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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이건주 폐암환우회장 별세에 환자 단체 대표들 한목소리로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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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으로 목소리 내야겠다는 용기 얻어”

“의정 갈등 봉합 기미 없어 환자들만 속 타”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 상황에서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 회장이 19일 별세한 데 관해 환자 관련 단체 대표들이 한목소리로 애도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향후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며 갈등 봉합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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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별세한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 유튜브 ‘폐암 환우 TV’ 캡처


고인은 2020년 폐암환우회를 만든 인물로 3월 ‘환자 중심 의료’를 주문하며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앞에서 의정 갈등 해결을 호소했다. 그는 “곧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할 몸이지만 삶의 끝자락에서 힘없는 환자를 위해 당부의 말을 남기러 왔다”며 당시 환자 치료가 최우선임을 강조했다. 2001년 위암 진단, 2016년 폐암 진단을 받아 20여 년간 암 환자로 투병하다 3월 경기도의 한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해 마지막 치료를 받고 지난달 퇴원했다.

이 회장의 별세 소식에 관련 단체 대표들은 안타까움을 밝혔다. 21일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생명이 위독한 상황에서도 의협을 상대로 의료 정상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한 마음”이라며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목소리를 내시는 것을 보고 더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최근 의정 갈등에 대해 “환자들이 말을 하고 싶어도 혹시나 불이익을 당할까 말 꺼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이 회장님은 유튜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셨다”고 부연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하루빨리 의정갈등이 해결돼 환자들이 치료 공백이 안 생기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온 회장님이 별세해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했다. 이어 “‘수술 연기’ 통보를 받은 환자들은 회장님의 별세 소식에 더 마음이 쓰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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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 및 의료관계자 등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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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의정갈등이 장기화할 시 환자들이 사망에 이르는 위험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회장은 “3개월 동안 수술이 연기됐던 환자 중에 질병이 재발한 환자들이 앞으로 나오고, 사망하는 분들도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기존 질환이 있는 환자들에 더해 응급환자들 문제도 속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의료가 정상적일 때도 심각한 문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데 지금 상황은 말할 것도 없지 않느냐”며 “(의대 증원 관련) 법원 판결도 나온 상황에서 의사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 것은 국민의 지지를 더 받기도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의사단체와 정부 모두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로봇수술을 권유받는 환자들은 비용이 비싸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하는데 적절한 시기에 수술받지 못한 환자분들이 몇달 뒤에 수술하게 되면 같은 결과를 담보할 수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단체나 정부 모두 급한 마음은 없어 보이고, 환자들만 기약 없이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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