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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건강한 가족] 수술 후 재발한 ‘허리디스크’, 한의통합치료로 근본부터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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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탐방 인천자생한방병원

중앙일보

인천자생한방병원 우인 병원장이 남씨에게 추나요법을 실시하고 있다. 남씨는 허리 디스크가 재발해 거동조차 어려웠지만 한의통합치료 후 90% 이상 회복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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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 병원장이 남씨에게 침 치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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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진 후에 숨도 제대로 못 쉬겠더라고요.”

2004년 대학병원에서 허리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던 남모(58·여)씨. 그는 집안일을 하던 중 넘어졌을 때의 일을 회상했다. 그의 허리 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가 재발한 순간이었다. 당시 남씨는 ‘누워서 하늘만 본 채’ 구급차에 실려 왔다. 웬만한 아픔은 잘 참는 성격임에도 “죽고 싶을 정도의 고통에 밤마다 울었다”고 했다. 통증이 너무 심해 움직일 수 없어 대소변을 받아내야 했을 정도다. 거동이 거의 불가능했던 남씨지만 그는 현재 건강을 회복해 종교 활동과 일상생활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그는 “이게 모두 한의통합치료 덕분”이라고 했다.

허리 디스크로 잘 알려진 요추추간판탈출증은 척추뼈 사이의 완충 작용을 하는 디스크(추간판)가 손상돼 내부 수핵이 흘러나와 주변 신경을 누르면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극심한 통증과 하지 저림(하지방사통)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보통 수술 같은 외과적 치료를 떠올리기 쉽지만 하반신 마비 같은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 수술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 그리고 남씨가 받은 한의통합치료가 대표적인 비수술 치료법이다. 특히 지난달 29일부터 ‘첩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 대상 질환에 허리 디스크가 포함되면서 허리 디스크의 한의통합치료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약침 두세 번에 통증 절반으로 줄어”



척추 질환은 흔한 질환이다. 누구도 예외라고 자신할 수 없다. 전 세계 인구 80% 이상이 일생 중 한 번은 요통을 겪는다. 특히 척추 수술은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상 근골격계 질환 수술 중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하면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고 수술이 정답은 아니다. 척추수술실패증후군(Failed Back Surgery Syndrome)이나 각종 치료 후 재발로 고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남씨의 경우도 그랬다. 그는 “수술 후에 돌덩이를 허리에 매고 있는 것처럼 시리고 아팠다”며 “수술한 것을 후회할 정도”라고 했다.

반면에 한의학에선 디스크의 자연적 흡수와 척추 강화 및 기능 회복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 통해 허리 디스크 재발률을 최소화한다. 인천자생한방병원 우인 병원장은 “추나요법, 침, 약침, 한약 처방 등을 환자 개인의 증상이나 원인에 따라 통합적으로 진행한다”며 “X선·MRI(자기공명영상)·초음파 등 영상 진단 기기로 질환을 면밀히 분석해 치료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남씨의 경우 우선 통증을 신속히 낮추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에 아침, 저녁으로 진행된 침·약침 치료가 빠른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 침 치료는 주요 혈자리를 통해 근육 깊숙한 곳의 뭉침을 풀어 혈액순환 저하 및 통증을 해소한다. 침에 전기 자극을 추가한 전침(電針)도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또 다른 방편으로 활용된다. 약침 치료는 정제한 한약재 유효 성분을 특정 경혈에 주입하는 치료법으로서 염증과 통증을 빠르게 가라앉히고 손상된 신경 및 연부조직의 회복을 촉진한다. 허리 디스크 치료에는 신바로약침, 오공약침, 중성어혈약침 등이 주로 사용되는데, 그중 오가피·구척·방풍 등의 한약재를 혼합한 신바로약침과 주성분인 ‘신바로메틴’은 다수의 연구를 통해 치료 유효성을 인정받고 있다. 남씨는 “약침을 두세 번만 맞았는데도 그 극심했던 통증의 절반이 가시면서 살 것 같더라”고 했다.

이후 통증이 완화돼 보행기에 의지해 움직일 수 있는 정도가 되자, 남씨는 추나요법도 받을 수 있었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직접 척추·관절을 밀고 당겨 틀어진 근골격계의 균형을 바로잡는 한의 수기요법이다.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여 척추의 기능 회복을 돕고 틀어진 주변 관절, 근육, 인대 등의 기능도 원활하게 해준다. 추나요법은 2019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1인당 연 최대 20회까지 국가가 최대 50%의 비용을 부담한다.

급성 통증엔 동작침법(MSAT)도 활용될 수 있다. 동작침법은 환자의 동작을 유도하는 응급침법으로 환자의 행간혈(발), 곡지혈(팔꿈치), 풍부혈(목 뒤) 등 총 5개의 혈자리에 침을 놓은 상태로 한의사가 직접 환자의 능동적·수동적 움직임을 끌어낸다. 이는 척추 주변 경직된 근육을 풀고 척추의 균형을 맞춰 혈액순환 촉진과 통증 완화에 즉각적인 효과를 보인다. 동작침법은 통증 분야 세계적인 권위의 국제학술지인 ‘PAIN’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진통주사제 대비 5배 빠른 통감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허리 디스크 한의통합치료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치료는 바로 ‘한약’이다. 척추 질환은 충분한 치료를 받은 후에도 생활 습관, 외부의 충격, 환경적 요인 등으로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고령이거나 뼈가 약해진 경우 더욱 위험하다. 따라서 재발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디스크에 장기적으로 영양분을 공급하고 척추와 주변 조직을 강화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한의치료에서는 한약이 중심이 된다. 또한 치료 기간 움직이기 어려워 근골격이 약해지는 환자의 영양 공급과 면역력 증진에도 큰 역할을 한다.

허리 디스크 한약으로 활용되는 청파전(GCSB-5)에 함유된 신바로메틴 성분은 허리 디스크를 비롯한 골관절 질환과 손상된 신경의 회복에 큰 효과를 보인다. 신바로메틴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물질특허를 획득했다. 실제 실험을 통해 파열된 디스크의 회복과 손상된 신경재생 효능이 입증된 바 있다. 특히 신경 마비를 유발하는 NOGO 유전자를 억제하는 한약의 뛰어난 임상 효과가 확인되기도 했다. 남씨가 “완전히 건강했을 때 기준으로 90% 이상 회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한의통합치료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허리 디스크 근본 치료의 중심 ‘한약’



하지만 한의치료는 뛰어난 효과에도 불구하고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환자들의 고충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한방의료이용 실태조사’ 통계에서도 한의치료에 ‘비싸다’는 의견이 다수였으며, 향후 개선돼야 할 점으로 ‘보험급여 적용 확대’가 1순위를 차지했다. 특히 첩약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 요구가 두드러지게 높았는데, 이를 반영하듯 최근 ‘첩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에 허리 디스크가 알레르기성 비염, 기능성 소화불량과 함께 새롭게 포함됐다. 대상 연령과 시행 기관도 확대됐다. 또한 환자 1인당 연간 2개 질환까지 부담액의 최대 70%를 지원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만큼 사용되는 한약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hGMP(한약재 제조·품질 관리기준) 기준에 적합한 규격품만 사용된다. 탕전시설의 경우 시범사업에서 정한 탕전실 운영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현재 인천자생한방병원은 국내 최대 규모의 한약 통합조제시설인 자생메디바이오센터에 첩약 조제를 의뢰하고 있다. 우인 병원장은 2단계 시범사업을 통해 허리 디스크 치료에 대한 환자의 고민이 해소되고 양질의 치료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다수의 연구결과 및 임상 데이터를 통해 효과가 입증된 한약을 환자들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처방받을 수 있게 돼 기쁘다”며 “합리적 비용과 신뢰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이 충족되면서 한의치료에 대한 환자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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