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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4 (금)

[최준영의 월드+]전쟁중 국방장관 교체…경제학자 출신 임명한 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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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역임한 측근 쇼이구 경질

군부·특정 엘리트 세력 견제

벨로소프 장관 군 경력 전무

경제 장관·1부총리 등 역임

부패와 거리 먼 인물로 신임

국방비 효율적 집행 나설 듯

아시아경제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글로벌 법률·정책)


2022년 2월 24일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800일을 훌쩍 넘어 계속되고 있다. 2023년 겨울철을 전후해 시작된 러시아군의 공세는 현재까지 계속되면서 우크라이나군을 곤경에 몰아놓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동북부 지역에 위치한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 인근 지역에서 대규모 공세를 전개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르키우 인근 지역은 우크라이나에 의해 요새화된 지역으로 여겨지고 있었으나 많은 곳이 부실 공사 등으로 인해 예상보다 방어력이 낮은 것으로 판명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러시아군이 대규모 병력을 집중시키면서 진행하는 공세에 맞서기 위해 우크라이나도 대규모 병력 동원 및 효과적 운용이 필요하지만, 국내 정치 상황으로 인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의회를 통과한 우크라이나지원법에 따라 200억달러 이상의 지원이 가능하게 됐지만, 실제 전선까지 미국이 지원한 무기 등이 도착하기까지는 2개월 이상이 소요될 예정이어서 당분간 러시아의 공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러시아가 최근 국방부 장관을 교체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번째 임기를 시작한 푸틴 대통령은 2012년부터 12년 동안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을 국가안보위원회 의장으로 임명하면서 국방부 장관에서 물러나도록 했다. 푸틴과 오랫동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것으로 알려진 쇼이구 국방부 장관은 그동안 러시아군 개혁 및 증강을 이끌어온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지만 2022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이후 전쟁 대비 태세 미흡 및 와그너 그룹 등 무장 집단과의 관계 설정 실패 등으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쇼이구 장관에 대한 경질은 지난 4월 티무르 이바노프 국방차관이 부패 혐의로 체포되면서 예견됐다. 이바노프 차관은 호화 생활과 더불어 점령한 마리우폴 복구사업에 있어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예산을 착복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관의 낙마에 이어 국방부 장관의 교체가 이어진 것이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전쟁으로 인한 군부와 특정 엘리트 세력의 영향력 강화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본격적인 견제에 나섰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와 같은 견해를 뒷받침하는 것은 후임 국방부 장관으로 군 경력이 전무한 경제학자 출신의 안드레이 벨로소프가 임명됐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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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벨로소프 러시아 신임 국방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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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소프 신임 국방부 장관은 모스크바대를 졸업하고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연구소와 자신이 설립한 경제 싱크탱크에서 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2005년, 2008년을 전후해 세계적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2006년부터 경제개발부 장관, 경제고문, 제1부총리 등을 역임했으며,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신임을 받았다. 벨로소프 장관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부패와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권력 엘리트 계층 내의 부패가 일반화된 러시아에서는 매우 독특한 인물로 여겨지고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국가의 강력한 역할을 통한 경제성장을 중시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국가는 핵심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하며 동시에 완화적 재정 및 신용정책을 통한 저금리를 유지해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기업들의 자유로운 활동은 보장해야 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는 이익에 대해서는 국가가 단호하게 환수해 공공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인해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장과 충돌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이 전쟁 중에 경제 전문가를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한 이유는 급증하고 있는 국방비 지출에 대한 효과적인 집행과 통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24년 러시아의 국방비는 1172억 달러였는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6.6% 수준에 이르는 규모다. 일반적으로 GDP 2~3% 수준이 적정수준이라고 간주하는 것을 고려해보면 전시 상황이라 하더라도 국방비 규모가 과도하게 커지고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타당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1980년대 구 소련 정부가 미국과의 군비경쟁에 맞대응하면서 GDP 4% 이상 수준으로 국방비 지출을 늘린 것이 소련 붕괴의 원인이었음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통제와 효율적 집행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확고했을 것이다.

또한 대규모 지출이 단순히 기존 무기의 양적 확대에 그치지 않고 각종 첨단 기술과 제조 역량 확대로 이어지도록 함으로써 방위산업 이외의 전체 경제 부문의 발전과 활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장기화하고 있는 전쟁의 영향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여기고 있다. 벨로소프 장관은 과거 인터뷰를 통해 항공, 조선, 전자, 공작 기계, 디젤 엔진, 터빈 등 첨단제품 생산을 위한 국가 주도의 투자와 기업 육성이 필요함을 강조했는데 푸틴 대통령의 구상도 이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벨로소프 장관의 임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2024년 이후에도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통해 러시아의 국력을 약화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는 러시아로서는 장기전을 대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장기전을 위해서는 효과적인 동원체제의 구축과 더불어 각종 산업의 재편이 필요한데 자원 판매에 의존하던 러시아로서는 쉬운 과제가 아니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우선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당장 필요한 각종 부품과 제작 설비 등을 확보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기술적 역량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벨로소프 장관 임명은 일관된 방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의 의도가 제대로 달성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지만 방향 자체는 옳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러시아의 의도가 달성된다면 러시아는 한 차원 강화된 산업생산력과 동원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미국과 서방국가들에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계속된 무기 지원을 넘어 더 큰 차원의 안보전략 수립과 동맹국과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그러한 변화를 도모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미국의 고민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글로벌 법률·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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