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걸그룹의 도쿄돔 입성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뉴진스는 오는 6월 데뷔 1년 11개월 만에 도쿄돔에서 팬미팅을 연다. [사진 어도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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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일본 도쿄돔. 관객들에 감사 인사를 전하던 걸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가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울컥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에스파의 세상에 와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하자, 관객 5만 명이 일제히 환호했다. 4세대 걸그룹으로서 처음 도쿄돔에 입성한 에스파는 지난해 8월 5~6일 양일 간 총 9만 4000명의 관객을 만났다. 정상급 아티스트만 설 수 있다는 도쿄돔 공연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한 것은 물론, 현지 팬들의 요청에 힘입어 시야제한석까지 추가로 오픈할 정도로 공연 열기가 뜨거웠다.
당시 에스파의 도쿄돔 입성은 데뷔 2년 9개월 만에 이뤄졌다. 해외 아티스트로는 데뷔 후 최단 기간에 도쿄돔에서 콘서트를 펼친 것이다. 오는 8월 또 다시 도쿄돔 무대에 서는 에스파는 “2년 연속 도쿄돔에서 공연을 펼칠 수 있어 너무 기쁘고 설렌다”고 했다.
에스파는 지난해 8월 도쿄돔에 올랐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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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걸그룹의 도쿄돔 입성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앞서 공연을 진행한 에스파를 비롯해 아이브·뉴진스 등 4세대 대표 걸그룹들은 이미 도쿄돔 입성 일자가 잡혔다. 모두 데뷔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10년 전 카라·소녀시대 등 2세대 걸그룹이 도쿄돔 공연을 하기까지 6~7년 걸린 것을 고려하면 입성 시기가 상당히 빨라진 것이다. 3세대 걸그룹인 트와이스와 블랙핑크도 도쿄돔에 입성하는데 각각 3년 5개월, 3년 4개월이 걸렸다.
지난해 10월부터 19개국을 순회하며 공연을 펼치고 있는 아이브는 첫 번째 월드 투어 ‘쇼 왓 아이 해브’의 앙코르 공연을 9월 도쿄돔에서 연다. 2021년 12월 데뷔한 지 2년 9개월 만이다. 2022년 10월 일본 데뷔 기준으로는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뉴진스는 6월 일본 정식 데뷔와 동시에 도쿄돔에 입성한다. 내달 21일 일본 데뷔 싱글 ‘슈퍼내추럴’을 발매하고, 같은 달 26~27일 일본 도쿄돔에서 팬미팅을 연다. 2022년 7월 데뷔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아이브는 올해 9월 데뷔 2년 9개월 만에 무대에 오른다. [사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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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관객을 수용하는 도쿄돔은 일본 현지에서도 성공한 가수들만 오른다는 ‘꿈의 무대’로 꼽힌다. 2007년 가수 비를 시작으로 동방신기·샤이니·엑소·빅뱅·방탄소년단·소녀시대·카라 등이 무대에 올랐다.
4세대 걸그룹이 단기간에 도쿄돔에 입성하게 된 건, 일본 내에서 한국 아이돌 활약의 무게중심이 보이그룹에서 걸그룹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전세계적인 K팝 열풍 덕도 있지만, 4세대 걸그룹이 데뷔할 때부터 기획이 고도화되고, 매력적인 스토리라인이 더해지면서 일본 현지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퍼포먼스·가창력 등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춘 완성된 형태로 데뷔하는 한국 걸그룹의 ‘전통’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인기 요인이다. 이는 한국 아이돌과 일본 아이돌을 구별 짓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국제학과 교수는 “일본 팬들이 K팝 걸그룹에 기대하는 바는 J팝 걸그룹과 다르다. 일본 걸그룹은 팬들이 그룹이 커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성장형 콘셉트가 강한 반면 한국 걸그룹에겐 화려한 퍼포먼스, 뛰어난 가창력 등 프로 아티스트로서의 모습을 원한다”고 말했다. “데뷔 때부터 선배 그룹들보다 더 완성된 형태의 모습을 보여준 4세대 걸그룹들은 일본 팬들의 그런 기대 수요를 충분히 만족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윤 기자 |
일본 걸그룹에선 찾기 힘든 콘셉트와 서사를 갖춘 점도 일본 시장에서 이들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있다. 여성성에 국한되지 않고 ‘자기애’를 바탕으로 당당한 모습을 드러내거나, 그룹만의 고유한 감성·세계관을 내세우는 4세대 걸그룹의 스타일이 일본 팬들의 마음을 파고 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한 신곡 콘셉트만 살펴보더라도, 에스파는 지난 13일 소위 ‘쇠맛’이라고 불리는 강렬하고 카리스마 있는 신곡 ‘수퍼노바’를 공개했고, 아이브는 지난달부터 한국의 고전 미를 강조한 곡 ‘해야’로 활동 중이다. 뉴진스는 지난달 27일 발표한 신곡 ‘버블 검’ 뮤직비디오에서 비디오테이프·캠코더 등 뉴진스의 상징인 아날로그 향수를 짙게 풍기며 화제를 모았다. 정민재 대중음악 평론가는 “일본 10~20대에겐 이미 K팝이 메인 장르 중 하나이기 때문에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걸그룹이더라도 히트곡이 있으면 돔에서 공연을 할 체급이 된다”며 “예전처럼 일본 활동을 목적으로 오랫동안 체류하며 인지도를 쌓을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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