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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부실 대거 턴다는데…웃지 못하는 그들 [고심 끝에 나온 부동산 PF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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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자 정부가 고심 끝에 종합대책을 내놨다. 전국 5000여곳의 부동산 PF 사업장 중 부실 우려가 큰 곳을 대거 구조조정 대상에 올리기로 하면서 PF 시장이 연착륙할지 건설업계 이목이 쏠린다.

매경이코노미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지난 5월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PF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PF 대책 핵심은

PF 만기 4회 연장, 연체 땐 퇴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연내 PF 부실을 대거 털어내 정상화 기반을 다지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먼저 금융사(PF 대주단)가 실시하는 PF 사업장 평가 등급을 기존 3단계(양호, 보통, 악화 우려)에서 4단계(양호, 보통, 유의, 부실 우려)로 세분화한다. 기존 ‘악화 우려’ 등급은 사업 진행 지연, 사업성 미흡 등으로 사업 추진이 곤란한 경우를 의미했는데, 이번에 신설된 ‘유의’ 등급은 지속적, 중대한 애로 요인으로 사업 진행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될 때 적용된다. 이보다 한 단계 낮은 ‘부실 우려’ 등급은 아예 추가 사업 진행이 곤란한 경우다.

금융사의 주관적 판단에 따르던 평가 기준도 보다 객관화, 구체화하기로 했다. 당국은 브리지론, 본PF 등 단계별로 10여개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2개 이상에 해당하면 사업성 부족으로 판정하도록 했다. 토지 매입 단계인 ‘브리지론’은 인허가와 본PF 미전환 등을, 인허가 후 착공 단계인 ‘본PF’에서는 공사와 분양 진행 상황, 시공사 등을 따져볼 방침이다.

일례로 토지만 사놓은 브리지론 단계에서 대출 만기 6개월이 지나도록 인허가를 받지 않고 수익 구조가 악화한 경우 ‘유의’로 분류한다. 또한 착공 단계인 본PF가 대출 만기를 4회 이상 연장했거나, 경공매에서 3회 이상 유찰되면 ‘부실 우려’ 기준에 해당한다.

‘부실 우려’ 사업장 채권에 대해 금융사는 75%를 충당금(손실)으로 쌓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악화 우려’ 사업장 채권에 고정 수준(30%)의 충당금을 쌓으면 됐지만 앞으로는 금융사 부담이 급증한다는 의미다. 충당금 비율이 올라가면 그만큼 손실이 커져 대주단이 만기 연장으로 버틸 유인이 줄어든다. 경공매를 통한 사업장 정리 압박도 커질 수밖에 없다.

당국은 또 평가 대상 PF 사업장에 기존 브리지론과 본PF뿐 아니라 토지담보대출, 채무보증약정 보증까지 추가했다. 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새마을금고 PF 대출도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평가 대상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36조원에서 230조원가량으로 대폭 늘어났다.

금융당국은 구조조정 대상 PF 사업장 규모가 전체의 5~10% 수준인 것으로 추산했다. 금액으로 보면 대략 23조원 안팎 PF 대출이 부실 우려를 안고 있다는 의미다. 전국 5000여곳 PF 사업장 중 800~1000곳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이 중 150개 안팎이 경공매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민간, 공공 차원의 금융 지원도 이뤄진다.

은행·보험업권은 오는 6월 1조원 규모로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하고, 향후 상황에 따라 최대 5조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신디케이트론은 경공매를 진행하는 PF 사업장에 대한 경락자금대출, 부실채권(NPL) 매입 지원, 일시적 유동성 지원 등에 투입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해 새마을금고에 지원한 1조1000억원에 더해 올해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업권에서 4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추가 인수하기로 했다.

원활한 자금 공급을 위한 각종 인센티브도 마련된다. 부실 사업장에 금융사가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 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하고,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금융사 임직원을 면책하기로 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부동산 PF 부실이 과도하게 누적되면 정상 사업장까지 자금 경색을 초래할 수 있다. 착공이 지연되면 2~3년 후 부동산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 더 질서 있고 속도 있는 연착륙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정해 부실, 정상 PF 사업장을 분리한 점은 긍정적이다. 무분별한 지원은 모럴해저드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우량 사업장 중심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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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5조 ‘뉴머니’ 투입하지만

지방 중소 건설사 경영난 내몰릴 듯

이번 대책을 두고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걱정 어린 목소리가 나온다. 평가 기준을 세분화하고 우량 사업장 중심으로 지원하는 방침은 필요하지만,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제2금융권이나 지방 중소형 시공, 시행사들이 적잖은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다. “PF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더라도 시장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부실 우려 사업장 대부분이 2금융권에 집중됐다는 점은 위험 요소로 꼽힌다. 은행과 보험업권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본PF, 선순위 대출을 취급하는 것과 달리 2금융권은 위험성이 큰 브리지론, 후순위 대출 비중이 높다. 나이스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2금융권의 부동산 PF 관련 예상 손실은 최소 8조1000억원에서 최대 13조8000억원에 달한다.

자연스레 2금융권의 수익성, 건전성 압박도 커질 수밖에 없다. 사업성 평가 기준이 강화되면 2분기 결산 과정에서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적자에 시달려온 저축은행 적자 규모가 더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사업장에 대한 부실 판단을 늘릴 경우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어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금리 인하, 부동산 경기 회복을 기대하고 ‘버티기’에 나서는 곳들이 적잖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건설업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부실 사업장 분류 기준이 지나치게 획일적, 정량적이라는 입장이다. 만기 연장 횟수를 기준으로 ‘유의(3회)’ ‘부실 우려(4회)’로 분류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브리지론에서 본PF로 가는 게 어려워져 어쩔 수 없이 브리지론을 연장했는데, 대출 만기를 여러 차례 연장했다고 해서 무작정 부실 사업장으로 분류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대형 건설사에 비해 유동성이 부족한 지역 중소형 건설사들은 생존 경쟁에 내몰릴 전망이다.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유의, 부실 우려 등급을 받아 경공매 시장에 물량이 쏟아지면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져 부실 사업장이 급증하는 악순환도 우려된다. PF 대출 잔액이 230조원에 달하는데 부실채권 매입을 위한 정책자금이 크지 않아 시장 충격을 흡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적잖다. 살얼음판을 걷는 부동산 PF 시장이 더욱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금리 인하를 비롯해 세제 지원, 미분양 활성화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부동산 PF 사태가 불거진 것은 고금리 영향이 큰 만큼 적절한 시점에 금리가 인하돼야 부동산 경기 회복, PF 사업 정상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0호 (2024.05.22~2024.05.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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