할 정도로 업무량이 과중해 AI 도입 필요성이 해마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볼파라는 이미 1억1700만장을 확보했다. 우리 고객의 데이터베이스가 더 늘면 이 수치도 증가할 것"이라며 "이번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의료기관이 더 많은 우리 제품을 설치하고 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들어 볼파라는 자사 워크플로우 플랫폼에 폐암 및 폐 결절 조기진단 소프트웨어를 연계해 사용하는 등 유방암 외 시장으로의 확장 기조에 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루닛 AI 솔루션을 탑재하게 되면 유방암은 물론 폐암 등 다양한 검진 시장 공략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양사는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 중동, 중남미,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 확장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미국 외 지역에서는 루닛치 자사 제품에 더해 볼파라 제품 판매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서 대표는 "유럽에서는 루닛의 영업망이 더 크기 때문에 우리가 조금 더 리드하는 포지션으로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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