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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정부 '의료현장 차질없다' 거짓말…의사 상처입었단 말 기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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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중증질환연합회 대표 "정부 손놓고 있다"·"의사 상처, 암환자보다 큰가"

"중증 암환자들 치료 못받아 암 키우고 있다"…"정부와 의료계 공허한 싸움 중단해야"

연합뉴스

발언하는 김성주 대표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께 드리는 감사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은 한국 중증질환 연합회 김성주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24.5.17 mon@yna.co.kr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의료 현장에 차질이 없다는 정부 발표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환자들은 분명히 생명에 지장을 줄 피해를 보고 있는데, 정부는 실태 파악에도 대책 마련에도 손을 놓고 있어요."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석 달째에 접어든 가운데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1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3개월이 암환자에게 얼마나 귀중하고 긴 시간인데 정부가 어떻게 이렇게 손을 놓고 있는지 모르겠다.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특히 대형 수련병원들이 신규 환자 진료를 대폭 줄여서 막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갈 곳이 없다"며 "이런 신규 환자 피해는 정부도 집계하지 않고 있는데, 이같은 상황에서 '큰 혼란이 없다'고 하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공의 비율이 높은 서울의 주요 상급종합병원들은 전공의 사직이 시작된 2월부터 신규환자 진료를 대폭 줄여 왔다. 여기에 교수들의 휴진·사직까지 겹치며 "신규 예약을 받지 않고 기존에 보던 환자 진료에 집중하겠다"는 진료과가 더욱 늘었다.

실제로 온라인 암환자 커뮤니티 등에서도 신규 예약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하소연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신규 항암, 예약된 항암 치료가 지연됐다는 사례도 다수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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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캡처]


김 대표는 "정부와 병원에서는 응급·중증 환자 진료는 차질 없이 이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중증 암환자들이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암을 키워가는 상황이다"며 "'예약이 가능하다'는 전국 병원을 수소문해 찾을 능력이 되지 않으면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식도암 4기 환자이기도 한 김 대표는 "'중증 암환자'라고 하면 침대에 누워서 거의 죽어가는 환자를 떠올리실 텐데, 실제로는 아니다. 진행된 암이어도 관리와 치료를 잘 받으면 일상생활을 영위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제때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대로 환자들도 본인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기 때문에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심각해지는 경우도 있다"며 "응급실에서 거절당하거나 병원에 입원을 못해 '가방 항암'을 하는 환자들은 불안에 떨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방 항암'이란 가방을 싸서 들고 다니며 직접 항암치료를 한다는 의미다. 중증 암환자들은 입원해서 케모포트(항암제 등을 주입하기 위해 정맥에 삽입하는 기구)를 통해 항암제를 맞는데, 입원이 불가해 가방 항암을 하는 경우 본인이 주삿바늘을 통해 집에서 항암제를 투여해야 한다.

협의회 소속 한국췌장암환우회는 췌장암환자들의 피해 사례를 조사한 결과를 최근 발표하기도 했는데, 입원해 하던 항암을 병원 쪽에서 갑자기 가방 항암으로 변경, 집에서 항암을 하도록 해 간병과 부작용을 보호자가 감당해야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김 대표는 집에서 지내다가 갑작스레 통증 등이 악화돼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거절당하는 사례도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케모포트로 인한 통증으로 응급실에 갔지만 영상의학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드레싱만 받고 집으로 되돌아갔던 경우도 있었다"며 "암환자들은 암으로 인한 것 외에도 치료에 따른 고통을 많이 겪는다. 방사선 치료에 따른 화상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는데, 응급실에서 치료를 못 하면 그냥 견뎌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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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병원으로 들어가는 환자
(진주=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의대정원 처분 집행정지 신청이 각하된 16일 오후 경남 진주시 경상국립대병원으로 한 환자가 들어가고 있다. 2024.5.16 home1223@yna.co.kr


김 대표는 "의료 공백 사태가 길어지고 심각해진 것은 정부가 대안을 생각하지 않고 진지한 고민 없이 '의대 증원'을 전면에 내세워 정책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의료사고와 관련해 특례나 수가인상 등 여러 회유책을 던지고 있지만 전공의들은 들은 척도 안 하고 있다"며 "상급종합병원으로 모든 자원과 환자가 쏠리는 왜곡된 전달체계, 이 병원들의 전공의 비율, 파업으로 인한 환자 피해를 정부는 다 알고 있으면서도 의사 파업을 종결시킬 제대로 된 대책도 마련해놓지 않고 일을 벌인 정부가 사태를 장기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환자들을 두고 사직한 전공의들과 이를 옹호하는 의료계에는 "의사들이 '상처를 입었다'고 할 때마다 기가 막힌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이번 사태에서 의사 악마화로 인해 상처를 입었다고 하던데 암환자들이 입은 신체적·정신적 상처보다 큰지 묻고 싶다"며 "정부의 필수의료패키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환자를 두고 떠나 숨어버릴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정부와 협상에 나섰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 환자들은 지난 17일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현장에 남은 의사들에게 "동료들의 비아냥과 배신자라는 조리돌림에도 본분을 지켜 줘서 감사하다"며 환우들의 손편지 47통과 다과를 전달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정부와 의료계는 환자들의 극심한 고통과 생명이 달린 절박함을 생각하고 공허한 싸움을 중단해야 한다"며 "정부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환자 피해 사례 실태조사에 나서야 하고, 진지한 태도로 전공의들이 돌아오도록 협상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공의들은 일단 돌아와서 본인들의 처우 개선이나 의료정책에 목소리를 내고, 교수들은 '항의성 의료 중단 발표'를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fa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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