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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88올림픽 때 4800원이었는데…치킨값은 어떻게 3만원이 되었나 [푸드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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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유 내세운 BBQ, 후라이드값 1위

20년 새 치킨값 76% ↑…시급은 4배로

기름값·최저임금·공공요금 등 부담 커져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31일부터 BBQ의 ‘황금올리브치킨 후라이드’가 가장 비싼 후라이드 치킨(2만3000원)으로 등극한다. 경쟁사인 교촌의 리얼후라이드(2만원), bhc의 후라이드(2만원) 대비해 약 15% 비싸다. 황금올리브치킨콤보은 기존 2만4000원에서 2만7000원으로 올랐다. 배달비를 포함해 만원 지폐 세 장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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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올리브치킨 1마리 가격은 서울 외식비 기준‘냉면 2그릇’ 또는 ‘칼국수 2그릇에 김밥 1줄’ 가격과 맞먹는다. 치킨값 3만원 시대, 업계는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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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후라이드 프랜차이즈 '림스치킨' [서울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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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후라이드 치킨 브랜드는 1977년 명동 신세계백화점에 문을 연 림스치킨이다. 당시 치킨 한 마리의 가격은 약 2000원으로 전해진다. 전기구이 통닭(약 500원)보다 비쌌다. 1970년대 육계 산업 발전과 동방유량(현 사조해표)의 식용유 대량 생산은 치킨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국민 음식’으로 손꼽히는 치킨이었지만, 당시 가격은 만만하지 않았다. 1988년 올림픽 당시의 치킨 한 마리 가격은 4800원. 당시 짜장면 한 그릇(700원)의 7배 수준이었다.

이후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양념치킨이 등장했다. 소스 가격과 함께 가격은 1000원 가까이 올랐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이었던 2000년대 초반 후라이드 치킨 가격은 1만원 초반을 유지했다. 그러다 2005년 5월 당시 BBQ는 1마리 1만1000원이었던 가격을 1만3000원으로 인상했다. “대두유를 올리브유로 교체한다”는 명분이었다.

2010년대 들어 치킨 한 마리 가격은 1만원대 중반이 됐다. 2010년 기준 주요 후라이드 치킨 가격은 BBQ(황금올리브 치킨) 1만6000원, 교촌치킨(교촌 오리지날) 1만4000원, bhc(해바라기 후라이드 치킨) 1만5000원이었다. 2005년에서 약 20년이 지난 지금 황금올리브치킨 후라이드의 가격(2만3000원)은 76.9% 올랐다.

옛 가격이 그리운 소비자라면 반 마리 치킨으로 그리움을 달래야 한다. 2005년 BBQ의 후라이드 치킨 1마리 가격으로 지금 ‘반 마리’ 메뉴를 구입할 수 있어서다.

치킨값에는 기름값·임차료·인건비·로열티·양념·포장 등 기타 비용에 배달앱 수수료, 대행비, 부가가치세가 포함된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매번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이 올랐다고 강조한다. 대체 얼마나 올랐길래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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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Q치킨의 1인분 메뉴들. [BBQ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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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인건비(최저임금·시급)는 2004년 2840원에서 2024년 9860원으로 4배 뛰었다. 2004년 약 3~4시간의 시급으로 사 먹을 수 있었던 치킨 한 마리(BBQ, 황금올리브 기준)는 이제 약 2시간 30분 일하면 구매할 수 있다. 최저임금과 비교하면 치킨값의 인상 폭이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2020년 이후 가격 인상 주기가 짧아진 건 사실이다. BBQ만 해도 2000년대 들어 2005년, 2009년, 2017년(발표 후 철회), 2018년, 2022년, 2024년 가격을 올렸다. 최근 인상은 가장 짧은 주기(2년)에 해당한다.

특히 2020년 이후에는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치킨값 인상 폭이 커져 소비자 체감이 커졌다. 실제 최저임금 인상률은 전년 대비 2022년 5.5%, 2024년 2.5%였다. BBQ 황금올리브치킨 기준 인상률은 11%, 15%에 달했다.

이에 대한 BBQ 측의 반박은 원부자재 비용의 급증이었다. BBQ 측은 “원·부재료 가격의 상승, 최저임금, 임차료 및 기타 유틸리티 비용(가스비, 전기료 등)의 급격한 상승으로 가맹점이 수익성 악화를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수준”에 달했다고 설명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리브유 가격은 2020년 t(톤)당 2628달러(약 360만원)에서 2021년 4185달러(약 573만원)로 상승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1만88달러(약1381만원)까지 4배가 뛰었다. 올리브값의 고공행진에 지난해 9월 BBQ는 18년 동안 타사와 차별화됐던 100% 스페인산 올리브유 대신 올리브유와 해바라기유를 절반씩 혼합한 것으로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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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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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비와 전기료 등 공공요금도 급증했다. 올해 7월 이후 인상설이 언급되는 전기요금은 2022년 이후 총 6번에 걸쳐 44.1%나 올랐다. 지난해 2월의 경우 상수도 요금 물가가 17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오르는 등 물값도 부담을 키웠다.

닭값은 어떨까. 치킨집에서 많이 쓰는 9~10호 닭고기(냉장)의 kg당 가격은 20일 기준 3462원이다. 2년 전(2022년 5월) 3769원보다 소폭 내렸지만, 원가의 15~20%를 차지하는 수준에서 큰 변화는 없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내세우는 ‘가맹점의 수익성 악화’도 들여다봐야 한다. BBQ 자체 조사 결과 가맹점(매출 상위 40% 점포 기준)의 올해 4월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10% 가까이 감소했다. BBQ는 가격 인상을 조정분의 90% 이상이 가맹점으로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코로나19 이후 배달업계의 과도한 가격 책정도 소비자 부담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 앱으로 주문하더라도 라이더에 지불하는 가격은 코로나19 전보다 3배 수준인 6000원대가 됐다”면서 “최근 배민,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이 무료 배달을 강조하지만, 가맹점주의 7%대 수수료와 건당 약 3000원의 배달비 부담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예로부터 한국인의 표현 중 ‘밥 위의 고기’, 즉 고기에 대한 지향성이 있었는데 닭고기는 소, 돼지의 대체재 역할을 해왔다”며 “닭고기에 대한 소비 열망이 여전하기 때문에 비싸질수록 심리적 저항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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