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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중국 SNS 이틀째 '라이칭더' 차단... 차이잉원 땐 놔뒀는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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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영지 "나라 분열하는 라이칭더, 역사의 심판" 비난
라이칭더 소식 이틀째 검열...'독립' 관심 여론 봉쇄
한국 의원 취임식 참석에도 "한중관계 역행" 불쾌감
한국일보

라이칭더 대만 신임 총통이 20일 타이베이에서 총통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라이칭더 신임 총통은 취임사를 통해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와 관련, 전임 정권의 8년 집권 기조를 견지하며 현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타이베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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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칭더 대만 신임 총통이 공식 취임한 가운데 중국은 "양안(중국과 대만) 간 대결을 선동하고 있다"며 라이 총통을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취임 이틀째까지 라이 총통의 취임 소식을 통제하며 그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을 '봉쇄'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라이 총통 취임 다음 날인 21일 '대만 독립 일꾼의 공수표가 나라를 팔고 화를 부른다'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공수표는 전날 라이 총통의 취임사를 가리킨 것으로 이 신문은 "(라이 총통이) 독립을 꾀하며 양안 간 대화 운운한 것은 기만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독립 세력의 행동은 대만을 위험에 빠뜨릴 뿐"이라며 "나라를 분열시키는 자는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관영지 "라이칭더 취임사는 독립선언문...대만 동포 경계하라"

한국일보

20일 오전 타이베이 총통부 앞 카이다거란 대로에서 열린 중화민국(대만) 제16대 총통·부총통 취임식 행사 동안 대형 대만 국기가 하늘에 펼쳐지고 있다. 타이베이=연합뉴스


전날 대만 16대 총통에 취임한 라이 총통은 취임사에서 '독립'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단 "양안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는 등의 발언을 통해 사실상 독립 의지를 드러냈다고 중국은 보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1일 '라이 총통식 독립주의는 막다른 골목에 있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그의 취임사는 대만 독립선언문이며, 대만 동포들은 이를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중국 당국은 웨이보 등 SNS에서도 이틀째 라이 총통에 관한 소식을 검열했다. 취임 당일엔 '라이칭더 취임' 등의 해시태그 자체를 삭제했고, 다음 날인 21일에도 관영 언론 보도만을 내보내고 있다. 4년 전 차이잉원 당시 총통 취임 당시에는 없었던 조치로, '완고한 독립주의자'로 평가되는 라이 총통의 발언이 중국 여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분석도 있다. 예야오위안 미국 세인트토머스대 교수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에 "중국은 라이가 극렬 독립분자라고 주장해 왔는데, 실제 그의 취임사에는 '독립' 표현이 등장하지 않았다"며 "이를 그대로 공개하면 그간 중국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라이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기 위해 독립주의 노선을 다소 '절제'한 그의 취임사를 온전히 공개하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라이칭더, 미국 대표단 접견 "굳건한 동반자 관계 강화"

한국일보

20일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열린 16대 총통 취임식에 참석한 라이칭더 신임 총통이 군용 헬기의 축하 비행 속에서 취임사를 전하고 있다. 타이베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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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등이 라이 총통 취임식에 참석한 데 대해서도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주한중국대사관은 21일 입장문을 내고 "조 의원 등이 대만을 '무단 방문'해 취임식에 참석했다"며 "이는 하나의 중한(한중)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취임식에는 51개국에서 온 500여 명의 외빈이 참석했다. 한국에선 공식 대표단 없이 한국·대만 의원친선협회장인 조 의원 일행과 이은호 주대만대표부 대표만 참석했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 브라이언 디스 전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등 전직 고위 공직자로 구성된 대표단이 참석했다. 라이 총통은 취임식 직후 미국 대표단을 만나 "미국이 안보·경제·무역·과학기술 분야에서 지속적인 협력을 지원해 굳건한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높일 수 있길 기대한다"며 전략적 협력 강화를 당부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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