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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수조원 투입해도 모든 피해자 못 구해" 전세사기특별법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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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국토교통부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전문가들 역시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조 단위의 국가기금을 투입하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에서 논의 중인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국토교통부에서는 반대 입장을 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13일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주택도시기금에서 1조원 이상의 손실이 날 것이라며 "기금을 건전하게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는 주무장관으로서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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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 국회(임시회) 제01차 본회의에서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을 가결하고 있다. 2024.05.02 leeh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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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을 골자로 한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전세보증금 일부를 먼저 정부기관이 돌려준 후, 정부기관이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자금을 돌려받는 내용이다.

정부는 청약통장을 기본으로 하는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피해자를 지원하게 되는데, 박 장관은 무주택 서민의 돈으로 피해자를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도 국가 재정을 투입할 경우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기금을 운용할 때는 수익이 날 때 운영돼야 하는데, 현재 피해자들을 지원해야 할 경우 손실이 명확해 보인다"며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피해자들 간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현행법에서는 전세보증금이 5억원 이상인 경우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없다. 따라서 현재 피해자 지원금만 조 단위에 달하는데도, 사각지대를 구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광석 로티스 변호사는 "전세사기특별법은 보증금을 못 받은 모든 사람을 구제해주는 법은 아니다"라며 "현재 제가 맡은 소송 건에서도 전세 보증금을 못 받은 분들이 많은데, 전세사기특별법 구제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임대인이 집을 100채 갖고 있는 사람이면 그 세입자들은 보호되고, 10채 갖고 있는 사람이면 보증금을 못 받아서 보호가 안 되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의 책임을 국가가 어느 정도까지 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국가가 보증금을 주는 것은 시장경제 질서 왜곡"이라며 "개개인의 계약 체결에 따른 책임을 국가가 떠안겠다는 건데, 개인이 시간과 지식이 없어서 피해를 당한 데서 오는 책임을 국가가 전부 질 수는 없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특별법 개정보다는 현행 제도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예림 변호사는 "사실 임대차 보호법은 현재도 임차인(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유리하게 돼 있다"며 "(전세사기 피해를 입었을 경우) 개인이 소송을 하는 건 부담이 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의 절차를 국가가 부담하거나, 보증보험 요건을 완화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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