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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르포] "임대료 안 받겠다고 해도 문의조차 없어" 무더기 공실 세종시 상가,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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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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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이 많은 정도를 넘어 심각한 수준입니다. 임대료 없이 관리비만 내고 들어오라는 분위기인데도 문의조차 없어요." (세종시 나성동 공인중개사)

21일 찾은 세종시 중심상권 나성동 일대는 상가 곳곳이 텅 비어있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새롬동 BRT 정류장과 가까이 있는 상가도 1층이 전부 비어 ‘임대문의’ 포스터만 붙어 있었고, 음식점과 주점이 모여있는 일부 골목을 제외하면 임차인을 찾지 못한 빌딩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나성동의 지하 3층~지상 12층, 연면적 8만9951㎡ 규모 상업시설은 평일 저녁 시간대임에도 중앙 광장을 지나는 방문객 한 명 없이 적막했고, 빈 상가 앞으로 프랜차이즈 점주를 모집한다는 입간판이 줄지어 서 있었다.

실제로 나성동 일대를 걷다 보니 비어 있는 아파트, 오피스텔 1층 상가가 대략 4곳 중 1곳 꼴이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세종시 중심상권인 나성동 일대는 수년째 심각한 공실률에 시달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세청과 정부세종2청사 옆 중심상업지구인 2-4생활권에 위치한 상업시설 '어반아트리움'은 준공된 지 7년째지만 공실률이 70%에 달한다. 나성동 공인중개사 김모씨는 "현재 어반아트리움 상가는 회사(모아종합건설) 보유분 매물이 60%가 넘는데 계약이 잘 안 되는 상태"라고 전했다.

세종시 핵심 상업지역으로 계획된 나성동 일대는 음식점이 모인 일부 상권을 제외하고 찬바람만 불고 있는 실정이다. 중심 상권의 대형 쇼핑몰 건물이 수년째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하고, 국세청 인근 백화점 예정 부지도 5년 가까이 공터로 방치돼 상권 수요 유입이 더뎌지고 있다. 나성동의 또 다른 위락시설 부지도 개발사업에 진척이 없어 일부는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높은 공실률은 인구 증가에 비해 과도한 공급이 원인으로 꼽힌다. 나성동 공인중개사 서모씨는 "상업시설 공급이 과도했고, 분양가도 높았다. 거기다 경기 침체로 장사하려는 사람도 없어 공실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백화점 등 핵심상권이 형성되지 않으니 그 주변 상가 공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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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나성동 한 대형 상업시설 내 공실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은 모습 [사진=박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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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 활성화의 첨병으로 기대를 모았던 나성동 백화점 개발사업은 현재 삽조차 뜨지 못한 상태다. 국세청 인근의 총 6만2377㎡(1만8869평) 부지에 최고 50층 이하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세종시 인구가 지난달 기준 총 38만7726명으로 백화점 입점 기준 인구(50만명 이상)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인구 증가세도 매년 둔화하고 있는 터라 소비 여력이 늘어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지역 숙원사업인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 조성 계획도 추진 중이지만, 현장에서는 상권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인중개사 김모씨는 "국회와 집무실은 몇년째 답보 상태에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고 이전된다고 해도 상권이 바로 활성화되긴 어려울 것 같다"며 "일자리가 들어오고 인구가 늘면서 자연스레 상권 수요가 늘어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세종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올 1분기 기준 24.8%로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가장 높았고, 소규모 상가 공실률 또한 11.3%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세종시 내 세종정부청사 지역 집합상가 공실률도 29.9%로 집계됐다.

아주경제=세종=박새롬 기자 sp500@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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