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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슈 미술의 세계

91세 여성 국극 배우 무대 등 기대작 많은 '싱크 넥스트 24'…성수동에 팝업 스토어도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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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악 무대 예술의 한 시대를 장식했던 여성 국극이 사라져가고, 그 때 활약한 사람들도 다 하늘나라 가 나 하나 남았습니다. 어떻게든 (여성 국극을) 유지하려 노력해도 어려운 상황인데 이번에 좋은 기회 만들어준 세종문화회관에 감사합니다. 마지막 무대라 생각하고 어금니가 깨지도록 이 악물고 해볼테니 많이 관심 가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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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이 17∼19일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Y173에 연 팝업 스토어 모습. 연합뉴스


1950∼60년대 전성기였던 여성 국극에 1951년 첫발을 디딘 후 여성 국극이 시든 지 오랜 후에도 그 맥을 외롭게 이어온 조영숙(91) 명인이 세종문화회관의 ‘싱크 넥스트(Sync Next) 24’ 작품 중 하나인 ‘조 도깨비 영숙’(7월 26∼27일) 무대에 서는 소감이다.

세종문화회관은 16일 조 명인과 배우 김신록, 소리꾼 유태평양, 미술작가 우국원 등 ‘싱크 넥스트 24’ 출연진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와이(Y) 173’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싱크 넥스트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세종문화회관이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공연예술을 선보이는 싱크 넥스트는 올해가 세 번째로 7월 5일부터 9월 8일까지 S씨어터에서 열린다. 그에 앞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찾는 성수동에 팝업 스토어(반짝 매장) 형식의 전시·공연 공간을 마련했다. 국내 공공 공연장이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싱크 넥스트가 표방하는 정신이 동시대성이란 점에서 세종문화회관이 전통적인 공간이라면 성수동은 이 시대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미래지향적 공간”이라며 성수동에 온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어느 시대나 예술은 새로운 관객을 만나기 위해 계속 변화해왔고 그 변화는 장르의 확장”이라며 “공연장을 직접 찾지 않는 분들도 이용자들이고, 그런 분들에게 색다른 방식으로 우리의 활동을 알리는 것은 세종문화회관 같은 기관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팝업 스토어는 와이 173에 차려졌다. 안내 데스크처럼 꾸민 입구로 들어서면 싱크 넥스트 24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무엇인든지 물어보세요’ 구역이 있다. 맞은 편에는 싱크 넥스트 참여 예술가에게 직접 편지를 써서 보낼 수 있는 녹색 우체통이 서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미술계 블루칩 작가로 떠오른 우국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월이다. 대형 스크린 앞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원하는 캐릭터를 누르면 영상이 움직이며 캐릭터가 밤하늘을 날거나 통통 튀어오른다.

참여 예술가의 인터뷰를 볼 수 있는 영상과 게임으로 만나는 피켓팅 체험, 취향대로 포스터를 만드는 공간 등도 있다. 17~18일에는 싱크 넥스트 24의 무대를 미리 만나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17일에는 스탠드업 코미디언 김동하, 18일에는 가수 겸 배우 백현진이 관객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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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상(왼쪽)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16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Y173에서 열린 ‘싱크 넥스트 24’ 미디어데이에서 출연진이 참석한 가운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 사장은 “성수를 찾은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예기치 않은 즐거움과 흥분 등을 얻지 않겠나”라며 “다른 팝업 스토어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7월 개막하는 본 공연에서는 회화, 설치미술, 미디어아트와 국악, 합창, 연극 등 상이한 장르를 결합한 작품을 즐길 수 있다. 우국원은 오페라 합창단이 만들어내는 소리에 회화 작업을 더한 ‘오리지널리티’(9월 6∼8일)를 준비 중이다. 우 작가는 “새로운 시도는 리스크가 있지만, 흥분되는 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은 유태평양과 함께 ‘돌고 돌고’(7월 11∼12일)를 선보인다.

김신록은 시각예술가 손현선 작가와 손잡고 ‘없는 시간’(8월 2∼4일)으로 무대를 꾸민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선형적인 이해 속에서 탈락한 여러 조각을 미술작품과 텍스트, 소리, 말, 몸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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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 넥스트 ‘조 도깨비 영숙’(7월 26∼27일) 무대에 서는 조영숙 명인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미디, 굿, 여성국극 등 공연장에서 보기 어려웠던 장르도 만날 수 있다. 코미디 레이블 메타코미디의 만담·스탠드업 공연 ‘코미디 어셈블’(8월 15∼17일)이 대표적이다. 정영준 메타코미디 대표는 “코미디는 뜨거운 이슈를 건드려 농담으로 바꿔가는 과정에서 많은 불편함과 싸워야 하는 작업”이라며 “싱크 넥스트에서 관객을 만나면서 우리의 농담도 성장할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굿이 지닌 종합 예술적 성격에 주목해온 이스트허그와 육사크사나(64ksana)는 ‘군문열림’(8월23∼24일)에서 가곡 명인 강권순과 굿의 본질인 치유와 회복에 집중한 ‘컨템퍼러리 굿판’을 보여준다. 김오키 새턴발라드는 음악극 ‘러브 인 새턴’(7월5∼6일)을, 싱어송라이터 유라는 ‘꽤 많은 수의 촉수 돌기’(8월 9∼10일) 공연을 각각 선보인다. 이란을 대표하는 극작가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의 내한 공연 ‘블라인드 러너’(7월18∼21일)도 기대작이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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