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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친절한 경제] '경제 규모 절반 수준' 타이완에 점점 더 밀리는 한국증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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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 수요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 합니다. 권 기자, 최근에 우리 증시도 상승세를 보이고는 있잖아요. 그런데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특히 우리가 늘 앞섰던 타이완 증시에 밀리는 모습이 최근에 두드러진다고요?

<기자>

주요국 증시들이 올해 들어서 잇따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해 온 반면에 한국 증시는 나 홀로 주춤한 편이었습니다.

중국 증시 정도를 제외하면 주요국 가운데서 한국만 2021년에 기록한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닌데요.

그래서 우리는 지금부터 많이 오를 수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 경기가 뚜렷하게 회복되고 있고, 올해 성장률에 대한 기대도 잇따라 올라가면서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을 많이 사고 있기 때문에 이제 상승폭이 커질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우리 주식시장 나아가 우리 경제 앞에 구조적인 장애물이 놓여있는 게 아닌가, 그게 지수로도 확인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바로 타이완 증시와의 역전입니다.

타이완 증시는 최근에 우리 증시를 앞질렀을 뿐만 아니라 그 격차를 점점 더 크게 벌려가고 있습니다.

<앵커>

이걸 어떻게 봐야 하나요?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타이완보다 훨씬 크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 국내총생산 규모는 타이완의 2배가 넘습니다.

그런데 지금 타이완 증시의 시가총액은 이 그래프에서 보시는 것처럼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우리 증시의 시가총액을 급속도로 추월했을 뿐만 아니라 그 격차를 빠르게 벌려서 20여 년 만에 가장 큰 차이가 날 정도입니다.

증시의 시가총액이 이렇게 차이가 난다는 건, 앞으로 타이완 경제에 대해서 투자자들이 걸고 있는 기대가 한국 경제에 걸고 있는 기대보다 그만큼 더 큰 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 집 자산이 옆집의 두 배를 넘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웃들은 우리 집이 아니라 옆집에 "앞으로 저 집이 더 유망하다"고 하면서 앞다퉈서 돈을 빌려주려고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타이완 증시의 시가총액은 2019년부터 한국 증시를 슬쩍 따라붙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 발생 직후 세계 주식시장 급락세가 나타났던 2020년 3월에 우리를 역전합니다.

한국증시가 바로 재역전시키긴 했지만요.

타이완과 예전 같은 격차는 다시 벌리지 못하고 계속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다가 2021년 11월에 또 역전당합니다.

그 뒤로는 그야말로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올해 2월에 역전당한 뒤로는 본격적으로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해서 한국증시가 유지해 온 과거의 우위를 한동안 다시 되찾기 힘들어 보이는 수준까지 벌어졌습니다.

<앵커>

문제는 이 격차가 최근에 더 벌어지고 있다는 거겠죠.

<기자>

지금의 인공지능 열풍과 관련이 있습니다.

타이완의 대표 기업인 반도체 제조사 TSMC가 지금의 AI 붐 가운데서 가장 유망한 회사 중 하나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타이완이나 우리나 반도체 수출이 경제의 핵심이란 점이 똑같은데요.

타이완 대표 기업인 TSMC와 우리 삼성전자의 최근 주가 추이를 비교해 보면 지금 AI 열풍 속에서 투자자들이 어느 회사로 몰리고 있는지 더욱 극명하게 보입니다.

TSMC는 우리 증시의 삼성전자 같은 대장주입니다.

타이완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가 넘습니다.

그런 TSMC로 자본이 몰려들면서 타이완 증시 전체가 힘을 받고 올해 역대 최고치를 돌파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AI 붐이 이유의 전부일까, 격차는 올해 들어서 눈에 띄게 벌어진 게 맞지만 이미 몇 년째 우리 경제규모의 절반도 안 되는 타이완 증시와 엎치락뒤치락 해온 점은 AI 붐만으로는 설명이 안 됩니다.

우리 경제를 근본적으로 받쳐온 기술 제조업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구조적으로 줄어들어온 게 근본적인 문제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중국 기술 제조업의 세계 속 비중이 커지면서 우리가 차지했던 부분들을 조금씩 잠식당해 오기도 했고요.

2018년 미중 갈등이 본격화된 이후로 미국도 점점 자국 제조업의 비중을 늘려가면서 한국의 자리가 말 그대로 좁아지고 있는 현실이 우리 경제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증시 시가총액에 드러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박상현/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 : 새로운 제조업 국가들이 성장했다는 부분도 하나 있는 것 같고, 또 한 가지 저는 '차이나쇼크(중국 충격)'로 봅니다. 중국이 상당 부분 산업적으로 성장을 하다 보니까 우리 시장을 결국 갉아먹고, 또 우리는 중국에 그만큼 물건을 팔지 못하는 '차이나 쇼크'의 일부가 저 흐름에 반영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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