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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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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낙선에도 ‘이재명 일극체제’ 강화하는 민주당…지방선거 대비 강성 당원 권한 강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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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추 패배로 연임에 탄탄대로 깔려”

친명 득세 막아 ‘일극’ 비판 잠재웠다는 논리

민주당, 시도당위원장 선거 규칙 수정 논의

지방선거 공천에서 ‘비명횡사’ 재현될 수도

경향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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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을 내세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경기 하남갑)의 국회의장 후보 경선 낙선에도 불구하고 강성 당원들을 바탕으로 한 이재명 대표의 일극체제는 오히려 강화되는 모습이다.

당내에서는 친이재명(친명) 인사들을 중심으로 추 당선인이 탈락하면서 이 대표 연임 추대론이 탄력을 받게됐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강성 친명 인사의 탈락으로 이 대표 일극체제에 대한 비판은 다소 누그러지게 됐다는 논리다.

총선을 마친 이 대표는 2년 후 지방선거에서 친정체제를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에 착수했다.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시도당위원장 선출 과정에 권리당원 의사를 더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비명횡사’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지원 민주당 당선인(전남 해남·완도·진도)은 20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우원식 의원의 국회의장 후보 경선 승리에 대해 “민주당이 건강하다는 의미”라며 “오히려 이 대표는 반석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8월 전당대회에서 연임에 탄탄대로 깔렸다고 본다”며 “당직과 원내대표에 이어 국회의장까지 명심(이재명 대표 마음)을 그대로 반영해서 일사천리, 일사불란하게 (당선)됐다고 하면 다양성이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의장 선거에서 다양성을 확보한 만큼 이 대표 연임에는 부담이 줄었다는 것이다.

조승래 의원도 YTN라디오에 출연해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 의원이 입법부의 대표로서 대통령을 잘 견제하는 역할을 하실 거라고 기대한다”며 “이 대표 리더십에 타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 안팎에선 이미 이 대표 연임에 힘을 싣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에 맞서기 위해서는 존재감이 큰 이 대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대표에 맞설 마땅한 대항마도 현재로선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성준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윤석열 정권의 독주 체제와 검찰 통치가 강화하는 모습”이라며 “그러면 확실하게 견제할 수 있는 야당의 리더십을 확보할 인물이 누구냐를 봤을 때, 지금은 이 대표라는 생각을 많은 의원이 같이 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추 당선인 낙마를 계기로 당 운영에 의원들 목소리를 줄이고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를 더 반영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권리당원 중심의 당 운영이 본격화할수록 강성팬덤을 지지층으로 둔 이 대표의 리더십은 더욱 공고화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시도당위원장을 뽑을 때도 권리당원의 권리 비중을 높여야 하지 않겠냐는 취지로 말했다”며 “이와 관련해서 지금 구체적인 실무작업에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대표는 18일 광주와 19일 대전을 잇달아 방문해 “시도당위원장을 뽑을 때 권리당원 의사 반영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현재 시도당위원장 경선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50 대 50으로 규정하고 일반 여론조사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 시도당위원장은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광역의원·기초단체장을 공천하는데, 강성 친명 지지자가 중심인 권리당원의 입김이 강해지면 후보 면면의 다양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김민석 의원은 이날 김어준씨 유튜브에 출연해 국회의장·원내대표 경선에서 권리당원의 의견을 10분의 1 이상 반영하는 이른바 ‘10% 룰’도 제안했다.

한편 추 당선인의 국회의장 후보 경선 탈락 후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00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포인트)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6.1%포인트 하락한 34.5%를 기록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한 정당 지지율이 큰 폭으로 출렁인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심각한 사태”라며 “당원과 지지자들은 추미애를 통해 윤석열 정권과 ‘맞장뜨는’ 통쾌감을 보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율 하락이 추 당선인 패배에 실망한 지지층의 이탈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최민희 당선인(경기 남양주갑)도 친민주당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오늘 민주당 지지율 폭락 사태는 의원들 다수의 선택에 대한 지지자들의 1차 심판”이라며 “당원·지지자와 당선자 간 생각의 차이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추 당선인 패배만으로 지지율 폭락을 설명할 수 없다”며 “오히려 추 당선인을 과하게 감싸는 당 분위기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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