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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지배구조 2024|하이트진로②]100주년 하이트진로, 박태영 체제 전환 속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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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그래픽=이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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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오너 3세 박태영 사장의 서영이앤티를 중심으로 지분 승계가 선행된 가운데 하이트진로가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아 승계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그간의 과정에서 박 사장이 그룹 내 확고한 지배력을 확보한 만큼 지분 승계의 핵심작업은 일단락됐다는 평이다.

다만 서영이앤티의 하이트진로와의 내부거래가 '일감 몰아주기'로 규정되면서 승계 작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서영이앤티 최대주주인 박 사장은 '편법 증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공정위와 법정 공방을 벌이다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경영 공백은 면했지만 서영이앤티에 대한 우회 지원이 막혔고, 박문덕 회장이 아직 그룹 내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있어서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서영이앤티가 하이트진로홀딩스의 2대주주로 올라서는 과정을 변칙적인 수법을 사용한 부당 지원으로 판단해 최근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실제 서영이앤티는 하이트진로와의 내부거래로 성장했는데, 과거 한때 내부거래 비중이 전체 매출 98%에 달하기도 했다.

하이트진로가 불복해 공정위와 법정 공방을 벌였으나 지난 4월 대법원이 공정위에 손을 들어주면서 박 사장은 유죄 판결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 1부는 2008년부터 2017년 계열사 서영이앤티를 맥주 캔 제조·유통과정에 끼워 넣고 일감을 몰아 '통행세' 43억원을 챙긴 혐의로 박태영 사장에 징역 1년3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 명령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서영이앤티를 통한 편법 승계가 감시망에 걸리면서 박문덕 회장의 지분 승계 방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개인이 아닌 법인을 통한 세금 없는 승계 작업으로 박 사장의 지배력이 높아졌으나 박 회장은 여전히 하이트진로홀딩스(보통주 29.5%·우선주 0.4%)의 최대주주다.

박 사장이 박 회장의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그대로 물려받으면 증여세나 상속세를 위한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전날(21일) 종가 기준 우선주를 포함한 박 회장의 지분 가치는 하이트진로홀딩스 618억원, 하이트진로 363억원이다. 세금만 500억원에 달할 걸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서영이앤티가 박 회장의 지분을 인수해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시나리오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이 경우 박태영→서영이앤티→하이트진로홀딩스→하이트진로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굳건해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선 서영이앤티가 몸집을 불려야 하는데 우회 지원 경로 감시 받게 되며 셈법이 복잡해졌다.

하이트진로홀딩스가 서영이앤티를 흡수 합병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이 경우 하이트진로홀딩스가 서영이앤티 주주에게 자기주식을 지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박태영 사장과 박재홍 부사장은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취득할 수 있지만, 합병 비율 논의 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하이트진로홀딩스 주가는 최근 5년 간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 승계 작업의 적기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이트진로홀딩스 주가는 2020년 6월 최고가 2만4800원을 기록하고서 꾸준히 떨어져 전날 종가 기준 9030원에 마감했다. 증여나 상속, 합병 등을 고려하면 지주사 주가가 낮은 편이 자금 부담 면에서 오너 일가에 유리하다.

다만 박태영 사장은 편법 증여가 유죄로 확정돼 여론이 부정적인 만큼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업황이 악화한 상황에서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만큼 박 사장이 경영 성과에 따라 승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소주 시장에서 점유율 65%의 압도적인 1위 사업자지만, 코로나 이후 유흥 시장이 위축되고 소주 소비가 줄면서 실적이 부진했다. 또 지난해 야심차게 내놓은 '켈리'의 성적도 능력 입증의 지표로 작용할 전망이다. 켈리는 지난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 켈리 띄우기에 주력했으나 투자 대비 성과가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행히 올해 출발 성적은 긍정적이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4.9% 증가한 48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맥주 부문 영업이익이 35억원 적자에서 73억원 흑자 전환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이는 켈리가 시장에 안착하면서 초기 편성한 마케팅 비용이 효율화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김제영 기자 zero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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