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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클래식계 비주얼 부부 “연습벌레 아내, 좀 쉬자는 남편…삶 자체가 음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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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ㆍ첼리스트 박유신

2016년 처음 만나 사흘 만에 연인으로

음악가로도 사람으로도 신뢰하고 존중

오는 24일 결혼 후 첫 듀오 콘서트

헤럴드경제

6년의 연애, 3년의 결혼생활. 이젠 ‘척하면 척’. 숨소리만 들어도 서로의 생각과 기분을 알아차리는 천생연분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 첼리스트 박유신 부부다. 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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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6년의 연애, 3년의 결혼생활. 이젠 ‘척하면 척’. 숨소리만 들어도 서로의 생각과 기분을 읽어버린다.

“집에서 편하게 있다가도 ‘눈만 맞으면’ 연습 좀 해볼까 싶어 악기를 들어요.(웃음)” (박유신)

‘가족 연주자’들의 고충 중 하나는 ‘민원’이라는데, 다행히 ‘음악 소음(?)’으로 인한 “민원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박유신은 “부부 연주자가 함께 공연할 때의 장점은 언제든 편하게 연습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것”이라며 웃었다.

4년 만에 돌아온 듀오다. 연인이던 때에 무대 위에서 서로의 선율을 포개며 음악을 나눴다. 이번엔 부부가 된 뒤 함께 하는 ‘첫 무대’. 듀오 콘서트(5월 24일 ‘손민수 큐레이티드 17’·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를 앞두고 서울 서초동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에서 만난 김영욱(35)·박유신(34)은 “이상을 좇는 길에서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은 큰 의지가 된다”고 말했다. 클래식 음악계의 ‘비주얼 커플’이 말하는 부부 연주자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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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 첼리스트 박유신 부부. 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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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에 알아본 ‘평생 단짝’…연결고리는 음악‘음악’ 이전에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 두 사람의 서사가 쌓였다. 두 사람의 길은 닮았지만 다르다.

“바이올리니스트 아버지를 둔 덕에 운명이 정해져 있었다”는 김영욱. “태어나자마자 받은 선물도 바이올린이었어요. 아기 때 사진을 보면 제 몸 만한 바이올린이 옆에 놓여있더라고요. 기질을 물려받았나봐요. 어릴 때도 바이올린을 좋아했다고 하더라고요.” (김영욱)

“가족 중 음악가는 전혀 없었다”는 박유신은 여러 악기를 섭렵했다. 꽤 많은 사람들이 한 번씩은 배워본 피아노를 중학교 시절까지 쳤다. 그는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피아노 치는 것을 싫어하는 축구선수를 꿈꾸는 아이”였다고 했다. “운동을 좋아한 것”은 부부의 공통점이다.

“이 악기, 저 악기 하던 중 막판에 첼로가 걸렸어요. (웃음) 조금 늦게 시작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다가, 스무 살이 되면서 제 인생에서 첼로는 빼놓을 수 없게 됐어요.” (박유신)

출발은 달랐지만 같은 길을 걷던 어느 날, 두 사람은 인생의 한 지점에서 마주하게 된다. 첫 만남은 2016년. 김영욱은 독일 뮌헨 국립 음대, 박유신은 드레스덴 국립 음대 석사 과정을 밟을 때였다. 같은 시기 같은 나라에 머물렀지만, 이들이 만난 곳은 한국이었다.

김영욱은 “잠시 한국에 왔을 때 처음 만났고, 만난지 4일 만에 연애를 시작했다”며 “첫 만남에서 대화를 나눴을 때 ‘아, 결혼할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이 왔다”고 했다. 남편의 “유신이도 그랬을 것”이라는 자신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웃으면서도 아내는 “비슷한 생각이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오래 만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이런 사람을 만났는데 느낌이 심상치 않다. 쉽게 헤어질 것 같지 않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박유신)

부부의 연결고리는 음악이었다. 더 들어가면 ‘실내악에 대한 사랑’이 자리하고 있었다. 김영욱은 솔리스트는 물론 현악사중주단 노부스콰르텟의 멤버로 세계적인 성취(2014 모차르트 콩쿠르 우승)를 거뒀고, 박유신도 솔리스트(2015 브람스 국제 콩쿠르 2위, 2018루빈스타인 국제 콩쿠르 2위)와 실내악 (드레스덴 국립 음대 실내악 콩쿠르 1위) 활동을 이어왔다.

연인이 된 이후, 2019년 처음으로 듀엣 무대에 섰다. “바이올린과 첼로 곡이 한정적이라 늘 곡 선정엔 고심이 많다”는 두 사람이 즐겨 연주했던 곡은 코다이. 이번 공연에서도 부부는 코다이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듀오, Op. 7’과 아르튀르 오네게르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소나티네, H. 80’을 연주한다.

지금은 한창 연습 중이다. 한 집에 사는 짝꿍이기에 “굳이 연습 날짜를 잡지 않아도 준비하는 과정을 잘 조율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김영욱은 “부부의 장점도 많지만, 부부이기에 더 어렵고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며 “서로의 연주에 대해 이야기했다가 마음이 상하는 경우도 있어 조심하는 점도 있다”고 했다. 남편의 이야기에 의외라는듯 아내는 “정말 조심한 거였냐”며 웃었다. 그는 “남편이 실내악 분야에 워낙 일가견이 있다 보니 음정 등에서 예민한 부분들이 있다. 그래도 필요한 이야기는 다 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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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해온 시간이 어느덧 9년.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 첼리스트 박유신 부부에겐 “일상이 음악이고, 삶 자체가 음악”이라고 한다. 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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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은 예술가 vs 재기발랄 활동가…“삶 자체가 음악”인 부부함께 해온 시간이 어느덧 9년. 두 사람에겐 “일상이 음악이고, 삶 자체가 음악”이라고 한다.

오랜 시간 지켜봐온 만큼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안다고 자부한다. 서로의 음악 취향, 작곡가에 대한 해석과 견해도 닮았다. 그래서인지 “어떤 곡을 연주할 때 해석의 방향과 음악적 견해가 부딪힌 적이 없다”(김영욱)고 한다. 아내는 특히 “남편과 연주할 때 내가 이 곡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최고의 연주자’로 꼽는다. 박유신은 “세심하고 감성적인 남편의 연주를 굉장히 좋아한다”며 “특히 남편의 슈베르트 연주를 좋아해 종종 공연에서 연주해달라고 한다”며 웃었다.

“아내를 보며 항상 많이 배워요. 사람으로도 음악가로도 배울 점이 많아요. 다른 연주자와 할 땐 연주 스타일이나 해석의 차이로 접점을 찾기가 어려울 때도 있고, 말로 풀어내기 힘들 때도 있는데 저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요. 서로의 이상이 같으니 말없이 연습만 하면 돼요.” (김영욱)

박유신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플레잉을 보면 알아서 파악해 서로를 따라가고, 어떻게 연주할지 예상이 된다”며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물론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 맞는 것은 아니다. 연습 패턴은 특히나 정반대. 조용하고 차분한 남편 김영욱은 ‘연습’ 이야기가 나오자 단호히 “너무 안 맞는다”고 호소한다. 시간을 쪼개가며 악기를 드는 연습벌레인 아내와 달리 남편은 시간관리가 인간적이다.

박유신은 “아무래도 첼로는 매일 운동하듯이 해야하는 악기라 매일의 단련이 필요하다”며 “그래서인지 해가 갈수록 나와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어 정해둔 시간에 맞춰 붙잡고 있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남편은 그런 아내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김영욱은 “뭔가를 정해놓으면 너무 피곤하니까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좋은데 아내는 그렇지 않다. 아주 독하다”며 웃었다.

부부는 완전히 다른 성향이다. 의외로 ‘즉흥형’이라는 공통 분모는 있지만, 남편은 ‘호기심 많은 예술가’ 형인 ISFP, 아내는 ‘재기발랄한 활동가’ 형인 ENFP다.

성향은 다르나 두 사람 모두 1인 3역 중이다. 박유신은 솔리스트, 교수는 물론 음악감독(어텀실내악페스티벌, 포항국제음악제)로도 활동하며 탁월한 기획력을 보여주고 있고, 김영욱은 솔리스트, 노부스콰르텟 멤버,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로 활동하며 음악가로도 교육자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30년 가까이 음악과 함께 한 모든 날들이 행복으로 돌아오진 않는다. “매일 때려쳐야겠다는 생각”(김영욱)도 하고, “높은 이상을 좇느라 지칠 때”(박유신)도 있다.

같은 고민을 안고 한 길을 걷는 부부에게 서로의 존재는 각별하다. 박유신은 “(남편과) 고민을 나눌 수 있어 든든하고, 공연 땐 객석에 있는 것만 봐도 안심이 된다”고 했다. 다만 남편은 또 정반대다. 김영욱은 “아내 앞에서 연주하는게 제일 떨린다. 늘 공연장에 오지 말라고 한다”며 “나의 부족한 면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부부의 음악적 지향은 아주 먼 곳에 있지 않다. 서로를 바라보며 묵묵하고 성실하게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이 목표다.

“처음 만날 때부터 사람과 사람으로의 신뢰와 존중이 있었고, 무척 잘 맞는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음악 외적인 것이 없었다면, 이렇게 함께 할 수 없었겠죠. 점점 더 바빠지고 해야할 일이 많아지고 있지만, 음악가로서의 거창한 욕심이 있지는 않아요. 지금처럼 꾸준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역할을 충실하게 해나가기를 서로 응원하고 있어요.” (김영욱, 박유신)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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